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신학자들에게 “성전(聖傳)에 충실하다는 것은 퇴보가 아닙니다”
Amedeo Lomonaco / 번역 이재협 신부
성전(Tradizione, 聖傳)은 나무 뿌리와 같아 교회를 아래에서 위로 자라게 한다. 하지만 오늘날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전진하지 않고 후진하는 움직임, 곧 ‘항상 이렇게 해왔다’는 논리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퇴보주의(indietrismo)”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24일 국제신학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이 같은 위험을 경고하면서 신학자들이 “맡은 임무를 지속적으로 쇄신하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발자취를 따라 걸으며 봉사하길” 당부했다.
더 나아가십시오
교황은 즉흥적으로 이 자리에 참석한 신학자들에게 “더 나아가라”고 당부하며, 교리 교사와 신학자를 다음과 같이 비교했다. 교리 교사는 아이들에게 “유행에 따른 새로움”이 아니라 “명확한 교리”를 전해야 하는 반면, 신학자는 “더 나아가야 할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그를 막는 것은 교도권의 역할입니다.” 교황은 신학 교수들을 향해 “신학 수업이 학생들에게 놀라움을 주는지 자문해야 한다”며, 이것이 자신의 수업을 평가하는 좋은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교황은 국제신학위원회의 신학자들 모두에게 “여성 신학자들이 늘어날 수 있도록 힘쓰라”고 당부했다. “여성의 참여가 단순히 유행이라서가 아니라, 여성은 남성과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시각이 신학을 더 깊고 맛깔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성전에 대한 창의적 충실성
교황은 5년 주기로 오늘날 보편 교회에 중요한 신학적 쟁점을 연구하는 제10기 국제신학위원회가 유념해야 할 3가지 지침으로 ▲성전에 대한 창의적 충실성 ▲다양한 학문에 이바지하기 위해 신중하게 자신의 역량을 개방하기 ▲단체성을 강조했다. 교황은 첫 번째 지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성전에 대한 창의적 충실성이란 엄격하고 개방적인 자세로 신학자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믿음과 사랑으로 투신하겠다는 다짐입니다. 하느님의 말씀과 하느님 백성의 신앙감각, 교도권과 여러 은사에 귀 기울이고 시대의 표징들을 식별하면서 말이죠. 또한 하느님의 계시에 관한 교의 헌장 『하느님의 말씀』(Dei Verbum) 8항의 가르침에 따라 성령의 도우심 아래 사도들에게서 이어오는 성전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 힘쓰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님은 지난 2006년 4월 26일 교리 교육을 통해 성전이란 ‘우리를 그 원천과 이어주는 살아있는 강, 언제나 원천들이 그 안에 현존하고 있는 살아있는 강’이라고 표현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 살아있는 강에 대해 이렇게 덧붙인 바 있습니다. ‘이 강은 여러 땅에 물을 대고 여러 지역을 비옥하게 해 주며, 그 땅과 그 문화의 가장 좋은 것을 싹트게 해 줍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복음은 세상의 모든 곳에서 언제나 새롭게 계속 구현되는 것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교황령 「진리의 기쁨」(Veritatis Gaudium), 4항 라.).’”
다양한 분야에 마음을 여십시오
교황이 강조한 두 번째 지침은 “복음을 심화하고 토착화하는 작업을 적절하고 예리하게 수행하기 위해 비가톨릭 신자를 포함한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다양한 학문 분야에 이바지하도록 신중하게 마음을 열 수 있는 기회”와 관련돼 있다.
“이러한 기회에 대해 저는 교황령 「진리의 기쁨」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습니다. ‘오늘날 학과 간(interdisciplinary) 접근 방식의 회복은 분명히 긍정적이고 희망적입니다. 연구의 대상을 여러 관점에서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돕는 단순한 복수 학과 간(multidisciplinary) 접근 방식처럼 ‘약한’ 형태의 학과 간 접근 방식이어도 그러합니다. 그런데 더 ‘강한’ 형태의 교차 학과 간(cross-disciplinary) 접근 방식은 더욱더 긍정적이고 희망적입니다. 이는 하느님 계시에서 흘러나오는 지혜가 주는 빛과 생명 안에 모든 학과를 자리하게 하고 활성화하는 접근 방식입니다(「진리의 기쁨」, 4항 다.).’”
단체성
교황은 세 번째 지침인 ‘단체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특별한 중요성을 지닌 단체성은 하느님의 모든 백성이 소집돼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진행하고 있는 시노드 여정에도 구체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제9기 국제신학위원회가 발표한 문서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시노달리타스」 75항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의 소명들이 그렇듯이 신학자의 직무도 개인적인 동시에 공동체적이고 단체적입니다. 그러므로 교회의 시노드 정신은, 신학자들이 서로 함께 경청하고 대화하고 식별하며 많고도 다양한 요구와 기여들을 통합하는 능력을 육성하여, 시노드적인 형태로 신학을 하게끔 요구합니다.’”
현재 국제신학위원회 위원들은 ▲동시대의 문화적 도전에 직면한 그리스도교 인간학 ▲제1차 니케아 공의회와 그 교리의 시사성 ▲창조의 거룩한 인호와 피조물 보호 등 세 가지 주제로 본회의를 진행 중이다. 본회의에 참석한 루이스 라다리아(Luis Ladaria) 추기경은 “자격을 갖춘 여성 신학자들의 존재가 유지됐다”며 “특히 5년 간격으로 열리는 지난 3번의 본회의에서 여성 신학자들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신학 분야에서 여성 신학자의 기여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표지입니다.” 이번 본회의에 참석한 신학자 가운데 평신도 신학자도 한 명 있다고 라다리아 추기경은 덧붙였다.
국제신학위원회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지난 1969년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제자들에게 맡기신 사명을 수행하는 데 소중한 도움을 제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국제신학위원회를 설립했다. 국제신학위원회는 중요한 신학적 문제들을 검증하는 데 있어 교황청을 도와 고유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지난 1994년 위원회의 주요 목표에 대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활동의 특징이었던 사목자와 신학자 사이의 긴밀한 협력을 영구적으로 지속하는 일”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 또한 지난 2014년 “‘국제적’이라는 위원회의 특성이 교회의 보편성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국제신학위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 대한 믿음을 함께 고백하는 여러 나라의 신학자들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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