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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민주공화국 동부 지역의 폭력사태 피해자 및 생존자를 만난 교황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지역의 폭력사태 피해자 및 생존자를 만난 교황  (VATICAN MEDIA Divisione Foto)

민주콩고 폭력사태 생존자들, 교황에게 가슴 미어지는 이야기 털어놓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월 1일 콩고민주공화국 수도 킨샤사에서 내전으로 폐허가 된 동부 지역의 생존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생존자들의 참혹한 증언을 들은 뒤 폭력행위를 규탄했다.

Christopher Wells / 번역 고계연

콩고민주공화국(이하 민주콩고) 동부 지역에서 계속되는 분쟁의 생존자들이 대량학살과 신체훼손, 납치와 실종, 연쇄 강간과 성노예, 과밀하고 비위생적인 난민촌에 사는 실향민 등 잔혹한 폭력행위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2월 1일 오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이 사람들은 내전과 자연재해의 공포에 떨면서도 용서와 희망을 말했다. 한 생존자는 모두의 희망을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저희는 이 어두운 과거를 뒤로하고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길 원합니다.” 

“저는 여러분 가까이에 있습니다”

교황은 “여러분이 눈으로 보고 직접 경험한 비인간적인 폭력을 전해 들으며 계속 충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아무 말도 없이 남겨졌기 때문에 조용히 울 수밖에 없습니다.”

교황은 당초 민주콩고 동부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계속되는 치안 불안으로 발목이 잡혔다. 대신 교황은 그 지역 주민들에게 “나는 여러분과 가까이 있다”며 “여러분의 눈물은 나의 눈물, 여러분의 고통은 나의 고통”이라고 말했다. “불타버린 마을과 다른 전쟁 범죄로 슬픔에 빠지거나 집을 잃은 모든 가정, 성폭력 생존자, 부상당한 모든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저는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하느님의 어루만짐을 전하고자 합니다.’”

이어 교황은 “무장 폭력, 학살, 강간, 마을 파괴와 점령, 밭과 가축 약탈”을 비롯해 “이 나라의 부요함을 살인적·불법적으로 착취하고 이 나라를 통제하기 위해 분열시키려는 시도”를 “하느님의 이름으로” 규탄했다.

생존자들과 함께한 프란치스코 교황
생존자들과 함께한 프란치스코 교황

피의 울부짖음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교황은 모든 이, 특히 민주콩고에서 내전을 조장하는 이들에게 진심 어린 호소를 전했다. “이들의 피가 울부짖고 있습니다. 여기에 귀를 기울이고 (…) 하느님의 목소리와 양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무기를 버리고 전쟁을 끝내십시오!”

“이제 그만하십시오! 가난한 이들의 희생을 대가로, 피로 얼룩진 자원과 돈으로 부자가 되는 짓을 멈추십시오!”

교황은 평화를 증진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디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지 되물었다. 교황은 이에 대해 “‘아니오’라고 말하는 두 가지 행동방식과 ‘예’라고 말하는 두 가지 행동방식으로 다시 시작할 것”을 제안했다.

폭력과 체념에 “아니오”

먼저 우리는 예외 없이 “언제 어디서나 폭력에 ‘아니오’”라고 말해야 한다. 교황은 이 같은 폭력 거부가 그저 폭력행위를 회피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우리는 또한 폭력의 근원인 탐욕, 시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원한을 없애야 합니다.” 교황은 만남에 참석한 생존자들에게 “우리의 용감한 증인들이 제안하고 실천한 바와 같이 마음의 무장을 해제할 수 있는 용기를 내도록” 초대했다. 

두 번째로 교황은 체념하고 살아가는 일에 ‘아니오’라고 말하라고 당부했다. “민주콩고에 살고 있는 모든 분들이 포기하지 말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헌신할 것을 다시금 초대합니다.”

“동부 지역에서도 평화는 가능합니다! 이를 믿도록 합시다! 다른 사람들에게 미루지 말고, 우리가 평화를 위해 일하도록 합시다.” 

생존자들에게 말을 건네는 프란치스코 교황
생존자들에게 말을 건네는 프란치스코 교황

화해와 희망에 ‘예’

교황은 화해에 대해 “예”라고 말하라고 초대하며 “예”라고 말하는 두 가지 행동방식을 설명했다. 아울러 “서로를 용서하고, 이견 해소의 수단으로 전쟁을 내세우는 것에 반대”하는 생존자들의 열망을 높이 평가했다.  

교황은 “악에 선으로, 미움에 사랑으로, 분열에 화해로 대응하는 것”이 그리스도교의 예언자적 목소리라고 설명했다. “이 모든 것들은 악보다 더 강합니다. (…) 외부에서 현실을 파괴하는 대신 내부에서 현실을 바꿔나가기 때문입니다.”

“십자나무에서 악을 떠안으시고 당신의 사랑으로 악을 변화시키신 예수님의 방식으로만 우리는 악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끝으로 교황은 “희망에 ‘예’”라고 말해야 한다며, 이는 “결정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이어 희망엔 예수님이라는 샘이 있다며, 죽음과 무덤을 이기신 예수님을 강조했다. “예수님과 함께라면 악은 더 이상 삶에 대해 힘을 쓰지 못합니다.” 

“민주콩고 동부 지역의 형제자매 여러분, 이러한 희망은 여러분을 위한 것이며 여러분은 그럴 권리가 있습니다.” 교황은 “날마다 인내로 평화의 씨앗을 뿌림으로써” 그 권리를 얻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한 것을 심는 일은 우리에게 유익합니다.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사익을 편협하게 추구하는 걱정에서 벗어나게 하고 매일 살아갈 이유를 줍니다. 그것은 후한 인심으로 우리 삶에 풍미를 내고 우리로 하여금 하느님을 닮아가게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꾸준히 희망의 씨앗을 뿌리시는 분입니다.”

평화의 씨앗을 뿌리는 이들

교황은 평화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헌신하고 심지어 목숨까지 바친 이들을 언급하며 감사를 전했다. “그들은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이들이었습니다. 그들의 희생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교황은 동부 지역 피해자들과의 친밀함을 다시금 강조하고 그들 모두를 축복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우리의 형제이신 예수님, 죄와 고통의 어둠 한가운데에서 십자가라는 생명의 나무를 심으신 화해의 하느님, 여러분과 여러분의 나라와 여러분의 미래를 믿으시는 희망의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 여러분 모두를 강복하시고 위로하시길 빕니다.”

“예수님께서 여러분의 마음과 가정 그리고 민주콩고 전역에 평화를 내려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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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2월 2023, 2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