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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젊은이들에게 “평화의 시인이 되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28일 바오로 6세 홀에서 ‘평화의 학교 네트워크’가 마련한 ‘평화와 돌봄을 위한 행사’에 참여한 많은 학생들과 교사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청소년들에게 “평화의 시인”이 되고 마틴 루터 킹 목사와 성 요한 23세 교황의 모범을 본받아 “원대한 꿈을 꾸라”고 초대했다. 교황은 특히 반포 60주년을 앞둔 성 요한 23세 교황의 회칙 「지상의 평화」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며 학생들이 “회칙을 읽고 연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이재협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28일 바오로 6세 홀에서 ‘평화의 학교 네트워크’가 마련한 ‘평화와 돌봄을 위한 만남’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학생들과 교사들을 만났다. 평화의 학교 네트워크는 평화 교육을 장려하자는 취지로 설립된 이탈리아의 여러 학교 및 교육기관의 연합체다. 교황은 이 자리에서 아르헨티나 출신 시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와 원대한 꿈을 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를 기억하며 학생들에게 “평화의 시인”이 되라고 초대했다. 아울러 성 요한 23세 교황과 마틴 루터 킹 목사를 우리 시대의 두 예언자로 제시하며 이들의 모범을 배우길 바란다고 권고했다. 이날 교황과의 만남은 다양한 활동과 사업에 이어 내년 5월 페루자-아시시 성지순례로 막을 내릴 평화와 돌봄을 위한 만남 행사의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다. 평화의 학교 네트워크는 내년 5월 행사를 마치며 많은 청소년들의 활동결과와 제안이 담긴 문서를 발행할 예정이다. 

돌봄을 실천하기

교황을 만나려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이날 바오로 6세 홀에 모였다. 교황은 예정 시간보다 30분가량 일찍 나와 이들과 인사했다. 이날 만남은 대표로 뽑힌 학생들과 교사들의 발표와 증언을 비롯해 신나는 공연으로 어우러졌다. 또한 전쟁 희생자와 바다 한가운데서 목숨을 잃은 이들을 기억하는 침묵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많은 학생들은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장려”하길 호소했다. 교황은 연설을 통해 이번 행사의 주제를 인용하며 “평화는 우리 형제자매를 향한 돌봄을 실천함으로써 실현된다”고 말했다. 

“핵 공격 가능성이 있거나 가까운 곳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경우와 같이 우리는 직접적으로 위협을 느낄 때 평화에 대해 말하곤 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가 이주민 친지나 친구가 있을 때 이주민의 권리에 관심을 두는 모습과 같습니다. 하지만 사실 평화는 언제나 우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가 언제나 우리를 돌봐야 할 이웃, 형제자매들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교육에 관한 글로벌 콤팩트에 대한 응답

교황은 3년 전 출범한 ‘교육에 관한 글로벌 콤팩트’에 대한 응답으로 평화를 위한 학교 네트워크가 마련한 교육 프로그램을 높이 평가했다. 교황은 3년 전 교육에 관한 글로벌 콤팩트를 통해 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이들이 돌봄, 평화, 정의, 선, 아름다움, 형제애의 가치를 증진하는 이들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황은 여러 학교와 대학, 가톨릭 학교와 단체를 비롯해 공공 교육기관 및 평신도나 다른 종교가 운영하는 교육기관에서도 이러한 호소에 동참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아울러 바로 이러한 일치,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핵심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시대에도 평화를 일구고 도움이 필요한 이를 돌보는 사람들 혹은 단체들의 인상적인 증언을 만날 수 있습니다.”

“노벨 평화상을 받은 이들의 증언을 생각해 봅시다. 또한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평화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 많은 이들의 증언에도 귀를 기울이도록 합시다.”

착한 사마리아인의 모범

교황은 “돌봄의 가장 탁월한 모범”으로 복음에 나오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모습을 제시했다. 착한 사마리아인은 길에 쓰러진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부자인지 가난한지, 교육을 많이 받았는지 아닌지”와 전혀 상관없이 상처 입은 그를 치료했다. 착한 사마리아인은 “그 불행한 사람이 도움을 요청했는지 아닌지” 따지지 않았다. 복음은 착한 사마리아인이 “그를 보고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고 전한다. 교황은 그가 많은 질문을 하지 않았으며, 그저 “연민에 따라 움직였다”고 말했다. 

회칙 「지상의 평화」를 읽으십시오

교황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모습 외에도 우리가 본받을 만한 증거자 두 명을 모범으로 제시했다. 첫 번째 모델은 성 요한 23세 교황이다.

“성 요한 23세 교황님은 ‘착한 교황, 평화의 교황’으로 불렸습니다. 왜냐하면 베를린 장벽의 건설, 쿠바 위기, 냉전과 핵 공격의 위협으로 점철된 1960년대 초반에 저 유명하고 예언자적인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를 반포하셨기 때문입니다. 내년이면 반포 60주년이 되는 이 회칙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가르침을 전해줍니다!”

교황은 성 요한 23세 교황이 “선의의 모든 이에게 대화와 군축을 통해 모든 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길 요청했다”고 말했다. “당시 이 회칙은 그리스도교 세계를 넘어 모든 인류를 향한 가르침이었기 때문에 세상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유효합니다. 이런 까닭에 저는 여러분이 이 회칙을 읽고 연구하여 그 길을 따라 평화를 수호하고 널리 전하도록 초대합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교황은 회칙 「지상의 평화」가 반포된 지 몇 달 후 “우리 시대의 또 다른 예언자적 증언”인 마틴 루터 킹 목사가 “나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불리는 역사적인 연설을 했다고 떠올렸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1964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마틴 루터 킹 목사님은 인종차별이 매우 심각했던 미국 사회 내에서 모든 이가 정의, 자유, 평등의 세계를 꿈꾸게 만들었습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나의 네 아이들이 피부색이 아니라 자신들의 존엄에 따라 평가받는 그런 나라에 살게 되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원대한 꿈을 꾸십시오

교황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꿈을 이 같이 소개하며 학생들에게 물었다. “오늘과 내일을 위한 여러분의 꿈은 무엇인가요?” 교황은 성 요한 23세 교황과 마틴 루터 킹 목사처럼 “원대한 꿈을 꾸라”고 학생들을 격려했다. 

교황은 오는 2023년 8월 리스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에 많은 청소년들이 참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리스본의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하는 사람은 전 세계의 수많은 학생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평화이시며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이시고 우리의 아버지이신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형제애를 꿈꾸는 이들이 하나가 되는 체험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물리적으로 리스본으로 올 수 없는 친구들은 오늘날의 과학기술을 이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세계청년대회를 팔로우하고 참여하도록 초대합니다.”

“평화의 시인”

교황은 이날 만남을 마치며 “모두가 대림시기의 여정을 잘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평화를 위한 매일의 작은 행동으로 대림시기 여정을 보내길 바랍니다. 환대, 만남, 이해, 친밀함, 용서, 섬김의 행동을 온 마음을 다해 실천하십시오.” 끝으로 교황은 다음과 같은 말로 ‘끝나지만 종결되지 않고 열려 있는’ 보르헤스의 시를 인용했다. “이미 이 시를 쓴 휘트먼과 아시시의 프란치스코에게 감사하고 싶다. (...) 그들이 쓴 시는 결코 사라지지 않으며 만물과 하나가 된다. 그 시는 결코 마지막 구절에 다다르지 않으며 그것을 쓰는 이들에 따라 다양하게 변한다.” 

“여러분도 시를 계속 이어가라는 시인의 초대를 받아들여 각자 감사하고 싶은 것을 덧붙여 나가길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가 시인이 되길 바랍니다! 평화의 시인이 되길 바랍니다. 알겠죠?”

음악이 연주되는 가운데 교황은 휠체어를 타고 아이들과 학생들 무리 속으로 다가가 인사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준비해 온 현수막과 푯말을 펼쳐 들거나 로마의 주교와 만나 함께한 이날을 영원히 기억하고자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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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11월 2022, 0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