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아프리카를 착취하면 안 됩니다. 아프리카는 번영해야 합니다”
Alessandro Di Bussolo / 번역 박수현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19일 바오로 6세 홀에서 “아프리카 의사회(Medici con l’Africa – CUAMM)” 선교 공동체 설립 70주년을 맞아 공동체 구성원들의 예방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아프리카 의사회의 역사가 이탈리아 파도바에서 “젊은 아프리카 의대생을 환대하기 위한 대학” 설립 때부터 시작된다고 떠올렸다. 아울러 “아프리카와 함께하는” 아프리카 의사회의 헌신에 감사를 표하며,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조산사로 수많은 신생아의 출산을 돕고 있는 고령의 마리아 콘체타 에수(Maria Concetta Esu) 수녀와 같은 용감한 개척자들의 모범을 따르라고 초대했다. 마리아 콘체타 에수 수녀는 교황이 지난 2015년 자비의 특별 희년의 시작을 선포하기 위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도 방기를 방문했을 당시 만난 인물이다. 또한 교황은 아프리카 젊은이들이 저마다 출신국에서 “주인공으로 미래를” 살아낼 수 있도록 그들의 “지적 자본”을 소중히 여기라고 당부했다. 이날 교황은 7000명 이상의 아프리카 의사회 소속 의사 및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사랑을 감동적으로 표현했다. 교황은 아프리카를 “착취해서는 안 된다”며 “아프리카는 번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오는2023년 초 남수단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아프리카를 위한 일
베네타주 파도바교구장 클라우디오 치폴라(Claudio Cipolla) 주교의 인사말에 이어 교황은 아프리카 의사회의 헌신을 가리켜 “바람직한 태도”라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우리 관념 속, 집단 무의식 속에는 ‘아프리카를 착취해야 한다’는 추악한 생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각을 거슬러 여러분은 ‘아프리카와 함께’합니다. 아프리카와 함께한다는 것은 아프리카를 위한 일입니다.”
아프리카 젊은이의 “지적 자본” 지원하기
교황은 현재 단테 카라로 신부가 이끄는 아프리카 의사회의 여정을 가리켜 “나눔과 봉사의 여정”이라고 정의하며, 1950년 이래로 “거의 모든 아프리카 대륙을 가로질러 의료 지원을 제공하고 언제나 개발과 현지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프리카 대륙의 유효한 “지적 자본”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라고 당부했다.
“약 한 달 전, 저는 화상회의를 통해 아프리카 전역의 대학생들을 만났습니다. 저는 이 남녀 젊은이들의 지적 역량에 놀랐습니다. 길을 잃지 마십시오. 아프리카를 착취해서는 안 됩니다. 아프리카는 번영해야 합니다. 그러니 이들이 발전을 이루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줍시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황은 우리가 “주님의 기도”에서 하느님께 간구하는 것처럼 궁핍한 형제자매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는 것이 아프리카를 위해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일용한 양식”에는 건강 문제도 포함돼 있다.
“건강은 빵, 물, 집, 노동처럼 ‘기본 자산’입니다. 여러분은 오늘날 21세기에 정상적이고 기본적인 건강 관리를 받지 못하는 수많은 형제자매들에게 일용할 양식이 부족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류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모든 것을 파괴하는 군수 산업을 계속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군수 산업에 수십억 달러가 쓰이고, 일시적이며 (도덕적 의무를) 회피하는 산업에 막대한 자원이 소모되고 있습니다.”
중앙아프리카, 남수단... 사랑하는 아프리카
교황은 불행하게도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이러한 일용할 양식의 부스러기만 받거나 심지어 부스러기조차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고 한탄했다. 이어 “안전한 출산을 하지 못하고 때로는 목숨을 잃는 많은 산모들과 유아기에 이미 사망한 많은 아이들”을 언급했다. 교황은 지난 2015년 자비의 희년 성문을 열기 위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한 사실과 남수단과 같은 “특히 소중한” 아프리카 국가들을 기억하며 “하느님의 뜻이라면” 내년 초 남수단을 방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수단은 매우 가난하고 취약한 나라입니다. 세상은 그 나라에서 자원을 착취하는 일만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주님께서는 가장 사랑하시는 나라로 생각하시며 여러분을 착한 사마리아인, 하느님 복음의 증인으로 보내십니다.”
“사람들이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없는 곳, 무자비함으로 점철된 오지로 떠나는 힘겨운 도전에 직면하는 일을 겁내지 마십시오. 그들과 함께하십시오! 여러 해 동안 노력해야 합니다. 결과를 얻기 위해 실망과 실패가 잇따르더라도 낙담하지 마십시오. 평화와 갈등 극복의 도구로서 모든 이에게 열려 있는 끊임없는 봉사와 대화로 견뎌내도록 하십시오.”
교회, 정부 및 선교 수도회와의 협력
교황은 아프리카 의사회가 아프리카와 함께하는 측면을 가리켜 “언제나 아프리카인과 함께 나누고 그들을 위한 발전의 관점에서 지역 교회와 국가 기관과 협력”하는 사례라고 평가하며 “아프리카의 보건 분야에 아낌없이 참여하고 있는 선교 수도회와 함께 계속해서 일하라”고 격려했다. “힘을 합치고, 복음에 힘입어 사회 혁신을 지지하며, 극빈층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의료 서비스 재정지원을 모색하십시오.”
퇴보하고 있는 아프리카, 더 심각해진 빈곤
교황은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과 모든 이를 시험에 들게 하는 “전쟁, 심각한 국제위기”를 바라보며 “정신적 비극”이 되고 있는 케냐의 가뭄 위기를 언급했다. “가뭄 위기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합니다. 아프리카 주민들은 이미 매우 가난하고 사회적 보호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는 퇴보하고 빈곤은 악화되고 있습니다. 식량 가격은 모든 곳에서 상승하며 기아와 영양실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도한 연료비 때문에 의료 수송이 차단됐습니다. 의료품과 의약품은 모든 곳에서 부족합니다. 이에 대해 아무도 말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보이지 않는 ‘전쟁’입니다. 이는 특히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매우 힘겨운 영향을 끼칩니다.”
세계의 양심을 움직이기 위해 아프리카가 목소리를 내게 하십시오
교황은 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인들에게 헌신하는 아프리카 의사회 구성원들이 담대하게 “어두운 밤”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주님께서 도와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가 이미 엿볼 수 있고 여러분 스스로 목격하고 있는 그 작은 희망의 싹을 밝혀줄 새벽을 향해 마음을 돌리십시오.”
“아프리카가 겪고 있는 일을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매일의 헌신에서 마주하는 가난한 이들의 감춰진 소리 없는 고통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주시길 바랍니다. 무엇이 감춰져 있는지, 아프리카의 고난은 무엇이고 희망은 무엇인지 관심을 기울이도록 세상의 양심을 흔들어 깨우시길 바랍니다. 세상은 때때로 자기 자신에게 너무 골몰하고 다른 이에게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당신의 억압받는 백성의 부르짖음을 들으시는 주님께서 가장 가난한 이들과 함께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겸손하고 끈질긴 장인이 되라고 우리에게 요구하십니다.”
아프리카 젊은이들의 “보화”를 소중하게 생각하십시오
끝으로 교황은 “아프리카 젊은이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이 직업을 찾도록 도우라”고 당부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특히 출신국에서 주인공으로 자신들의 미래를 살아가길” 간절히 원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교황은 화상회의를 통해 아프리카 젊은이들과 만났을 때 느꼈던 그들의 “지성과 불안”에 대한 감정을 떠올렸다.
“그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들은 보화입니다. 매우 똑똑하지만 지리적, 사회적, 경제적 혹은 문화적 조건 때문에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젊은이와 아프리카 젊은이의 교류
교황은 새로운 세대가 “이탈리아와 아프리카 사이에 새로운 다리”를 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젊은이들이 두려움과 편견 없이 만나 토론하고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열 때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이러한 모험에 대학을 참여시켜 이탈리아 젊은이를 위한 교육, 연구 및 혁신의 여정이 아프리카 젊은이에게도 향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교류을 통해 온전한 인간 발전 프로세스를 이끌 수 있는 지도자가 양성됩니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50년째 일하는 작은 체구의 ‘용감한’ 수녀와의 만남
교황은 2015년 자비의 희년을 선포하기 위해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도 방기를 방문했을 당시 콩고민주공화국에서 50년 넘게 조산사로 살며 2000명 이상의 신생아를 받아주고 고아를 합법적으로 입양하도록 도와준 작은 체구의 “용감한 수녀”를 만난 일을 떠올리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마리아 콘체타 에수 수녀님은 아직도 콩고민주공화국에 살고 있습니다. 지금도 토요일마다 카누를 타고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수도 방기에서 식품을 사고 돌아옵니다. 수녀님은 여전히 조산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수녀님은 생명을 주기 위해 드러나지 않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수녀님의 그러한 모습을 여러분에게 남기고 싶습니다. 이 수녀님처럼 아프리카 사람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일생을 보낸 많은 사람들을 생각해 봅시다. 우리를 앞서가는 이러한 선구자들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고 용기를 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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