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국제자원봉사 그리스도교단체연합(FOCSIV) 회원들과 함께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국제자원봉사 그리스도교단체연합(FOCSIV) 회원들과 함께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 “대립의 문명 안에서 갈등을 치유하려면 서로 만나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설립 50주년을 맞이한 ‘국제자원봉사 그리스도교단체연합(FOCSIV)’ 회원들의 예방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사전에 준비한 연설문을 참가자들에게 배포한 후 즉흥적으로 연설했다. 교황은 새로운 세계대전에 대한 자신의 우려를 함께 나누며 이탈리아 전역에서 전개하고 있는 자원봉사 활동을 높이 평가했다. 배포된 연설문에서 교황은 소외된 이들과 이주민들에 대한 생각을 드러내며, 오늘날 평화가 “우크라이나와 지구상의 다른 수많은 장소에서 짓밟히고 있다”고 한탄했다. “평화가 없을 때, 힘의 논리가 만연할 때, 사람들은 고통을 겪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집니다.”

Tiziana Campisi, Salvatore Cernuzio / 번역 이창욱

“우리는 대립의 문명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전쟁은 대규모 대립 상황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제3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한 세기 동안 하나의 대립이 본격화되고, 다른 대립이 뒤따르고, 그런 다음 또 다른 대립 상황이 펼쳐집니다. (...) 그런데 우리는 세계적인 차원이든 개인적인 차원이든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시 한번 새로운 세계 분쟁의 위험을 언급했다. 11월 14일 교황은 교황청 콘치스토로 홀에서 설립 50주년을 맞이한 ‘국제자원봉사 그리스도교단체연합(FOCSIV)’ 회원들의 예방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사전에 준비한 연설문을 내려놓고 즉흥적으로 연설했다. 국제자원봉사 그리스도교단체연합은 전 세계 약 80개국에서 활동하는 90개 조직을 대표한다. 이날 교황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빈곤과 소외에 맞서 싸우는 데 이바지한 회원들의 귀중한 공헌을 높이 평가하면서 “가장 아름다운 일 중 하나”인 자원봉사의 가치를 강조했다.

“밖으로 나가는” 자원봉사

교황은 “각자 자유의지에 따라 누구나 자원봉사의 길을 택할 수 있다”며 “이 여정은 다른 이에게 나아가는 여정, 손을 내밀고 나아가는 여정, 다른 이들을 우려하며 밖으로 나가는 여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집에서 조용히 앉아 TV를 보거나 다른 일을 할 수 있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원봉사는 다른 이들을 돕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수고를 감내하는 것입니다. 자원봉사는 다른 이들을 위해 밖으로 나가는 노력입니다. 그런 것입니다. 책상에 앉아서 하는 자원봉사는 없고, TV를 보면서 하는 자원봉사도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원봉사는 항상 밖으로 나가는 일, 마음을 열고 손을 내밀며 기꺼이 걸을 준비를 갖추는 일입니다. 만나고 내어 주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일입니다.”

대립의 문명

다른 이들을 만나고 내어 주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자원봉사는 오늘날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 그리고 그러한 대립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는 현실에 비춰볼 때 매우 중요하다. 교황은 1인2역 화법으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당신은 대립을 일삼고 있군요. 그런 당신은 대체 누구인가요?’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제가 누군지 관심이 없습니다. 어쨌거나 그것에 반대합니다. 이것도 반대합니다.’ 이러한 정체성은 무엇이든 ‘태클을 걸고’ 훼방을 놓는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제안하는 길, 여러분이 살아내고 있는 길, 참된 그리스도인이 제안하는 길은 만남입니다. 만남은 갈등을 해소하고 치유합니다.”

“우리는 대립의 문명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같이 해 봅시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 그거 말고’라고 말하는 게 더 쉽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사람을 찾기 위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손을 내밀어 줘야 하는 사람들을 찾기 위해, 훼방을 놓고 ‘반대(contro)’하는 게 아니라 ‘같이(con)’ 걷기 위해 밖으로 나갑니다.”

무상으로 그리고 소명으로

이탈리아 전역에 퍼져 있는 자원봉사자 네트워크는 이미 그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급여 없이” 그런 일을 한다. “어쩌면 여러분에게 버스요금으로 승차권을 줄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은 전혀 없습니다. 급여 없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명으로 그런 일을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시간 투자가 다른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교황은 “이탈리아 문화의 풍요로움 중 하나”인 자원봉사 여정을 계속 이어가라고 격려했다. 물론 다른 단체와 마찬가지로 문제도 있을 것이다. “문제가 생길 경우 타조처럼 머리를 땅에 파묻고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걷고, 가고, 언쟁을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언쟁도 때로는 유익합니다!”  

“아름다운 논쟁”은 좋습니다

교황은 “우리는 서로를 잘 이해하지만 형제처럼 다투기도 한다”며 “우애 깊은 형제들은 다투는 법을 잘 안다”고 말했다. 교황은 자신의 둘째 동생과 셋째 여동생이 말다툼을 했던 가족 일화를 떠올렸다. “그들은 못할 말이 없이 격하게 말다툼을 했습니다! 저는 거기서 그들의 말다툼 내용을 들으며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오, 하느님. 이 아이들이 서로의 말을 듣지 않는군요!’ ‘네가 그랬잖아. (...) 바보야. (...) 네가 이렇게 했고 저렇게 했고 (...)’ 온갖 말을 쏟아냈습니다. 그런 다음 말다툼이 끝났습니다. 그러자 제 남동생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바빠서 먼저 가야 돼. (...) 사랑한다!’ 남동생은 언제 다퉜냐는 듯이 여동생의 뺨에 입을 맞췄습니다. 입맞춤 한 번이면 그렇게 끝이 납니다.”

“형제자매는 언쟁을 벌일 수 있지만 본질적인 것, 곧 형제적 유대를 파괴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해야 하고, 진실을 찾아야 하고, 수많은 서로 다른 관점이 있고, 토론을 해야 합니다. (...)’ 좋습니다. 하지만 형제애를 훼손하지 마십시오. 항상 형제애는 남아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원봉사는 형제애에 대한 찬가, 이렇게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찬미가입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계속 그렇게 정진하도록 하십시오. 이런 의미에서 계속 도와주고,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며 도움을 주십시오.”

기존 연설문

참석자들이 배부받은 연설문에서 교황은 이탈리아 자원봉사자들의 증거를 “기아와 전쟁의 스캔들에 익숙한 세상에서 희망을 낳는 어머니 교회의 아름다운 표징”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기존 연설문에서 교황은 자원봉사의 증거를 가리켜 “더 이상 평화의 가능성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구체적인 응답”이라고 덧붙였다. “매일의 작은 일상의 조각들이 모두 형제애라는 커다란 모자이크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제3차 세계대전의 그림자가 국제사회의 운명에 드리워지고 사람들에게 끔찍한 결과를 초래합니다. 저는 특히 노인, 여성, 어린이를 생각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세대를 위해 어떤 미래를 만들고 있나요?”

교황은 연설문에서 “이는 국제 차원의 결정에서 항상 수반돼야 할 질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 사람 한 사람이 환대를 받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도록 강요받지 않는 연대의 세상”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는 단순한 소망이 아니라 매우 구체적인 지향입니다.”

평화와 발전

교황은 오늘날 상처받고 짓밟히는 평화에 대해 언급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려와 다양한 비극으로 고통받는 다른 많은 장소를 떠올렸다.

“평화가 없을 때, 힘의 ‘논리’가 만연할 때, 사람들은 고통을 겪고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며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홀로 남겨집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우리는 파괴와 죽음의 광경을 목격해 왔습니다. 정의 안에 구현된 평화는 존엄한 삶, 함께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기 위한 필수조건입니다.”

이주민에 대한 관심

교황은 같은 맥락에서 “품위 있는 삶을 찾아 고국을 떠나야 했던” 많은 젊은이들과 여전히 “더 나은 미래를 찾기 위해 온갖 형태의 비인간적이고 폭력적인 여정에 직면한” 남녀 및 어린이도 잊지 않았다. “우리가 그들의 운명에 왈가왈부하거나 외면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절망의 길에서 계속 죽어 나가는지 모릅니다.”

“전쟁, 굶주림, 박해 혹은 기후변화를 피하기 위한 강제이주는 이 시대의 거대한 해악 중 하나입니다. 모든 국가가 진정한 발전을 보장해야만 우리는 근본원인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

14 11월 2022, 0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