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앎과 신앙이 증오의 어둠을 밝힙니다”
Paolo Ondarza / 번역 이재협 신부
증오의 어둠이 짙어지는 세상에서 수많은 젊은이를 위해 “온유한 빛”이 돼야 한다. 곧, 문화라는 빛은 단순히 눈에 보이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과 그 너머를 잘 볼 수 있게 하려고 존재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월 13일 교황청 사도궁 콘치스토로 홀에서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소재 술칸-사바 오르벨리아니 대학 대표단 84명을 만나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연설했다. 술칸-사바 대학은 최근 개교 20주년을 맞이했다.
교육은 빛으로 이끄는 일
교황은 교육(gantleba)이라는 단어를 조지아어로 명확하게 발음하며 이 단어가 ‘빛’을 어원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단어는 무지의 어둠에서 앎의 광채로 나아가도록 일깨우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러분에게 교육은 다시 한번 빛으로 나오도록 이끄는 일을 뜻합니다. 교육은 깨달음과 동의어입니다. 이는 중요합니다. 어두운 방에서 불을 밝힐 때를 떠올려 주기 때문입니다. 방 안에 있는 사물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지만 빛에 비치는 모습은 변합니다.”
문화와 신앙
교황은 이 같은 일이 인간 존엄을 중심에 두는 대학에서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술칸-사바 대학은 학생들이 공부와 헌신을 통해 자기 자신에 대한 앎으로 나아갈 수 있게 인도해야 한다. 교황은 “조지아어에서 ‘빛’이라는 단어의 어원이 교육이라는 단어와 세례라는 단어 모두에 담겨 있어 문화와 신앙을 연결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건 우연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조지아 문화는 교육의 등불을 켜고 신앙의 창을 열어 두도록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둘 다 인생의 여러 방을 비추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망각과 무관심에서 오는 증오의 어둠이 짙게 드리우는 세상에서 이 유익한 앎의 조명이 필요합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것을 어둡고 흐릿하게 보이도록 하는 것은 종종 망각과 무관심입니다. 반면 문화와 교육은 과거의 기억을 복원하고 현재를 밝혀줍니다.”
스스로 다시 일어서는 힘
교황은 조지아의 역사가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많은 통로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러분의 나라 조지아는 수세기에 걸쳐 여러 차례 외세의 침략과 지배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든 다시 일어나 빛을 내는 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아울러 저는 여러분의 영토 일부가 빼앗긴 것도 생각합니다.”
“쾌활하고 용감하며, 환대하고 삶을 사랑하는 조지아 국민은 가장 어두운 시기에도 문화와 신앙 덕분에 긍정적인 태도를 함양하는 법을 알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스도의 성의가 드러내는 표징
교황은 이런 의미에서 “모든 이를 위해 열매를 맺는 씨앗”을 뿌리는 가톨릭 교회의 역할이 매우 소중하다고 말했다. 교육은 젊은이들의 성장을 돕고, 더 비옥한 뿌리를 발견하고 성장시키며 신앙으로 이끈다. 지난 2016년 교황의 해외 사도 순방 목적지였던 조지아는 오랜 역사 속에서도 젊음을 간직한 나라다. 교황은 일리아 2세 조지아 정교회 총대주교를 기억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하느님의 사람 일리아 2세 총대주교님은 위대한 인물입니다. 알다시피 저는 마음이 가라앉을 때면 그분의 음악, 그분이 부르는 노래를 듣습니다. 훌륭한 음악입니다. (…) 저는 총대주교님과의 만남을, 특히 조지아 총대주교좌 성당에 모셔진 예수 그리스도의 성의 앞에 나란히 서 있던 순간을 기억합니다. 요한복음은 예수님의 속옷을 ‘솔기가 없이 위에서부터 통으로 짠 것’(요한 19,23 참조)으로 묘사했습니다. 전통에 따르면 그 속옷은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일치의 상징입니다.”
다리를 놓으십시오
교황은 술칸-사바 오르벨리아니 대학이 문화와 교육 분야에서 가톨릭과 정교회 사이의 유익한 협력의 좋은 본보기를 어떻게 드러내고 있는지 강조했다. “국가와 국민의 유익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다리를 놓는 이 역할은 뛰어난 문화와 개방성을 간직한 조지아의 위대한 외교관 술칸-사바 오르벨리아니의 이름을 딴 여러분의 대학에 맡겨진 책임입니다.” 교황은 “유일무이함과 아름다움을 지닌 전형적인 조지아의 인본주의가 예술, 문학, 음악 및 여타 뛰어난 표현들을 통해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과 비교로 스스로를 풍요롭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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