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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과 살라망카 유럽국제문제연구소 대표단 교황과 살라망카 유럽국제문제연구소 대표단  (Vatican Media)

교황 “전쟁에 굴복해서는 안 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26일 살라망카 유럽국제문제연구소(EIIS) 대표단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평화의 길로 계속 전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믿음에서 비롯된 사랑, 형제애, 진정한 휴머니즘은 증오와 배척과 잔인함을 이겨냅니다.”

Andrea De Angelis / 번역 김호열 신부

전쟁의 공포 앞에서 “패배와 치욕의 원인으로 보이는 것들이 십자가의 스캔들처럼 승리로 바뀔 수” 있다. 분쟁 상황에서 증오가 사랑을 이기는 것처럼 보일 때에도 바로 그 지점에서 “해결책을 제시하고 의지를 통합”해 평화 구축에 이바지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26일 오전 살라망카 유럽국제문제연구소(이하 EIIS) 대표단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이 같이 말했다. 교황은 EIIS 학자들과 연구원들을 다시 만나 기쁘다며, 자신이 주교로 있는 로마가 항상 만남의 땅이었음을 상기했다.

“로마는 수천 년 동안 문화와 민족이 어우러진 자리입니다. 이 보편적 소명을 계승한 사도좌는 모든 민족의 흥망성쇠와 열망, 노력, 더 나은 삶을 얻기 위한 어려움에 항상 주의를 기울였으며, 그들이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에게 약속하신 평화에 이르도록 항상 노력해 왔습니다.”

평화는 본질적으로 선입니다

교황은 평화가 “순전히 인간적 수단으로” 이룰 수 있는 것 이상이라며, 보편적 가치이자 모든 시대의 사람들을 위한 “본질적으로 선”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평화는 단지 힘의 논리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평화는 우리가 순전히 인간적 수단으로 이룰 수 있는 것 이상일 뿐 아니라, 단순히 힘의 균형이나 약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는 데 기반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 사이의 평화는 우리가 열렬히 이룩하고 또한 하느님께 열렬히 간청해야 하는 본질적인 선입니다.”

교황은 회칙 「Fratelli tutti」를 인용하면서 “전쟁은 정치와 인류의 실패, 치욕스러운 항복, 악의 세력에 대한 패배”(261항)라고 말했다. 

평화 추구는 끝이 없습니다

교황은 지난 세기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다시금 상기하면서 “오늘날의 세계도 ‘산발적인 세계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잠재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현실이 되게 하는 무기 생산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는 세태를 경고했다. 

“가장 중요한 예산이 무기 생산에 드는 비용이라면, 한 해 동안 무기를 생산하지 않는 비용으로 전 세계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호전적인 파괴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날 무기 기술이 하나의 폭탄으로도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전체를 파괴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봅시다. 거기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는 걸까요? 우리가 그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는 이를 좀체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까닭에 인류 화합과 평화를 위해 지치지 않고 싸워야 합니다. 여기에는 휴가가 없습니다.”

교황은 이탈리아 레디풀리아의 군인 묘지를 방문했을 때 “어린아이처럼 울었던” 일을 상기했다. 이어 안치오 군인 묘지 방문도 기억하며, 자신의 경험을 다음과 같이 전했다. “저는 묘비에 적힌 군인들의 나이를 보았습니다. 스무 살, 스물한 살, 열아홉 살, 스물두 살이었습니다. 제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었습니다.” 교황은 사람들이 지난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저는 피아베 강 전투 100주년을 맞아 레디풀리아 군인 묘지를 참배했습니다. 군인들의 묘지를 보았을 때 제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었습니다. 저는 어린아이처럼 울었습니다. 저는 매년 11월 2일 ‘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을 맞아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하려고 묘지를 찾습니다. 한 번은 안치오 미군 묘지를 찾은 적이 있습니다. 안치오는 상륙 작전이 있었던 곳입니다. 저는 묘비에 적인 군인들의 나이를 보았습니다. 스무 살, 스물한 살, 열아홉 살, 스물두 살이었습니다. 제 마음을 요동치게 하는 무엇인가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난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정확히 언제인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노르망디 상륙 작전 기념식이 있었을 때입니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이 나치즘의 종식, 곧 유럽 해방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었기에 이를 기념하고자 여러 국가의 수반들이 기념식에 함께 왔었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 해변에서 3만 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전사했다는 것을 기억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들의 어머니들을 생각합니다. 우체부가 그들에게 전보를 전했을 것입니다. ‘부인, 전보입니다.’ 전보를 받아든 어머니는 전보를 열었을 것입니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웅의 어머니가 되신 것을 당신께 알리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훈장을 전달했을 것입니다. 이는 전쟁의 비극입니다. 우리는 언제 이것이 비극임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전쟁을 극복하기 위한 기도와 노력

교황은 전쟁의 공포 앞에서 패배감을 느끼지 말라고 모든 사람의 양심에 강하게 호소했다. 전쟁의 실패는 “삶의 교훈”이 될 수 있으며, 전쟁은 끔찍하지만 우리를 도전으로 이끈다고 말했다. 또한 사랑이 증오를 이기고, 형제애가 배척을 이기고, 진정한 휴머니즘이 잔인함을 이길 수 있도록 힘쓰는 도전으로 우리를 이끈다고 덧붙였다. 

“전쟁은 끔찍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전쟁에 굴복하지 말아야 합니다. 전쟁의 잿더미에서 새로운 것이 태어날 수 있습니다. 전쟁의 실패에서 우리는 삶의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패배와 치욕의 원인으로 보이는 것들이 십자가의 스캔들처럼 승리로 바뀔 수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우리의 기도와 노력을 통해 해결책을 제시하고, 의지를 하나로 모으고, 믿음에서 비롯된 사랑, 형제애, 진정한 휴머니즘이 증오와 배척과 잔인함을 이겨낸다는 사실을 증거하면 됩니다.”

살라망카 유럽국제문제연구소(EIIS)

EIIS는 외교, 글로벌 거버넌스, 지속가능한 개발 및 경제 성장에 중점을 둔 국제관계 연구 및 교육센터다. EIIS는 항상 사회적 책임을 염두에 두고 직업 생활에 도움이 될 가치와 원칙을 갖춘 통합 교육을 연구소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또한 국제기구, 외교부처 및 학술기관 간의 대화를 위한 독립적인 포럼을 제공하고 상호 이익이 되는 솔루션 개발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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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1월 2023, 1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