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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과 대림시기 “깨어 기다립시다. 하느님은 일상사 안에 계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27일 주님 성탄을 준비하는 대림 제1주일 삼종기도 훈화를 통해 이날 복음에 나오는 “너희의 주인이 오실 것이다”라는 예수님의 아름다운 약속을 풀이했다. 교황은 우리 일상에서 우리를 부르시고 우리에게 말씀하시며 우리 행동에 영감을 주시는 하느님을 알아볼 수 있게 깨어 있자고 초대했다. 아울러 “세상사에 정신이 팔리지 말자”고 당부했다.

번역 이창욱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좋은 주일입니다!

우리는 오늘 전례의 복음에서 대림시기로 인도하는 아름다운 약속을 듣습니다. “너희의 주인이 오실 것이다”(마태 24,42 참조). 바로 이 말씀이 우리 희망의 기초이며, 우리 인생의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우리를 지탱해 줍니다. 다시 말해, 하느님께서 오실 것이고, 하느님께서 가까이 계신다는 약속입니다. 이를 절대 잊지 맙시다! 주님께서는 언제나 우리에게 오십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찾아오시고, 우리 가까이에 계시고, 마지막 때에 다시 오시어 우리를 당신 품에 안으실 것입니다. 이 말씀 앞에서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봅시다. 주님께서는 어떻게 오시는가? 우리는 어떻게 그분을 알아보고 모실 것인가? 이 두 가지 물음을 간략히 살펴봅시다.

첫 번째 물음은 ‘주님께서 어떻게 오시는가?’입니다. 주님께서 우리 여정에 함께하시고, 우리와 동행하시며 우리에게 말씀하신다는 말을 종종 듣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많은 것에 정신이 팔려 있기 때문에 이 진리가 우리에게 한낱 이론으로만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우리는 주님께서 오신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이 진리에 따라 살지 않거나 혹은 주님께서 일종의 놀라운 방식으로, 어쩌면 기적 같은 표징을 통해 오실 것이라고 상상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노아 때처럼”(37절 참조) 다시 오실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노아 시대에 사람들이 무엇을 했나요? 여느 때처럼 일상적이고 평범한 일입니다.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했습니다”(38절 참조). 다음을 명심합시다. 곧, 하느님께서는 우리 삶 속에 숨어 계십니다. 언제나 우리 삶 속에 계시는 주님께서는 우리 삶에서 가장 평범하고 가장 일상적인 상황 속에 숨어 계십니다. 하느님께서는 특별한 사건을 통해 오시는 게 아니라 일상적인 일을 통해 오시며, 일상적인 일을 통해 당신 자신을 드러내십니다. 그분께서는 우리 일상의 일터에서, 우연한 만남에서,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의 얼굴에서, 우리가 칙칙하고 단조로워 보이는 날들을 마주할 때에도, 그 순간 거기에 계십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부르시고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자리가 바로 거기입니다. 주님께서는 바로 거기에서 우리 행동에 영감을 주십니다. 

그런데 두 번째 질문도 있습니다. ‘주님을 어떻게 알아 뵙고 모실 수 있겠는가?’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합니다. 언제나 깨어 있으면서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오심을 알아보지 못하고 당신의 방문에 대비하지 않는 위험을 우리에게 경고하십니다. 저는 다른 때에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의 말씀을 다음과 같이 인용하곤 했습니다. “저는 주님께서 지나가실 때가 두렵습니다”(『설교집』 88,14.13). 곧, 주님께서 지나가실 때 그분을 알아보지 못할까 두렵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예수님께서는 노아 시대의 사람들이 먹고 마셨으며 “홍수가 닥쳐 모두 휩쓸어 갈 때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39절)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에 주목하십시오.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들은 자기 일에 골몰하다 홍수가 이내 닥칠 것이라는 사실도 깨닫지 못했습니다. 실로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오실 때 “두 사람이 들에 있으면,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둘 것이다”(40절)라고 말씀하십니다. 무슨 뜻일까요?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한 사람은 단순히 깨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상 안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주의가 산만해 하느님께서 “삽시간에 지나가 버리시는 동안” 아무것도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대림시기 동안 우리의 나태함을 떨쳐버리고 잠에서 깨어나도록 합시다! 스스로에게 물어봅시다. ‘나는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가? 나는 깨어 있는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는가? 나는 일상적인 상황 안에 계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알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는가, 아니면 세상사에 정신이 팔려 있는가?’ 오늘 그분의 오심을 우리가 깨닫지 못한다면, 마지막 때에 그분께서 다시 오시더라도 우리는 준비가 돼 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형제자매 여러분, 깨어 있으십시오! 주님께서 오시길 기다리고, 주님께서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오시길 기다리도록 합시다. 왜냐하면 그분께서 거기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깨어 기다리도록 합시다. 나자렛의 비천하고 감춰진 삶 속에서 하느님께서 지나가시는 것을 알아보고 태중에 하느님을 모셨던 기다림의 여인이신 거룩한 동정 성모님께서 우리 가운데 계시며 우리 곁을 지나시는 주님을 깨어 기다리는 이 여정에서 우리를 도와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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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11월 2022, 22:04

삼종기도(三鐘祈禱, 라틴어 Angelus 안젤루스)는 예수님 강생(降生) 신비를 기억하면서 하루에 세 번 바치는 기도다. (이 기도를 바치라는 표시로) 아침 6시, 낮 12시, 저녁 6에 종을 세 번씩 치면서 기도한다. 안젤루스(Angelus)라는 명칭은 라틴어로 시작하는 삼종기도 “Angelus Domini nuntiavit Mariae(주님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니)”의 첫 단어인 안젤루스(Angelus)에서 유래됐다. 삼종기도는 예수 그리스도의 강생에 초점을 둔 세 개의 간단한 계응시구와 세 번의 성모송으로 구성된다. 또한 이 기도는 주일과 대축일 정오에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순례객들과 교황이 함께 바친다. 삼종기도를 바치기 전에 교황은 그날 독서에서 영감을 얻은 짤막한 연설을 한다. 기도를 바친 다음에 교황은 순례객들에게 인사한다. 주님 부활 대축일부터 성령 강림 대축일까지는 안젤루스 대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기도인 레지나 첼리(라틴어 Regina Coeli ‘하늘의 모후님’), 곧 부활 삼종기도를 바친다. 삼종기도는 세 번의 영광송을 바치면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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