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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립 라테라노 대학교 알폰시아눔 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한 교황 교황청립 라테라노 대학교 알폰시아눔 공동체 구성원들과 함께한 교황  (Vatican Media)

교황 “강단 윤리는 안 됩니다. 신학은 실생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윤리신학자, 선교사, 고해사제들은 가장 작은 이들의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이면서 하느님 백성과 살아 있는 관계를 맺도록 부름받았다. 교황청립 라테라노 대학교 알폰시아눔이 주관한 컨퍼런스 참가자들의 예방을 받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같이 자비 안에서의 식별을 강조했다. 아울러 생명윤리 분야와 관련해 과학적 엄격함과 사람들의 실생활에 대한 친밀함을 어우러지게 하면서 “극단적인 양극화의 역학을 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Paolo Ondarza / 번역 김호열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구사하면서 윤리적 삶에 대한 실천적이고 인간적인 제안을 발전시켜 신학적 성찰의 결실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초대했다. 이 같은 초대는 교황청립 라테라노 대학교 알폰시아눔이 “성 알폰소: 가장 작은 이들의 목자이자 교회 학자”라는 주제로 개최한 컨퍼런스 참가자 약 300명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나왔다. 교황은 3월 23일 바티칸 클레멘스 홀에서 컨퍼런스 참가자들에게 “항상 구체적인 사람들 편에 서고”, 우리도 저마다 “하느님 백성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효율주의와 버림의 사고방식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견고한 제방을 쌓기 위해 윤리적 성찰의 도구”를 활용하라고 권고했다. 

“여러분은 양떼에서 나왔습니다. 여러분은 그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여러분은 그들에게 속해 있습니다. 신자들의 분위기, 신자들의 생각을 잊지 마십시오. 이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가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양떼는 ‘믿음에 있어서 오류가 없으며’(infallibile in credendo), 거룩하고 신실한 하느님의 백성입니다. 이를 잊지 마십시오. 제1차 바티칸 공의회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그렇게 말합니다.” 

교황청립 라테라노 대학교 알폰시아눔 공동체의 예방을 받은 교황
교황청립 라테라노 대학교 알폰시아눔 공동체의 예방을 받은 교황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윤리는 안 됩니다

교황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윤리, 강단 윤리가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삶을 위한 제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곧, “이해와 용서, 동행 그리고 무엇보다도 통합을 목표로 하는 자비로운 사랑으로 충만한 사목적 식별”로 성숙해진 제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사실 모든 윤리신학적 제안은 하느님 사랑을 바탕으로 한다. 이와 관련해 교황은 개인의 경험을 공유했다.

“베른하르트 헤링 신부님의 첫 번째 저서 『그리스도의 법』(La legge di Cristo)을 읽는 것이 금지됐다고 생각해 보세요. ‘안 됩니다. 그 책은 이단이니 읽으면 안 돼요!’라고요. 제가 윤리신학을 공부하던 시대는 ‘제대에 촛대 두 개가 부족하면 대죄, 한 개가 부족하면 소죄’라는 분위기였습니다. 결의론적 윤리신학이 지배적이었죠. 다행히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차가운 윤리신학, 강단 윤리신학은 과거의 유물입니다.”

교황의 호소

교황은 “윤리신학자, 선교사, 고해사제들은 하느님 백성과 살아 있는 관계를 맺도록 부름받았다”며 “특히 가장 작은 이들의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실제 어려움을 파악하며, 그들의 관점에서 그들의 존재를 바라보고, 그들에게 하느님 아버지의 영원한 사랑의 빛을 반영하는 답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청립 라테라노 대학교 알폰시아눔 공동체의 예방을 받은 교황
교황청립 라테라노 대학교 알폰시아눔 공동체의 예방을 받은 교황

경청과 난상토론의 ‘중도’

교황은 생명윤리 문제와 관련해 “알폰소 성인이 갈등 상황을 두고 권고한 대로 경청과 난상토론의 인내심”을 기르라고 요청했다. 그것이 “모든 생명의 신성함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공동의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근본적인 자세라고 덧붙였다.

“건전하고 풍요로운 과학 및 신학 연구보다 언론 논쟁에서 더 많이 나타나는 극단적인 양극화의 역학을 피해야 합니다. 그보다는 알폰소 성인이 항상 가르쳐준 대로 ‘중도’(中道)의 원칙을 적용해야 합니다. 이 원칙은 그저 수완 좋게 균형을 이루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교적 ‘중도’는 창의적입니다. 창의성에서 나오고, 무언가를 만들어 냅니다. 중도를 연구하고 실천한 사람만이 이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균형을 찾고 있나요? 아닙니다. 그것은 ‘중도’가 아닙니다. 생명윤리의 제안은 삶의 도덕적 딜레마에 직면했을 때 종종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의 실제 드라마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성숙한 양심

교황은 복합적이고 급격히 변하는 시대 상황에서 형제자매들에게 봉사하고 “신앙에 뿌리를 내려 성숙하고 책임 있는 양심에 적합한 합리적이고 건전한 주장”을 발전시킬 수 있는 “성숙한 양심”의 소유자들이 주인공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심은 모든 인간이 홀로 하느님과 함께 있고 그 깊은 곳에서 하느님의 소리를 듣는” 자리이며 “각자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방법을 배우는” 학교라고 설명했다. 

겸손과 희망

교황은 사회 윤리 문제로 관심을 이어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복잡한 구조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제시된 태도는 단죄하는 태도를 피하고 하느님 백성과 겸손하게 동행하는 것이라고 교황은 설명했다.

“환경 위기, 생태적 변화, 전쟁, 새로운 노예를 만들어낼 정도로 사람들의 삶을 조건 짓는 금융 시스템,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형제애, 민족과 민족 사이의 형제애를 구축하는 도전 등 이러한 문제들은 우리의 연구와 대화에 자극이 돼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인류 역사의 목적이시고’(사목헌장 「기쁨과 희망」(Gaudium et spes), 45항),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워진 인류는 하느님의 가족으로 성장해야 합니다(「기쁨과 희망」, 40항 참조).”

교황은 이주 및 소아성애라는 심각한 윤리적 문제와 함께 오늘날 소수의 손에 집중된 부나 세계 강대국들의 분열의 문제도 다뤘다. 교황은 “우리 안에 깃든 희망에 대해 누가 물어도 대답할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하며” 확신을 갖고 이러한 도전에 대응하라고 격려하는 한편, 구원의 진리와 사람들의 선익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75년의 활동

교황청립 라테라노 대학교 알폰시아눔은 오는 2024년 설립 75주년을 맞이한다. ‘지극히 거룩한 구속주회’(약칭 구속주회)에 의해 1949년 2월 9일 설립된 알폰시아눔은 훗날 교황청립 라테라노 대학교 과정으로 편입됐다. 알폰시아눔은 지난 세기의 윤리 신학을 쇄신한 성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의 정신과 특히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 표현된 교회 교도권과 조화를 이루며 개인적이고 그리스도교적인 차원에서 인간에 대한 총체적 지식 탐구를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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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3월 2023, 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