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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포럼 글로벌 회의 참가자에게 축복하는 교황 원주민 포럼 글로벌 회의 참가자에게 축복하는 교황  (Vatican Media)

교황 “더 이상 자연자원을 무분별하게 소모하지 맙시다. 원주민에게서 배웁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월 10일 국제농업개발기금(IFAD)이 주최한 제6차 원주민 포럼 글로벌 회의 참가자들을 만났다. 포럼은 “오늘날 유례 없는 사회·환경 위기” 가운데 원주민의 “생활양식을 배우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기 위해 마련됐다. 교황은 각국 정부에 원주민의 권리를 존중하라고 호소하며 “채굴주의와 삼림벌채가 원주민 문화를 말살하고 있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박수현

원주민을 절대 업신여기지 말아야 한다. 이는 “사회적 불의”이자 “중대한 잘못”이다. 우리는 오히려 원주민에게서, 원주민의 문화와 전통에서 배워야 한다. 특히 지구 보호와 관련해 그들에게 귀 기울여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미 사도 순방과 지난해 캐나다 사도 순방 때와 마찬가지로 자원채굴과 삼림벌채로 상처를 입은 원주민을 위해 전 세계에 이 같이 호소했다. 교황은 오늘날 세계가 겪고 있는 “유례 없는 사회·환경 위기”에 맞서 싸우기 위해 원주민을 우리 생활양식의 모델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원주민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생활양식에서 배워야 합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자연자원을 탐욕스럽게 약탈할 수 없다는 것을 적절하게 이해해야 합니다. 땅(지구)은 우리 각자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내어주는 우리 어머니가 되도록 우리에게 맡겨졌기 때문입니다.”

생물다양성

교황은 스페인어로 준비한 연설에서 “원주민의 기여는 기후변화와의 싸움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국제농업개발기금(이하 IFAD) 로마 사무국에서 열리는 원주민 포럼의 활동에 감사를 표했다. 이번 포럼은 원주민 대표들이 IFAD와 파트너십을 이루고 원주민 참여의 효율성을 개선하고자 우려사항, 요청사항, 권장사항을 전달하는 대화 플랫폼으로 진행됐다. 올해 포럼의 주제는 “기후 문제에 대한 원주민의 리더십: 회복탄력성과 생물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한 지역사회 기반 솔루션”이다. 지구 생물다양성의 80퍼센트가 원주민의 땅에서 발견되며 원주민이 전 세계 생물다양성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주민 포럼 글로벌 회의 참가자들의 예방을 받는 교황
원주민 포럼 글로벌 회의 참가자들의 예방을 받는 교황

유례 없는 위기

교황은 이와 관련해 “원주민이 환경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식하는 한편, 기후변화가 매일 인류에게 제기하는 엄청난 도전에 맞서 전 지구적 해법을 모색하는 원주민의 지혜를 강조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아울러 “불행하게도 우리는 유례 없는 사회·환경 위기를 목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진정으로 공동의 집(지구)을 돌보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개선하려면 생활양식과 생산 및 소비 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공동행동이 절실합니다

교황은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서구 문화에서 사회를 지배하는 기성 권력 구조를 다시 바꾸는 프로세스”와 “식민주의, 배척, 차별이 특징인 역사적 관계를 바꾸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가 “지구상에서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건설하고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대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충실하고 지속적인 협력의 결과인 공동행동을 절실히 필요로 합니다.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환경 문제와 그 인간적 뿌리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 영향은 물리적인 영향을 뜻하기도 하지만 심리적이고 문화적인 영향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원주민 대표들을 만나는 교황
원주민 대표들을 만나는 교황

원주민의 존엄과 권리를 존중하십시오

교황은 각국 정부가 “문화, 언어, 전통, 영성을 지닌 전 세계의 원주민을 인정하고 우리 위대한 인류 가족의 풍요로움이 바로 이 다양성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원주민의 존엄과 권리를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지구를 보호하는 데 있어 그 땅에 원래부터 살아왔던 공동체를 업신여긴다면 중대한 잘못입니다. 채굴주의, 기능주의는 원주민을 대수롭지 않게 보거나 업신여깁니다. 그렇지 않나요? 사회적 불의는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공정한 전환

교황은 “우리가 원주민 문화유산과 원주민 선조들의 기술을 소중히 여긴다면 더 나은 환경 관리의 여정을 시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특히 원주민 지원기금을 통해 자체 결정된 발전 과정에서 원주민 공동체를 지원하는 IFAD의 작업을 두고 “높이 평가할 모범사례”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황은 “이러한 노력이 갑절로 늘어나야 한다”며 “단호하고 장기적인 의사결정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정한 전환”을 이루는 것이 그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조화를 이루며 잘 살아야 합니다

교황은 사전에 준비한 원고에서 잠시 눈을 떼고 “잘 사는 것”과 “조화로움”이라는 두 가지 핵심어를 부연했다. “잘 산다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달콤한 인생이 아닙니다. 윤택한 부르주아의 방종한 삶도 아닙니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연에 어우러지며 사는 것입니다. 자연에 어우러지며 사는 것이지 자연과 균형을 이루는 게 아닙니다. 균형보다 탁월한 어우러짐을 추구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균형은 기능적일 수 있지만 어우러짐은 결코 기능적이지 않으며 그 자체로 지고한 것입니다.”

“조화롭게 움직이는 법을 아는 것이 우리가 좋은 삶이라고 부르는 지혜를 줍니다. 사람과 그의 공동체가 어우러지고, 사람과 환경이 어우러지며, 사람과 모든 피조물이 어우러져야 합니다.”

채굴주의와 삼림벌채의 상처

교황은 이 같은 어우러짐에 반대하며 “사람들을 말살시키는” 명백한 상처가 있다고 규탄했다. 곧, “채굴주의”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경우에는 삼림벌채, 다른 지역의 경우에는 자원채굴이 있습니다.” 교황은 “항상 어우러짐을 추구하라”고 초대했다. “토양, 환경, 날씨, 초목, 동물군에서 좋은 것을, 이처럼 일반적인 좋은 것을 존중하지 않을 때 우리는 비인간적인 태도에 빠집니다. 어머니 대지(지구)와의 접점이 끊어지기 때문입니다. 미신적인 의미가 아니라 문화가 이 같은 어우러짐을 가능케 한다는 의미에서 말입니다.”

“원주민 문화는 현대 문화로 바꾸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그들은 존중받기 위해 존재합니다. 두 가지를 고려하십시오. 첫째, 원주민이 꾸준히 발전할 수 있도록 하고, 둘째, 그들이 우리에게 전하는 지혜의 메시지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그 메시지는 현명함이지 백과사전 같은 해박함이 아닙니다. 그것은 일상을 보고 듣고 만지는 지혜입니다.”

조화를 위한 싸움

교황은 그러한 어우러짐을 선포하기 위해 끊임없이 “싸우라”고 격려했다. “이 기능주의 정치, 이 채굴주의 정치가 조화로움을 망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원주민의 이 조화로운 감각으로 잘 사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끝으로 교황은 이를 위해 계속 기도하고 있다며 자신을 위해 몇 가지를 요청했다. “잊지 말고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여러분 중 기도라는 것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기도 대신 저에게 좋은 기운을 보내주세요. 이곳에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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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월 2023, 0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