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교황 “폭력의 시대에 진정한 도전은 원수를 사랑하는 것”

프란치스코 교황이 11월 5일 바레인 국립경기장에서 거행된 미사를 통해 “예수님의 권능”에 대해 말했다. “예수님의 권능”은 모든 이, 심지어 원수들까지도 사랑하고, 악의 사슬을 부수고, 형제자매의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Amedeo Lomonaco / 번역 이정숙

바레인 국립경기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하는 평화와 정의를 위한 미사에 참례하고자 북아라비아대목구 4개국(바레인,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을 비롯해 걸프만과 그 외 지역에서 약 3만 명의 신자들이 모였다. 교황은 이들에게 “보편 교회의 애정과 친밀함”을 전했다. “교회는 여러분을 바라보고 감싸줍니다. 교회는 여러분을 사랑하고 격려해 줍니다.”

그리스도의 권능은 사랑입니다

교황은 강론에서 “더 많은 권력(potere)을 추구할수록 더 많은 평화가 위협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그리스도의 권능(potere)은 사랑이다. “그분의 위대한 권능은 폭력의 힘이 아니라 사랑의 나약함에서 나옵니다.” 교황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당신과 동일한 힘(potere)을 주셨다”며 “이는 곧 사랑할 수 있는 역량, 당신의 이름으로 사랑하는 역량, 당신께서 사랑하신 것처럼 사랑할 수 있는 역량을 주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 역량을 어떻게 행사할 것인가? 교황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조건 없이 사랑하는 것입니다. 일이 잘 풀리고 우리가 사랑하고 싶을 때뿐만 아니라 항상 사랑하는 것입니다. 우리 친구들이나 이웃을 비롯해 모든 이, 심지어 원수까지도 사랑하는 것입니다. 항상 그리고 모든 이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조금 생각해 봅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하는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례하는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

항상 사랑하십시오

교황은 예수님께서 “항상 사랑하라”고 이르신 말씀을 두고 “우리가 처한 상황이 어떻든 항상 그분의 사랑 안에 머물고 그 사랑을 함양하며 실천에 옮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수님의 시선은 구체적이라고 덧붙였다. “마치 우리의 대인관계에서 갈등의 순간이 존재하지 않거나 민족들 간에 적대감을 가질 이유가 없는 것처럼 감성적 혹은 낭만적인 사랑을 제안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교황은 예수님께서 “악과 원수에 대해 명시적으로 말씀하시는” 현실주의자라고 강조했다.

“그분께서는 우리의 관계 안에서 매일 사랑과 증오 간의 싸움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우리 내면에서도 빛과 어둠, 선에 대한 수많은 결심이나 소망과 이따금씩 우리를 장악하여 악행으로 이끄는 죄 많은 나약함 사이에서 싸움이 일어납니다.”

형제애를 구체적으로 살아내십시오

교황은 예수님께서 “우리 시대의 세계 곳곳에서 억압과 폭력을 부추기는 권력 행사 방식, 다른 사람들의 공간을 제한함으로써 자신의 공간을 확장하려는 방식, 자신의 지배권을 강요하고 다른 사람들의 기본적 자유를 제한하는 방식, 약자를 억압하는 방식을 보실 때 고통을 받으신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예수님의 제안은 “놀랍고 대담하다”고 말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악과 원수 앞에서도 항상 충실하게 사랑 안에 머물기를 요구하십니다.” 교황에 따르면 순전히 인간적인 반응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며, 이는 “(자신이) 당한 악과 똑같은 무기로 정의를 얻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님께서는 대담하게 새로운 것, 다른 것,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당신의 방식을 제안하십니다.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히려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마태 5,39). 이것이 주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바입니다. 곧, 형제애로 살아 숨쉬는 세상을 이상적으로 꿈꾸지 말고, 우리 자신부터 시작해 구체적이고 용감하게 보편적 형제애를 실천하고, 악을 경험할 때에도 선으로 인내하면서 폭력과 보복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마음을 무장해제하며 사랑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평화와 정의를 위한 미사의 한 장면
평화와 정의를 위한 미사의 한 장면

모든 이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십시오

예수님의 초대는 “주로 인류에 대한 중대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삶의 구체적 상황, 곧 가족과의 관계, 그리스도 공동체 안에서의 관계, 직장과 사회 현실에서 생겨나는 유대에 관한 것”이다. “평화의 임금을 따르는 사람들은 항상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교황은 “나쁜 말에 더 나쁜 말로 응수하거나 뺨을 때리는 이에게 똑같이 뺨을 때리는 행위로 응수한다면 평화를 회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런 게 아닙니다. 우리는 악의 사슬을 부수고, 폭력의 악순환을 끊고, 원한과 불평과 자기연민을 멈추기 위해 ‘비무장’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항상 사랑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하늘에 계신 하느님께 영광을 돌리고 땅에 평화를 건설하는 것이 예수님의 길입니다.” 하지만 교황은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 우리의 친구들”을 비롯해 “우리와 가까운 이들만 사랑하는 것으로 범위를 제한한다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가 아버지의 자녀가 되고 형제자매의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면, 진정한 도전은 모든 이, 심지어 원수까지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네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네 원수는 미워해야 한다.’고 이르신 말씀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그리고 너희를 박해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마태 5,43-44).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는 적을 두지 않고, 타인을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사랑하는 형제자매로 보도록 선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원수를 사랑한다는 것은 이 땅을 하늘의 반영으로 삼는 것입니다. 그것은 구별하거나 차별하지 않으며 ‘악인에게나 선인에게나 당신의 해가 떠오르게 하시고, 의로운 이에게나 불의한 이에게나 비를 내려’(마태 5,45) 주시는 아버지의 눈과 마음을 우리 세상으로 앞당기는 일입니다.”

그리스도처럼 사랑하십시오

교황은 “예수님의 권능은 사랑”이라며 “예수님께서는 이처럼 우리가 보기에 초인적인 방식으로 사랑할 수 있는 역량을 주셨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같은 역량은 단순히 우리 자신이 노력한 결과가 아니라 무엇보다도 하느님 은총”이라며, 다음과 같이 우리가 “간절히 구해야 하는 은총”이라고 말했다. “저를 사랑하시는 예수님, 당신처럼 사랑하는 법을 저에게 가르쳐 주소서. 저를 용서하시는 예수님, 당신처럼 용서하는 법을 저에게 가르쳐 주소서. 당신의 영, 사랑의 영을 저에게 보내 주소서.”

“이 은총을 청합시다. 우리는 너무나 자주 주님의 관심을 끌기 위해 많은 것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은 그리스도께서 사랑하시는 대로 사랑할 줄 아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것은 가장 큰 선물입니다. 우리가 기도로 주님을 위한 자리를 마련할 때, 우리를 변화시키는 주님의 말씀과 그분의 쪼개진 빵의 혁명적 겸손으로 그분의 현존을 받아들일 때, 우리는 그 선물을 받게 됩니다. 그리하여 서서히 우리 마음을 완고하게 만드는 벽이 허물어지고, 모든 이에게 자비를 베푸는 기쁨을 발견하게 됩니다.”

끝으로 교황은 “우리는 행복한 삶이 참행복을 거쳐 오고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이 되는 데 있음을 깨닫게 된다”며 강론을 마쳤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

05 11월 2022, 0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