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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하느님의 말씀은 모든 이를 위한 것... 교회는 편협한 마음 아닌 넓은 마음 지녀야”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22일 ‘하느님의 말씀 주일’ 미사 강론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선포해야 할 긴급성을 상기하며 “넓은 마음”으로 하느님을 고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느님의 말씀에 감명을 받은 이들은 만나는 모든 이를 하느님 나라의 배에 태울 수 있도록 말씀을 선포하려는 열망을 품게 된다. 교황은 이것이 “개종 강요”가 아니라며 “우리를 부르는 것은 하느님 말씀이지 우리의 말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약 5000명의 신자들이 참례한 가운데 교황은 미사 말미에 3명의 평신도에게 독서직을, 7명의 평신도에게 교리교사직을 수여했다.

Benedetta Capelli / 번역 이재협 신부

하느님의 말씀은 빛이며 지친 마음을 위한 위로이자 저절로 싹트는 선물이다. 또한 예리한 검처럼 우리 삶을 관통해 우리가 안주하지 않고 위기 속에서 나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가리키고 또 우리를 변화시킨다. 하느님의 말씀은 침묵 속에 머물 수 없으며 선포되어 고통받는 이들을 보듬기 위한 “살”을 내어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월 22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하느님의 말씀 주일’ 미사를 거행하며 이 같이 “말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들려줬다. 교황은 지난 2019년 9월 자의 교서 「그들의 마음을 여시어」(Aperuit illis)를 통해 연중 제3주일을 “하느님의 말씀 주일”로 제정한 바 있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오늘날에도 긴급하게 요청되는 복음 선포를 명확하고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교황은 하느님의 말씀이 “추상적이거나 정적인 공식으로 둘러싸여 있는” 게 아니라 “역사 속에서 역동적으로 살아 숨쉬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구원이 모든 이를 위한 것처럼 말씀도 모든 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넓은 마음으로 하느님을 고백하면서도 편협한 마음을 지닌 교회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 감히 말하자면 이런 교회는 재앙이 될 것입니다. 곧, 모든 이에게 구원을 선포하면서 그 구원을 받아들이는 길을 지나갈 수 없게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도록 부름받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말씀을 소홀히 하거나 너무 많은 부차적 활동, 토론에 몰두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랍니다.”

모든 이에게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경계를 허무신 예수님

교황은 우리가 걸어가야 할 세 가지 길을 제시했다. 첫 번째 길은 “하느님 말씀이 모든 이를 위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복음은 그 어디에서도 예수님을 “안주하는 스승, 의자에 앉아 있는 교수”로 설명하지 않는다. 예수님께서는 “여기저기를 두루 다니시며 순례하는 순례자”로 가시는 곳마다 하느님 사랑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시는 분이시다. 하느님의 사랑은 “어둠 속에 앉아 있는 백성들, 이방인, 이교도, 다른 지역에서 다른 문화를 지닌 모든 이”(마태 4,15-16 참조)를 위한 사랑이다. 

“예수님께서는 ‘경계를 넓히십니다.’ 사람을 낫게 하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 하느님 말씀은 이스라엘의 의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이를 위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먼 곳에 있는 이들에게 다가가시고, 병자를 치유하시며, 죄인을 구원하시고, 길 잃은 양을 모아 들이시며, 마음이 지치고 억눌린 이들을 들어 높이고자 하셨습니다. 요컨대,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자비가 모든 이를 위한 것임을 우리에게 알려주시려고 경계를 ‘넘어서십니다.’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살아가기

교황은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다가왔다”는 마태오 복음 4장17절을 설명하며 “하느님의 친밀함은 중립적이지 않고, 그분의 재림은 만물을 있는 그대로 놔두거나 평온한 삶을 보존하게 놔두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여기서부터 하느님의 말씀이 이끄는 변화, 곧 회심이 시작된다. 회심으로 이끄는 말씀은 교황이 제시하는 두 번째 길이다. 

“여기 예수님의 초대가 있습니다. 곧, 하느님께서 여러분 가까이에 오셨습니다. 그러니 그분의 현존을 깨닫고 그분의 말씀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의 인생관이 바뀔 것입니다. 저도 여러분이 여러분의 삶을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살아가라고 권고합니다. 이는 교회가 우리 모두에게 제시하는 길입니다. 심지어 교회의 사목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하느님 말씀의 권위 아래에 있습니다. 우리 자신의 취향, 성향, 선호도에 따라 사는 게 아니라 우리를 빚어내고 회심시키며 하나인 그리스도의 교회와 일치를 이루도록 부르시는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살아야 합니다.”

사람 낚는 어부

모든 이를 향하고, 변화하고 움직이도록 재촉하는 하느님 말씀은 침묵 속에 갇혀 있을 수 없다. 교황은 사람 낚는 어부가 된 시몬과 안드레아를 기억하면서 “우리의 사명”을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길을 잃고 억눌리고 낙심한 이들을 찾는 이가 되는 것입니다. 그들에게 우리 자신을 가져다주는 게 아니라 하느님 말씀이 주는 위로, 삶을 변화시키시는 파격적인 하느님을 소리 높여 선포하는 것, 하느님께서 우리의 아버지이시며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말씀하시는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말씀이 지닌 역동성입니다. 곧, 하느님 말씀은 아버지 사랑의 ‘그물’ 안으로 우리를 끌어들이고, 우리가 만나는 모든 이를 하느님 나라라는 배에 올라타게 이끄는 주체할 수 없는 열망에 휩싸인 사도가 되게 합니다. 이는 개종 강요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우리를 부르는 것은 하느님 말씀이지 우리의 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새로 독서직과 교리교사직을 받은 10명의 평신도
새로 독서직과 교리교사직을 받은 10명의 평신도

“말씀을 전하는 이들에게 감사”

교황은 하느님의 말씀을 다시 중심에 두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이들, 특히 독서직과 교리교사직을 받는 10명의 평신도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날 미사 말미에 3명의 평신도(영국, 필리핀, 콩고민주공화국)가 독서직을, 7명의 평신도(이탈리아 출신 3명, 필리핀 출신 2명,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1명, 멕시코 출신 1명)가 교리교사직을 받았다. 교황은 이들에게 직무를 수여하며 그들이 선포하는 하느님의 말씀이 각자 자신들에게도 전하는 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항상 기도하며 삶으로 복음을 증거하라고 당부했다. 독서직을 받는 이들은 차례로 교황 앞으로 나와 성경을 받았고, 교황은 사람들의 마음에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충실하게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라고 당부했다. 이어 교리교사직을 받는 이들도 차례로 교황 앞으로 나와 십자가를 받았으며, 교황은 이들이 참된 사도적 열성으로 직무를 수행하길 당부하며 강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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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1월 2023, 2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