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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조종에서 자기 자신을 지키려면 자신을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2년 10월 5일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수요 일반알현을 통해 식별에 대한 교리 교육 여정을 이어갔다. 교황은 영성생활에도 “비밀번호”와 “암호”가 있다며 “우리를 조종하려고 설득력 있게 말하는 사람들에게서 우리 자신을 지키고, 또한 우리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려면 그러한 “비밀번호”와 “암호”를 아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번역 김호열 신부

식별에 대한 교리 교육  4. 식별의 요소: 자기 자신을 알기(자기 인식)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식별에 대한 교리 교육을 이어갑시다. 지난번 교리 교육에서 우리는 하느님을 친근하게 느끼고 하느님을 신뢰하는 것으로 이해되는 기도가 식별의 필수요소임을 살펴보았습니다. 기도는 앵무새처럼 기도문을 재잘재잘 읊어대는 게 아니라, 하느님을 친숙하게 대하고 하느님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아버지께 드리는 자녀들의 기도입니다. 우리는 열린 마음으로 기도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지난주 교리 교육 때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훌륭한 식별 또한 ‘자기 인식(conoscenza di sé stessi)’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다소 보완적인 방식으로 강조하고자 합니다. 자기 자신을 아는 것에 관한 문제입니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사실 식별은 기억, 지성, 의지, 애정과 같은 인간적 능력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자기 자신을 충분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식별하는 법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릅니다. 여러분은 다음과 같은 말을 많이 들었을 것입니다. “저 사람은 왜 자신의 삶을 제대로 계획하지 못할까요?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네요. (…)” 이렇게 극단적인 상황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우리 자신을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영적 의심과 성소 위기의 저변에는 종교적 삶과 우리의 ‘인간적, 인지적, 정서적 차원’ 사이의 대화가 불충분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영성과 관련해 어떤 저자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 식별이라는 주제가 인식되고 연구되어야 하는 다른 종류의 문제를 나타내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참된 식별(기도 안에서의 참된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이해하기 어려운 하느님의 본성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 자신을 충분히 알지 못하고 또한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알고 싶어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리고 거울을 볼 때도 가면 뒤에 숨어버립니다”(토머스 힐 그린, 『밀밭의 가라지. 식별: 기도와 행함이 만나는 곳』, 로마, 1992년, 25쪽). 우리 모두는 자기 자신 앞에서도 가면을 쓰려는 유혹을 받습니다. 

우리 삶에서 하느님의 현존을 망각하는 것은 우리 자신에 대한 무지, 곧 하느님을 경시하고 우리 자신을 경시하는 일과 함께 우리 인격의 특성과 우리의 가장 깊은 열망에 대한 무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힘든 일입니다. 그것은 ‘인내하며 내면을 파헤치는 작업’을 뜻합니다.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은 잠시 멈추어 서서 “자동 조종 장치를 끄는” 역량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의 행동방식, 우리 안에 깃든 감정, 종종 무의식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반복적인 생각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 말입니다. 또한 감정과 영적 능력을 구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인 것 같아”와 “~라고 확신해”는 동일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 같아요”와 “그것을 원해요”는 동일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 자신과 현실에 대한 시선이 때때로 다소 왜곡되어 있음을 인식하게 됩니다. 이것을 깨닫는 것은 은총입니다! 사실, 과거 경험에 근거한 현실에 대한 잘못된 확신이 우리에게 강한 영향을 미쳐 우리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일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우리의 자유를 제약하는 일이 여러 차례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정보기술 시대에 살면서 가장 개인적이고 가치 있는 정보를 저장한 프로그램에 들어가기 위해 ‘비밀번호’를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영성생활에도 “비밀번호”와 “암호”가 있습니다. 곧, 마음을 건드리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한 말이 우리의 마음을 녹이기 때문입니다. 유혹자, 곧 악마는 열쇠가 되는 이러한 ‘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 곳에 있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유혹은 무조건 나쁜 일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나 중요하다며 무분별하게 제안하는 일들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이런 식으로 그런 것들, 곧 우리 내면을 휘젓는 매혹, 아름답지만 허망한 것들은 약속을 지키지도 못하고 결국 우리에게 공허함과 슬픔을 남깁니다. 공허함과 슬픔은 우리가 옳지 않은 길을 택했다는 표시, 방향을 잃었다는 표시입니다. 예를 들어 학력, 경력, 인맥 등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그 자체로는 높이 평가할 수 있지만, 이를 대하는 우리가 자유롭지 않다면 우리의 가치를 입증하는 것과 같은 비현실적인 기대를 품는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전념하는 공부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저 여러분의 발전이나 자기 자신의 유익을 위해 공부하나요, 아니면 이에 더해 지역사회에 봉사하기 위해서도 공부하나요? 이 지점에서 우리는 우리 개개인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오해에서 종종 크나큰 고통이 생겨납니다. 왜냐하면 이 가운데 그 어떤 것도 우리의 존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우리 마음을 녹이는 말인 마음의 ‘비밀번호’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를 조종하려고 설득력 있게 말하는 사람들에게서 우리 자신을 지키고, 또한 우리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며 그것을 한때의 유행이나 화려하고 피상적인 슬로건과 구별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어떤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광고에서 자주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마음을 감동시켜 자유 없이 그 길로 가게 합니다.’ 여러분, 다음에 유의하십시오. ‘나는 자유로운가, 아니면 한순간의 감정이나 순간의 자극에 휘둘리게 내버려두는가?’ 

이를 위해 ‘양심성찰’이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 모두가 고해성사를 할 때 양심성찰을 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닙니다. 그와는 다릅니다. 그렇다면 “저는 이런저런 죄를 지었습니다. (…)”라고 성찰하는 것일까요? 그것도 아닙니다. 오늘 하루의 일상 전체를 되돌아보는 양심성찰입니다. “오늘 하루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 무슨 일들이 일어났는가?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났나? 내 마음 안에 어떤 흔적들을 남겼나? 양심성찰을 하는 것, 그것은 오늘 하루 나의 일상에서 일어난 일을 차분히 되짚는 좋은 습관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판단하고 선택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찾고 있는지, 왜 그것을 찾는지, 결국에는 무엇을 찾았는지 알아차리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특히 내 마음을 만족시키는 것을 인식하는 법을 배우면서 말입니다. 왜냐하면 오직 주님만이 우리의 가치를 우리에게 알려주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이를 십자가에서 매일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위해 돌아가셨습니다. 당신 보시기에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지 보여주시려고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주님의 온유한 포옹을 막을 수 있는 장애물이나 실패는 없습니다. 양심성찰을 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됩니다. 왜냐하면 이 방식으로 우리는 우리 마음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모든 것이 지나다니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은 무엇이 내 마음에 지나갔는가?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나? 무엇이 나의 반응을 끌어냈나? 무엇이 나를 슬프게 했나? 무엇이 나를 기쁘게 했나? 안 좋은 점은 무엇인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나? 이처럼 오늘 하루 동안 내 마음에 무슨 감정이 오갔으며 무엇에 매력을 느꼈는지 살펴보는 일입니다. 잊지 마십시오! 지난주 우리는 기도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자기 자신을 아는 것’, ‘자기 인식’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기도와 자기 인식은 여러분을 자유롭게 자랄 수 있게 해 줍니다. 자유 안에서 자라나야 합니다! 이는 그리스도인 실존의 기본요소이며 삶 안에서 자기 자리를 찾기 위한 귀중한 요소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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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10월 2022,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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