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사람은 수식어(형용사)가 아니라 주어(명사)입니다”
Alessandro Di Bussolo / 번역 이창욱
“지속적으로 급변하는”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혁신적인 길에 나설 준비”가 돼 있는 프로젝트와 전망이 “더 많이” 필요하다. 또한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수식어(형용사)보다는 주어(명사), 곧 사람에 항상 주의를 기울이며 활동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31일 오전 콘치스토로 홀에서 커뮤니케이션협회조정위원회(COPERCOM) 설립 25주년 회의에 참가한 가톨릭 언론인 100여 명을 만나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연설했다.
25주년
이탈리아가톨릭언론연합(UCSI), 이탈리아가톨릭주간지연합(FISC), 이탈리아성바오로전국협회(ANSPI) 등 29개 단체 대표들에 의해 지난해 선출된 스테파노 디 바티스타 커뮤니케이션협회조정위원회 회장이 교황에게 인사말을 했다. 교황은 “이탈리아 주교회의(CEI) 사무처의 지지에 힘입어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국내 단체들을 연결할 수 있는 조직을 설립”한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교황은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가 급변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더 많은 “프로젝트와 전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으로 2년 연기된 커뮤니케이션협회조정위원회 25주년 행사를 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날 여러분과 같은 조직이 요구하는 사명을 성찰하는 데 있어 유익한 계기가 됩니다.”
조정부터 변화까지, 성찰을 위한 목표
교황은 함께 성찰해야 할 목표들 가운데 첫 번째로 “조정”을 제시했다. 이는 “매우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현실을 하나로 모으는 일”이다. 교황은 ‘조정’ 작업을 위해 “인내와 전망, 하나 된 목적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체에 봉사해야 할 개별 단체의 정체성의 향상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커뮤니케이션협회조정위원회에게 있어서 이는 “이탈리아 교회에 봉사하면서 모든 이의 유익을 위해 재능과 역량의 결실을 맺는 것”을 의미한다. 교황은 커뮤니케이션협회조정위원회가 지난 25년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다양하고 혁신적인 길에 나설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초대했다.
기술 혁신은 세대 전환을 가속화합니다
교황은 두 번째 목표로 “변화”를 강조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단순히 변화의 시대가 아닌 시대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2019년 성탄인사를 나누는 전통적인 만남에서 교황청 관료들에게 연설한 바와 같이 “삶의 방식, 관계를 맺는 방식, 생각을 전하고 구체화하는 방식, 세대 간 관계를 맺는 방식, 살아있는 믿음과 과학을 이해하는 방식이 급변하는” 새로운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 시대가 제기하는 도전과 기회를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여러분은 이 방면에서 전문가가 돼야 합니다. 변화의 전문가 말입니다! 사실 여러분은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종사하면서 기술 혁신이 프로세스와 세대 전환을 어떻게 가속화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변화에 직면하고 변화를 유익한 방식으로 관리하려면 교육 및 양성 측면에서 선한 역량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세대를 만날 수 있는 경로를 찾으십시오
교황은 “특히 새로운 세대를 살펴보고 그들과 의미 있는 만남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경로를 찾으라”고 초대했다. 아울러 변화의 참뜻에 유념하라고 덧붙였다. “변화는 시대의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아닙니다. 변화란, 변하지 않는 것은 언제나 새로움이라는 사실에 놀라워하면서 자기 자신의 존재방식과 사고방식을 바꿔 나가는 것입니다. 놀라움은 반복되는 습관과 자기중심주의에 대한 해독제입니다.”
만남을 이루고 경청한 다음에 말하십시오
교황은 세 번째 목표로 “만남, 경청, 말”이라는 삼중 명제를 성찰하라고 초대했다. “좋은 의사소통을 뒷받침하는 것은 역동성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가식 없이 열린 마음으로 타인을 만나는 게 “앎의 전제조건”이다. “만남이 없으면 소통도 없습니다. 그러한 만남을 위해서는 진심이 필요합니다. 만나는 체하는 건 만남이 아닙니다. 그런 만남은 나쁜 만남입니다.” 그런 다음 경청과 관련해 “우리 앞에 있는 사람들의 현실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자기 내면에서 침묵하는 법을 배우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왜냐하면 각각의 사람은 신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경청한 다음에 말해야 한다.
“침묵과 경청에서 나오는 말은 선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소통은 친교에 문을 열어 줍니다. 만남을 이루고 경청한 다음에 말하십시오.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수식어(형용사)보다는 주어(명사), 곧 사람에 항상 주의를 기울이며 이에 따라 행동하도록 하십시오. 우리는 형용사주의(aggettivismo) 문화 속에서 살아갑니다. 모든 것이 수식어가 되면 사물의 본질을 망각하게 됩니다. 이 같은 역동성은 이 시대를 집어삼키려는 것처럼 보이는 다양한 갈등에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시노드: 교회의 여정에 각자 이바지합시다
교황이 강조한 마지막 요소는 “지난해 보편 교회 차원에서 시작해 오는 2024년까지 이어질 여정”, 이탈리아 교회도 함께하는 ‘시노드 여정’이다. 교황은 시노드 방식으로 걷는 것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에 따라 온전한 교회의 삶을 살아내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커뮤니케이션협회조정위원회와 함께하는 모든 단체가 “이러한 이탈리아 교회의 여정에 특별한 기여를 하도록” 권고했다.
“여러분은 전국 단위의 협회로 모든 이의 고통과 희망에 대해 개념과 이론으로 평가받는 자리인 셈입니다. 이러한 삶에서 형제애는 큰 갈등의 시기에 중요한 창을 열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일상적인 헌신에서 친교를 이루고 친교의 증거자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교황은 커뮤니케이션협회조정위원회의 구성원들을 언론인의 주보성인 성 프란치스코 드 살에게 의탁했다. 또한 특별히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세계에서 창의적이고 독보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에게도 의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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