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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다큐멘터리 시사회에서 우크라이나 국기에 친구하는 교황 우크라이나 전쟁 다큐멘터리 시사회에서 우크라이나 국기에 친구하는 교황  (Vatican Media)

교황 “전쟁은 모든 이, 모든 것을 파괴합니다. 우크라 고통에 동참하는 일을 부끄러워 맙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맞아 에브게니 아피네예브스키 감독이 제작한 우크라이나 전쟁 다큐멘터리 ‘불타는 자유: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위한 싸움’ 바티칸 시사회에 참석했다. 새 시노드 홀 뒷줄에서 어린아이와 함께 앉아 관람한 교황은 러시아군에게 붙잡혀 현재 마리우폴 아조우스탈에 포로로 수감 중인 우크라이나 병사의 어머니와 제철소 소유주를 포함해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몇몇 주인공들을 만났다. 교황은 상영회 말미에 다음과 같이 기도했다. “주님, 우리의 마음과 우리의 생각과 우리의 눈을 치유하소서.”

Salvatore Cernuzio / 번역 박수현

“왜 우리는 평화롭게 살 수 없는 걸까요? 정말 간단한 일인데요. (…)”

우크라이나 전쟁 다큐멘터리 ‘불타는 자유: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위한 싸움’(Freedom on Fire: Ukraine's Fight for Freedom)에 나오는 장면 중 어린 우크라이나 소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교황과 교회 그리고 전 세계를 향해 던지는 이 질문은 단순하지만 가슴을 후벼판다. 에브게니 아피네예브스키 감독이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어리석은” 전쟁으로 정의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주년의 비극적인 기념일인 2월 24일 오후 새 시노드 홀에서 상영됐다.

교황과 어린 스비아토슬라프

새 시노드 홀의 가장 뒷줄에 앉은 교황은 상영이 끝난 후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몇몇 주인공들을 만났다. 그들 중에는 포로로 붙잡힌 군인의 아내 안야 자이체바 씨가 생후 1년4개월 된 아이 스비아토슬라프를 품에 안고 교황의 오른쪽에 앉아 있었다. 아이는 다큐멘터리가 상영되는 동안 교황의 지팡이를 가지고 놀았으며, 교황은 가끔 얼굴을 돌려 아이에게 미소를 짓거나 쓰다듬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아이와 눈을 맞추는 교황
우크라이나 아이와 눈을 맞추는 교황

참석자들에게 인사

교황은 궁핍한 이들, 난민들, 감독이 초대한 로마 거주 우크라이나 공동체 구성원 등 시사회에 참석한 약 240명과 인사를 나눴다. 교황청 공보실은 이들을 지원하는 협회 대표들과 교황청 애덕봉사부(교황자선소) 장관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이 이들을 동행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인들의 두려움

교황은 시사회 말미에 그들 모두에게 강복하며 함께 기도할 것을 요청했다. 교황은 영어로 “기도합시다”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다큐멘터리가 너무나 생생하고 사실적이라는 점에서 크게 마음이 아팠다며, 특정 장면에선 교훈적이라고 덧붙였다. 왜냐하면 전쟁과 같은 현실 앞에선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이 현실의 공포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주인공 중 한 명이 인류를 대변해 가능한 한 빨리 이 전쟁을 종식하라고 호소하는 장면에서 우크라이나인들의 두려움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쟁이 이대로 계속된다면 우리 모두를 파괴할 것입니다.”

“전쟁의 영은 파괴하는 것입니다”

참석자들과 함께 기도하는 자리에서 교황은  전쟁을 부추기는 증오의 강에서 인류를 치유해 달라고 주님께 청하며 전쟁이 초래하는 ‘파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주님께서는 사람을 만드실 때 땅을 가꿔 자라나게 하고, 아름답게 만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전쟁의 영은 그 반대입니다. 파괴하고, 파괴하고, (...) 제대로 자라지 못하게 하고, 남녀노소 모든 이들을 파괴합니다.” 아울러 “오늘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주년이 되는 날”이라며 “우크라이나에 관심을 가지고, 우크라이나인을 위해 기도하며, 그들의 고통에 마음을 열자”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의 고통에 함께하고, 함께 눈물을 흘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맙시다. 전쟁은 파괴이기 때문입니다. 전쟁은 언제나 우리를 약화시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이 사실을 깨닫게 해 주시길 바랍니다.”

교황의 기도 “우리 안에 평화의 씨앗을 뿌리소서” 

교황은 “하늘에 계신 거룩하신 아버지”께 진심 어린 기도를 바쳤다. “주님! 우리의 불행과 상처와 고통을 보소서. 우리의 이기심과 천박한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 우리가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는 능력도 보소서. 주님, 우리의 마음과 우리의 생각과 우리의 눈을 치유하시어 주님께서 만드신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하시고, 우리의 이기심으로 그것을 파괴하지 않게 하소서. 우리 안에 평화의 씨앗을 뿌리소서.”

우크라 병사 어머니를 만나다

교황은 산타 마르타의 집으로 돌아가기 전, 러시아군에게 붙잡혀 현재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포로로 수감 중인 우크라이나 병사의 어머니를 만났다. 병사의 어머니는 통역 사제의 도움으로 최근 몇 달 동안 체중이 40킬로그램이나 감소한 아들의 소식을 교황에게 전하며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운 아들과 다른 병사들이 곧 석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 어머니는 교황에게 세 가지 선물을 전했다. 하나는 자유를 얻을 때까지 저항을 상징하는 꽃이고, 두 번째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입 맞추고 축복한 노랑과 파랑의 우크라이나 국기다. 그 어머니는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의 전형적인 선물인 소금이 담긴 종이봉투를 건넸다. 그녀는 소금이 “매우 치열하고 비극적인 전쟁”에 필요한 “힘”을 상징한다며 “이 땅의 소금”이라고 설명했다.

“제3차 세계대전은 막을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국영 TV 채널 ‘TSN’ 특파원 나탈리아 나고르나야는 “전쟁 중 모든 이는 선을 행할 책임이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교황이 방문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고통받는 땅에 교황님이 방문하신다면, 파괴되고 폐허가 된 모든 도시에서 교황님의 길잡이가 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우리 모두는 주님께 이 전쟁을 끝내달라고 간구합니다.” 아울러 “전쟁 포로들이 풀려날 수 있도록” 교황의 지원을 요청했다. 또 “진정한 평화 회복을 소망한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파괴하러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제3차 세계대전은 막을 수 있습니다.”

교황은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의 소유주를 맞이하고 그로부터 제철소 금속으로 만든 팔찌 선물을 상징적으로 받았다. 교황은 손목에 팔찌를 착용하고 고통받는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해 기도한다고 말한 다음, 여느 때처럼 교황 자신을 위한 기도도 함께 요청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나온 금속으로 제작한 팔찌를 선물로 받는 교황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나온 금속으로 제작한 팔찌를 선물로 받는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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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월 2023, 2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