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친교와 해방’ 운동 회원들에 “주사니 신부님의 카리스마를 지키며 오늘날 세상에 목소리를 냅시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박수현
앞을 내다봐야 한다. 언제나 앞을 내다봐야 한다. 루이지 주사니 신부의 영성이 변방에 있는 “사람들과 환경에 새롭게” 도달하려면 적절한 “방식과 언어”를 찾아야 하고 “악마의 게임”인 반목과 대립으로 상처입지 말아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15일 가톨릭 평신도 운동단체 ‘친교와 해방(Comunione e Liberazione, 이하 CL)’의 창립자 루이지 주사니 신부 탄생 100주년을 맞아 이탈리아와 여러 나라의 회원 30만 명 가운데 일부를 로마에서 만나 이 같이 미래의 방향을 제시했다.
주사니 신부, 아버지이자 스승
교황과의 만남에 앞서 성 베드로 광장은 노래와 기도 및 증언들로 가득했다. 약 6만 명의 신자들, 특히 젊은이들이 이번 만남에 상당수 참석했다. 이른 아침부터 참가자들은 배낭과 깃발로 성 베드로 광장 거리를 가득 채웠다. 참가자들은 박수와 노래로 교황을 환영했다. 교황은 교황 전용차(포프모빌)를 타고 광장을 순회하면서 다섯 명의 아이들을 태웠다.
“정말 많은 분들이 오셨군요! (...) 여러분의 단체는 하나로 모이게 하고 움직이게 하는 역량을 잃지 않았습니다.” 교황은 교회와 세상을 위한 “선물”인 주사니 신부를 떠올렸다. “개인적으로 주사니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주사니 신부님의 책을 읽고 묵상하는 것이 사제로서 저에게 도움이 됐기 때문입니다. 또한 교회의 선익을 위해 세상 곳곳에 씨앗을 뿌리고 퍼뜨린 모든 일에 대해 보편 교회의 목자로서 주사니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주사니 신부님은 아버지이자 스승이었으며, 교육과 선교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가운데 맞닥뜨리는 온갖 불안과 인간적 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한 사람의 종이었습니다. 교회는 ‘공동의 유용성’을 위해 성령께서 주사니 신부님에게 베푸신 카리스마(은사)를 바탕으로 한 그분의 교육학적, 신학적 천재성을 인정합니다.”
카론 신부
교황은 주사니 신부 탄생 100주년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단순한 향수”가 아니라 “주사니 신부의 현존에 대한 감사의 기억”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창립자의 물리적인 부재를 뜻하는 전환기를 살아내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지난 2021년 11월 사임한 전임 대표 줄리앙 카론 신부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 기간 동안 CL 운동을 이끌며 교황과의 친교의 방향을 확고히 유지한 데 대해 감사해야 합니다.”
위기의 때는 쇄신의 때입니다
교황은 “CL 운동만큼 중요한 교회 운동에서도 심각한 문제와 분열 그리고 빈곤이 발생한다”며 “이것이 교회와 제가 CL 운동에 더 많이, 훨씬 더 많이 기대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위기의 때는 자선, 문화, 선교에 대한 여러분의 특별한 역사를 다시 점검하는 시간입니다. 지금은 주사니 신부님의 카리스마의 유익한 잠재력을 제한한 것이 무엇인지 비판적으로 식별하는 시간입니다. 지금은 현 교회 시대와 현대 인류의 필요, 고통, 희망에 비추어 선교사명을 쇄신하고 다시 출발하는 시간입니다. 위기는 우리를 성장시킵니다. 분란으로 성장이 멈추면 안 됩니다. 위기는 우리를 성장시킵니다.”
일치는 반대 세력보다 더 강합니다
교황은 “CL 운동과 관련해 물론 주사니 신부는 일치를 위해 기도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니 CL 운동의 여정에서 서로 다른 감수성과 대립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일치는 흩어지는 세력이나 오래된 반대 세력보다 더 강합니다. (...) 잡담, 불신, 대립에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마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시간을 허비하지 마십시오!”
주사니 신부의 카리스마
교황은 이날 연설의 상당 부분을 CL 운동 구성원들이 “지우스 신부님”이라 부르는 “풍요로운 인품”의 몇 가지 측면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곧, △주사니 신부의 카리스마 △교육자로서의 소명 △교회에 대한 사랑이다.
“수많은 젊은이들을 매료시키고 그들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는 훌륭한 개인적 카리스마”는 주사니 신부가 직접 체험한 것이다. 그 카리스마는 그가 15세에 불과한 청소년 시절에 “그리스도의 신비를 발견하고 충격을 받은 체험”에서 비롯됐다. 주사니 신부는 생각과 마음으로 “그리스도께서 모든 실재의 통일된 중심이시며 모든 인간의 질문에 대한 해답” 그리고 “인간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행복, 선, 사랑, 영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인간과 그리스도를 향한 열정
교황은 주사니 신부의 장례식에서 당시 요셉 라칭거(Joseph Ratzinger, 훗날 베네딕토 16세 교황) 추기경이 강조한 발언을 인용하며 “주사니 신부는 그리스도교가 지적 체계, 교리, 도덕주의가 아니라 만남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주사니 신부님은 인간에 대한 열정과 인간의 완성이신 그리스도께 대한 열정이라는 근본적인 체험을 한 후 자신의 내면에 품고 있던 것을 다른 이들에게 전했기 때문에 확신을 갖고 회심했습니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던 많은 젊은이들이 그를 따랐습니다. 그가 한 말은 자신의 체험과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므로 신뢰와 동정과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오늘날 카리스마가 새로운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이 카리스마는 “과거를 보전”하는 것일 뿐 아니라 “오늘날 결실을 맺기 위한 것”이라는 의미에서 지켜져야 한다.
“카리스마는 교리와 도덕적 진리가 성장함에 따라 성장합니다. 그것들은 온전히 성장합니다. 성령께서 카리스마를 일깨워주신 목적에 장애물이 되거나 심지어 배반하는 쪽은 언제나 우리 삶의 방식입니다. 필요한 경우 그릇된 길을 인식하고 바로잡는 것은 겸손한 태도와 교회의 현명한 인도 아래서만 가능합니다.”
“여러분의 카리스마의 잠재력은 더 많이 발견돼야 합니다. 아직도 발견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여러분이 두려움에서, 곧 좋은 항구로 인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과, 영적 게으름으로 이끄는 영적 피로에서 벗어나도록 초대합니다.”
젊은이를 위한 교육
교황은 두 번째로 “교육자”로서의 주사니 신부의 모습에 대해 설명했다. 사제 직무 초기부터 젊은이들의 종교적 무지와 혼란에 직면한 주사니 신부는 “자신이 체험한 예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그들에게 시급히 전해야 한다”고 느꼈다. “주사니 신부님은 젊은이들의 마음에서 삶의 의미에 대한 진심 어린 탐구와 진리에 대한 열망을 일깨우는 독특한 역량이 있었습니다. 참된 사도로서 그는 이 같은 목마름이 젊은이들에게서 불붙는 것을 보고 두려움 없이 그들에게 그리스도교 신앙을 전했습니다. 단, 주사니 신부님은 그들에게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주사니 신부님의 접근방식은 신념과 열정을 가지고, 구태를 답습하는 게 아니라 인격적이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그리스도교에 충실히 머문 자유로운 인물들을 낳았습니다.”
획일화되지 마십시오
주사니 신부는 실제로 모든 사람의 성격, 역사, 기질, 재능을 존중했다. 교황은 “주사니 신부는 사람들이 모두 같아지기를 바라지 않았고 모든 사람이 자신을 본받기를 원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모든 사람이 하느님께서 지으신 대로 독창적이길 바랐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젊은이들은 자라면서 저마다 자신의 성향에 따라 다양한 분야, 언론, 학교, 경제, 자선사업 및 사회홍보 분야에서 중요한 인물이 됐습니다.” 이는 교황에게 있어 하느님의 종이 항상 보여왔던 교회에 대한 사랑과 함께 보존, 계승돼야 할 “위대한 영적 유산”이기도 하다.
카리스마와 권위
교황은 주사니 신부와 관련한 세 번째 측면으로 “교회의 아들”을 제시했다. “그는 교회를 너무나 사랑한 사제였습니다. 제도에 대한 당혹감과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항상 교회에 대한 충실함을 굳건히 유지했습니다. 그는 교회를 사랑했습니다! (...) 주사니 신부님은 카리스마와 권위의 상호보완적인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카리스마와 권위는 둘 다 필요합니다.” 교황은 원고를 내려놓고 “카리스마는 반드시 제도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위가 없으면 길을 잃고 잘못된 방향으로 갈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나 카리스마가 없다면 여정은 지루해지며 특정 역사적 순간의 사람들에게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교황은 권위와 다스림의 소임을 맡은 CL 운동의 구성원들에게 “다른 모든 이들에게 봉사하고 올바른 길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단체를 지도하고, 발전을 촉진하며, 회원들과 그들의 인간적, 영적 교육을 촉진하라고 권고했다.
평화를 위한 예언에 동행하십시오
끝으로 교황은 CL 운동에 “오늘, 이 시간을 위한 구체적인 도움”을 청했다.
“저는 여러분이 평화를 위한 예언에 저와 함께하도록 초대합니다. 평화를 위한 예언은 평화의 주님이신 그리스도이십니다! 점점 더 폭력적이고 호전적인 세상이 저를 정말로 두렵게 합니다. 정말이지 두렵습니다. 가난한 이들, 버림받은 이들, 취약한 이들, 사회에서 소외되거나 버림받은 이들에게 하느님의 현존을 보여주는 예언, 모든 나라와 모든 문화에 하느님의 현존을 선포하는 예언을 통해 인간의 마음에 속하고 사람들의 삶에서 약동하는 사랑과 진리, 정의와 행복의 열망에 응답합시다. 이 거룩한 예언적 부단함, 선교적 부단함이 여러분의 마음을 타오르게 하십시오. 가만히 있지 마십시오.”
분열은 안 됩니다
교황의 마지막 권고는 다음과 같다. “여러분 ‘단체’의 일치를 사랑하고 보존하십시오. 여러분의 형제애가 반목과 대립으로 상처입지 않게 하십시오. 반목과 대립은 악마의 게임입니다. 언제나 분열을 일삼는 게 악마가 하는 일입니다. 어려운 순간도 은총의 시간이 될 수 있고 쇄신의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CL 운동은 정확히 1968년 위기의 시대에 탄생했습니다. 훗날 주사니 신부님은 형제애의 여정과 성장의 순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복음적 용기로 그에 맞서는 한편, 자기 자신을 그리스도께 맡기고 어머니 교회와 친교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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