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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의 날” 마지막 날 행사에 참석한 프란치스코 교황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의 날” 마지막 날 행사에 참석한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 “평화는 우리가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부르짖음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25일 콜로세움에서 열린 제36차 종교 간 국제 모임(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의 날)의 마지막 날 행사에 참석했다. 산 에지디오 공동체가 주최한 이번 만남의 마지막 날 행사인 기도 모임에서 교황은 다른 종교 지도자들과 함께 공동 호소문에 서명했다. 교황은 연설을 통해 전쟁을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당부하는 한편, 정치 지도자들이 몸을 낮춰 자국민의 ‘화해에 대한 열망’을 진지하게 경청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Adriana Masotti / 번역 이재협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25일 세계 여러 종교 지도자들과 함께하는 제36차 종교 간 국제 모임(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의 날)의 마지막 날 로마 콜로세움에서 열린 기도 모임에 참석해 연설했다. 이번 국제 모임은 지난 10월 23일부터 로마의 “라 누볼라” 컨벤션 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교황은 지난해 콜로세움에서 외쳤던 이야기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며 당시 호소했던 이야기를 반복했다. “종교가 전쟁에 이용되면 안 됩니다. (…) 어떤 종교도 하느님의 이름으로 테러와 폭력을 축복해서는 안 됩니다.” 교황은 평화를 모색하는 일이 우리 행동의 핵심이 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경험하는 이 시대에 평화를 모색하는 일을 실천해 대화의 창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몇몇 언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교황, 미국, 프랑스 등과 만나 대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세계 평화를 위해 여러 종교가 바치는 기도

교황은 이날 연설에 앞서 오후 4시20분경 콜로세움 안에서 여러 그리스도교 대표단 및 공동체와 함께 기도했다. 그리스도교를 제외한 다른 종교의 대표자들은 로마 시내의 각기 다른 장소에 모여 기도했다. 오후 5시 교황은 마지막 날 행사를 위해 콜로세움 외부에 마련된 무대에 자리했고 모든 참석자들도 무대 앞쪽에 함께했다. 이곳에서 미리 준비한 이들의 증언 낭독과 최종 연설이 이어졌으며, 전쟁, 테러, 폭력, 인신매매의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모두 함께 1분간 침묵하는 시간을 가졌다. 끝으로 교황과 다른 여러 종교 지도자들이 평화를 위한 공동 호소문에 서명하자 소설가 겸 나치 수용소 생존자 에디트 브루츠크 여사가 이 문서를 전 세계 모든 젊은이에게 전달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아 7명의 아이들에게 전달했다. 

오늘날 심각하게 침해된 평화

교황은 “형제애의 정신”으로 이 자리에 참석한 모든 이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아울러 36년 전 그와 같은 형제애의 정신에 힘입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뜻에 따라 처음으로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의 날 모임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올해 평화를 위한 우리의 기도는 ‘부르짖음’이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평화는 심각하게 침해되고, 공격받고, 짓밟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세기에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라는 비극을 겪은 바로 이 유럽 대륙에서 우리는 제3차 세계대전을 겪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 이후로 전쟁은 끊임없이 유혈사태를 일으키며 지구를 황폐하게 만들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상황은 특별히 더욱 비극적입니다.”

평화를 부르짖는 목소리를 억압하면 안 됩니다

교황은 “모든 종교의 핵심은 평화”라고 강조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여러 지역에서 평화의 가치가 거부되고 경시되고 있다고 한탄했다. 또한 평화를 부르짖는 목소리가 “전쟁의 논리”를 비롯한 증오와 무관심으로 침묵을 강요받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황은 평화를 부르짖는 목소리를 억압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한 부르짖음은 어머니들의 마음에서 우러나옵니다. 그것은 난민과 실향민 가족, 다친 이들과 죽어가는 이들의 얼굴에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들리지 않는 그 부르짖음은 하늘로 올라갑니다. 그 부르짖음은 분쟁을 끝내는 주술문을 알지 못하지만, 고통받는 모든 이의 이름으로 평화를 간청할 지극히 신성한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부르짖음을 들어야 합니다. 정치 지도자들을 비롯해 모든 이가 몸을 낮춰 그 부르짖음을 진지하고 정중하게 경청해야 합니다.” 

전쟁은 언제나 인류의 실패입니다

교황은 전쟁을 “모든 빈곤의 어머니”로 정의했다. “모든 전쟁은 그 이전보다 훨씬 더 나쁜 세상을 남겨 놓습니다. 전쟁은 정치와 인류의 실패입니다.” 교황은 이러한 사실이 지난 20세기와 21세기의 초반부를 살아가는 이 시대의 매우 고통스러운 교훈의 산물로 드러났음에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역사를 잊은 채 다시 핵무기 사용의 위협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정치 지도자들이 자국민의 염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암울한 전망에서도 하느님의 계획, 곧 평화를 위한 계획이 변치 않는다고 설명했다. 

“평화는 하느님의 선물이며, 우리는 그분께로부터 오는 평화를 간청합니다. 하지만 평화는 여전히 우리 모든 인간들, 특히 우리 믿는 이들에 의해 받아들여지고 키워져야 합니다. 전쟁의 비뚤어진 논리에 물들지 맙시다. 원수를 증오하는 함정에 빠지지 맙시다. 개인적, 사회적, 정치적 활동 등 모든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로 다시 한번 평화를 미래에 대한 전망의 중심에 두도록 합시다. 대화라는 무기로 갈등을 해소합시다.”

로마에서 열린 만남 중 평화를 부르짖는 참가자들
로마에서 열린 만남 중 평화를 부르짖는 참가자들

60년 전 대화를 호소한 성 요한 23세 교황

성 요한 23세 교황은 지난 1962년 라디오 담화를 통해 정치 지도자들에게 대화를 호소한 바 있다. 당시 새로운 “군사적 대립과 핵폭발”이 임박해 보이는 중대한 국제 위기 속에서 성 요한 23세 교황은 “평화를 지키고 (...) 세상이 끔찍한 전쟁의 공포에 휩싸이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 요한 23세 교황의 발언을 다음과 같이 되풀이했다. 

“‘대화를 증진하고 장려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모든 시대, 모든 계층에서 해야 할 일이며, 하늘과 땅의 축복을 끌어들이는 지혜와 현명함의 법칙입니다’(성 요한 23세 교황, 1962년 10월 25일 라디오 담화). 성 요한 23세 교황님의 이 말씀은 60년이 지난 지금도 깊은 인상을 줍니다. 같은 맥락에서 저는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중립적인 인간이 아니라 평화의 편에 선 이들이므로 폭력 없이 갈등을 해결하는 모든 이의 권리로 평화의 법(ius pacis)을 간청합니다’(프란치스코 교황, 볼로냐 대학 학생들에게 한 연설, 2017년 10월 1일).”

오늘날 종교는 서로를 점점 더 형제자매로 느낍니다

교황은 최근 여러 종교 사이에서 형제애가 성장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서로를 점점 더 형제자매로 느낍니다!” 이어 지난해 세계 평화를 위한 기도의 날 호소했던 내용을 상기했다. 

“1년 전 이곳 콜로세움에 모였을 때, 우리는 오늘날 더욱 시의적절한 호소를 함께 외쳤습니다. ‘종교가 전쟁에 이용되면 안 됩니다. 오직 평화만 거룩합니다. 어떤 종교도 하느님의 이름으로 테러와 폭력을 축복해서는 안 됩니다.’”

행사 참가자들
행사 참가자들

전쟁을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교황은 더 나은 하루를 위해 매일 노력하는 우리가 전쟁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며 체념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다시 한번 성 요한 23세 교황의 발언을 인용해 자신의 말을 덧붙이며 연설을 끝맺었다. “성 요한 23세 교황님은 회칙 「지상의 평화」(Pacem in terris)를 통해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그들 안에 그토록 갈망하는 평화가 꽃피게 되고, 그 평화는 항상 인간들의 마음을 다스리게 될 것이다’(91항). 하느님의 은총과 그분께서 사랑하시는 모든 이의 선한 뜻으로 그렇게 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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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10월 2022, 23: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