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힘겨운 시기에도 하느님께서 역사를 이끄십니다”
Paolo Ondarza / 번역 이재협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이 12월 12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과달루페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미사를 거행하고, 오늘날 여전히 세상 안에서 전쟁, 고통, 불의에 시름하는 이들을 위로하려고 서둘러 달려가시는 성모님을 강조했다. 교황은 500년 전 다른 세계와의 만남으로 인한 중남미 대륙의 주민들의 충격과 그에 따른 불안 및 복잡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하느님께서 성모님을 보내시어 그들의 걱정을 덜어주고자 하셨듯, 오늘날에도 “아무도 배제되지 않도록 가장 약한 이들을 위로하고 충만하게 하시려고 당신 어머니를 계속해서 보내주신다”고 설명했다.
역사를 이끄시는 하느님
교황은 1531년 테페약(Tepeyac) 언덕에서 성 후안 디에고에게 나타나신 과달루페 성모님이, 천사의 알림을 받은 뒤 엘리사벳을 방문하려고 서둘러 여행을 떠나셨던 때처럼 오늘날에도 도움이 필요하고 상처 입은 이 세상을 만나러 오신다고 설명했다. “성모님께서는 우리와 함께 있고 싶어하십니다. 우리가 당신을 우리 어머니로 받아들이고 우리 삶을 당신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를 향해 열라고 초대하십니다. 또한 우리가 예수님처럼 사랑하는 법을 배우도록 당신의 메시지를 받아들이길 당부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진정으로 인류 역사의 모든 순간을 이끄십니다.”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
교황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마리아를 통해 이 세상에 오신 사건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마리아에게서 나신 예수님을 통해 ‘영원하신 분’이 위태로운 우리 시대에 결코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영원히 들어오시어 우리와 함께 계시며 형제이자 동반자로서 우리 곁에서 여정을 함께하십니다. 우리와 함께하려고 오신 하느님께서는 우리 인간을 전혀 낯설게 대하지 않으십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와 같은 한 인간, 이웃, 친구로 오셨으며 죄를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우리와 똑같은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과달루페 성모님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물질주의와 무신론의 위협
교황은 과달루페의 성모님을 ‘갈색의 성모(Madre meticcia, 원주민 혼혈의 모습을 한 과달루페의 성모님을 사랑스럽게 부르는 호칭)’로 부르며 “성모님께서는 가난, 착취, 사회·경제·문화적 식민정책 등 힘겨운 상황을 겪는 중남미의 모든 민족들과 함께하려고 오셨다”고 설명했다. “과달루페 성모님은 자유를 찾아 북쪽으로 향하는 이주민들의 행렬 한가운데에 계십니다. 과달루페 성모님은 야만적이고 착취적인 이교 사상으로 인해 정체성을 위협받고, 실천적이고 실용적인 무신론의 적극적 선포로 인해 상처 입은 아메리카 민족들 한가운데에 계십니다.”
“올해 우리는 인류에게 있어 힘겨운 시기를 보내며 과달루페 성모님을 기념합니다. 지금은 전쟁의 굉음이 가득하고 불의가 만연하며 기아, 극빈, 고통으로 점철된 혹독한 시기입니다. 오늘날의 이러한 지평이 훨씬 더 큰 파괴와 고립을 동반함에 따라 우울하고 혼란스럽게 보이더라도, 거룩한 사랑과 겸손은 이 시간마저 구원의 복된 시기임을 가르쳐 줍니다. 동정 마리아를 통해 주님께서는 당신의 아드님을 계속 보내주시어 이기심, 무관심, 반목을 극복하는 형제애를 호소하십니다. 또한 주님께서는 우리의 소비주의적이고 냉담한 사회로부터 잊히고 버림받는 형제자매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 ‘서두르라’고 우리를 초대하십니다.”
과달루페 성모님 발현 500주년을 향하여
교황은 이날부터 중남미에서는 2031년 과달루페 성모 발현 500주년 준비 여정을 위한 대륙간 9일 기도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사회 및 교회 조직의 쇄신을 위한 이 기도 여정에 참여하는 중남미 교회 공동체와 민족들을 기억했다.
“과달루페의 정신 안에서 이 준비 여정에 임하시길 당부합니다. 성모님과의 만남을 자기 민족만의 전유물로 만들려는 이념적·문화적 제안들이 있다는 소식을 우려합니다. 이는 과달루페 성모님을 자신들만의 어머니로 만들려는 시도입니다. 성모님의 메시지가 세속적 방식과 이념으로 희석되지 않도록 반드시 힘쓰십시오.”
교황은 “성모님께서는 중남미의 정신을 구성하는 본질이 복음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그리스도를 믿는 사람으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 대한 믿음직한 증인이 되고, 돌보고 포용하고 회복하는 새로운 문화를 건설하는 데 결정적인 주인공이 되는 일은 우리가 맡아야 할 책임입니다.”
“우리 어머니이신 과달루페 성모님의 중재를 통해 예수님께서 모든 민족들이 갈망하는 기쁨과 평화의 날을 우리에게 허락하시길 빕니다. 그리하여 주님의 평화가 우리 마음 안에, 선의를 지닌 모든 이의 마음 안에 머물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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