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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미성년자 성 학대 방지에 관한 제2차 라틴아메리카 총회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미성년자 성 학대 방지에 관한 제2차 라틴아메리카 총회   (©soupstock - stock.adobe.com)

교황 “미성년자들은 교회 안에서 더 안전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학대 방지에 관한 제2차 라틴아메리카 총회 참가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총회는 “돌보고, 알리고, 소통하기: 성 학대 사건의 효과적인 관리를 위한 핵심요소”라는 주제로 열렸다. 메시지에서 교황은 학대와 그에 대한 주교 및 수도회 장상들의 은폐가 많은 이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고 말했다. 교황의 메시지에 이어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 의장 션 패트릭 오말리 추기경의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 보고서 발표와 함께 총회가 시작됐다.

Alessandro Di Bussolo / 번역 박수현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14-16일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리는 ‘학대 방지에 관한 제2차 라틴아메리카 총회’ 참가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총회는 “돌보고, 알리고, 소통하기: 성 학대 사건의 효과적인 관리를 위한 핵심요소”라는 주제로 열린다. 메시지에서 교황은 “성직자가 저지른 성 학대와 주교 및 수도회 장상의 은폐가 많은 이들에게 피해를 입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며, 이번 총회가 “우리 교회의 변화를 간절히 바라는 또 다른 표현”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교회 내 학대 방지를 위한 우리의 약속을 이행하고 평가하기 위해 서로 만나고, 경청하고, 성찰하고, 상호 도움을 주는 시노드 과정의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보호 조치의 적절성 확인

교황은 “교회 지도자들이 이 악에 맞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강조하며, 이번 총회와 같은 다른 행사가 열리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또한 “미성년자들이 우리 교회 안에서 더 안전해졌다는 결과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이를 위해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에 “교회 전반에 걸쳐 적절한 정책과 관행의 적절성을 파악, 검증하고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나타내는 보고서를 작성하라”고 주문했다.

“예방의 사도들”

교황은 아순시온에서 “이 목적에 전념하는 구심점이 될” 인간 존엄·학대 방지에 관한 연구센터의 출범을 축하하고, 아순시온대교구장 아달베르토 마르티네스 플로레스 추기경을 중심으로 중남미와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모인 “예방의 사도들”에게 “가장 취약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분의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고 또 시급하다”고 말했다.

가장 가난한 교회도 보호 조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십시오

교황은 메시지를 통해 지역 교회 차원에서 이러한 보호 활동의 진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교황청의 지원을 통해 “교회 내 힘없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명확한 절차를 수립하는 작업이 모든 지역 교회에서 필수적인 부분이자 우선순위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에 “학대받는 이들을 위한 정의를 도모할 수 있는 명확하고 접근 가능한 방법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난 2019년 5월 발표한 교황의 자의 교서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Vos estis lux mundi)의 올바른 이행을 감독해 달라고 요청했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는 교회 내 성 학대 방지를 위한 절차적 규범을 담고 있다. “재원 부족으로 적절한 예방조치를 취하려는 노력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지역 교회에는 더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교황은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잔인한 불평등이 우리 교회에도 영향을 미치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고통스럽지만 필요한 일

끝으로 교황은 4년 전인 지난 2019년 2월 바티칸에서 전 세계 주교들과 수도회 장상들이 교황청 관계자들과 함께 “교회 지도자들에 의한 미성년자 성 학대 사건의 잘못된 관리라는 가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의가 열렸다고 떠올렸다. 아울러 “이 이야기의 영향을 축소하거나 현재의 위험을 축소하는 이는 그토록 많은 고통을 겪은 이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이며 자신들이 섬긴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속이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한 “교회 내 누군가에 의한 성 학대가 어디서 발생했든 간에 그것은 하느님 백성의 안녕을 명백히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그에 대한 잘못된 대처는 모든 이의 눈에 주님의 복음을 계속 훼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필요하지만 고통스러운 이 교회 직무에 마음과 힘을 다하는 모든 이”의 노력을 파라과이의 수호성인이신 아순시온 성모님의 전구에 의탁한다고 말했다.

오말리 추기경의 보고

미국 보스턴대교구장 겸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 의장 션 패트릭 오말리 추기경이 “학대 피해자에 대한 교회의 제도적 대응”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로 총회를 시작했다. 오말리 추기경은 “교회 내 학대와의 싸움은 약 40년 동안 이어진 점진적인 노력”이라며 “이 고통스러운 현실에 대한 더욱 깊은 이해”를 요하는 장기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임 교황들이 택한 길을 알지 못한다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취한 결정적인 조치”를 더욱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수년에 걸친 싸움, 1993년 덴버에서 2020년 7월 지침서까지

오말리 추기경은 지난 1993년 8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미국 덴버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를 통해 사제들이 저지른 미성년자 성 학대의 폐해를 처음으로 언급한 이래로 역대 교황들의 대처를 되짚었다. 아울러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무관용”(zero tolerance) 원칙을 채택하면서도 피해자들에게 다가가 돌봄을 실천했다고 말했다. 또한 교계가 학대 사건을 소홀히 대처한 부분을 인정하고 학대 방지 및 예방을 위한 교구 내 지침을 마련했다며, 교회의 평판을 지키는 일보다 피해자를 돌보는 일을 우선순위로 삼았음을 떠올렸다. 프란치스코 교황 재임기간 중 △2014년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 설립 △2019년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바티칸 회의 △미성년자 학대 사건에 대한 교황의 비밀 유지 폐지 △2020년 7월  교황청 신앙교리성(현 신앙교리부의 전신)이 발표한 ‘성직자가 저지른 미성년자 성 학대 사건의 처리 절차를 위한 지침서’(vademecum) 등 구체적이고 강력한 조치가 이뤄졌다. 

교회 안에는 죄의 흔적이 있지만 변화를 위한 노력도 있습니다

오말리 추기경은 “교회 안에는 피해자와 가해자, 은폐자와 발견자, 트라우마와 치유가 공존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심각한 죄와 범죄, 죄책감, 생명을 위협하는 병폐, 인간적 제도적 실패의 명백한 징후”가 있지만, 동시에 “죄를 인정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있다”는 것이다. 오말리 추기경은 이 두 가지 극적인 모습 중 하나만 강조하는 것은 “위험하고 건강하지 않다”며 “그다지 객관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피해자를 돕기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

오말리 추기경은 중남미 교회에서도 학대 예방이 “우리가 서로 관계를 맺는 방식, 공동체를 이루는 방식, 진정으로 시노드 정신에 따라 살아가는 방식에 도움이 되는 보다 폭넓은 돌봄과 좋은 대우의 문화에 통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교황청 미성년자보호위원회의 주요 우선순위 중 하나는 의심할 여지 없이 피해자에 대한 관심이라며 “이를 위해 우리는 국가 차원에서 시행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를 위한 경청 센터를 만들고, 양성 분야에서 지역 교회를 도우며, 전 세계 여러 교구 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영자를 양성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함입니다.” 

아직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 교황

오말리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임기간에 “이 사안이 다른 때보다 눈에 띄게 드러났고 교회가 이 같은 범죄에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는 인식 수준에 충분히 도달하기 시작했다”고 결론지었다. 오말리 추기경은 교황이 “보다 인간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개시하고 피해자들을 위한 정의를 실현할 수 없게 만드는 은폐를 포함한 온갖 종류의 장애물에 맞서” 이 재앙과 싸우려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교황님은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다. 교황님은 이 범죄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아낌없이 투입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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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3월 2023, 16: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