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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액션(가톨릭 운동)’ 단체 회원들을 만나는 교황 ‘가톨릭 액션(가톨릭 운동)’ 단체 회원들을 만나는 교황 

교황, 젊은이 만남 “‘내 알 바 아니야’ 같은 무관심이 암보다 더 위험... 사회 현실에 관심 기울여 달라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29일 ‘가톨릭 액션(가톨릭 운동)’ 단체 회원 2000여 명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가장 취약한 이들 그리고 본당과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데 적극 나서라고 당부했다. “형제애는 즉흥적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교황은 “개인주의나 폐쇄적인 사사로운 집단”처럼 “저 멀리 동떨어진 자리에서” 관계를 맺으려는 경향이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감염”시킬 수 있다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업’부터 시작하라”고 초대했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박수현

프란치스코 교황은 “책임감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젊은 신앙인”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으로 송두리째 변해버린 “사회 현실”에 관심을 두라고 초대했다. 또한 ‘내 알 바 아니야’가 아니라 ‘나에게 중요해’가 그리스도인의 모토라면서 사람들, 특히 가장 취약한 이들을 돌보라고 말했다.

“젊은이들의 무관심이라는 질병이 암보다 더 위험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29일 바오로 6세 홀에서 가톨릭 액션(Catholic Action, 가톨릭 운동) 단체 회원들을 만나 이 같이 명확하고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했다. 청년, 사제, 가정 등 약 2000명이 이탈리아 전역에서 로마로 모여 삶의 여정에서 만나는 이들 및 지역사회를 돌보는 방식을 비롯해 오늘날 각자 거주하는 “장소”에서 봉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노래, 박수갈채, 증거

바오로 6세 홀을 가득 메운 가톨릭 액션 회원들은 세계 젊은이의 날 주제곡 ‘예수 그리스도 당신은 나의 생명(Jesus Christ, you are my life)’을 부르며 ‘가톨릭 액션’ 로고가 담긴 빨간 두건과 노란 두건을 휘날리며 오랫동안 교황을 기다렸다. 앞줄에는 로지 빈디 전 이탈리아 가족·기회평등부 장관도 참석했다. 교황이 지팡이를 짚고 홀에 입장하자 가톨릭 액션 회원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맞이했다. 이에 교황은 다음과 같이 농담으로 응수했다. “여러분은 소음을 내는 법을 잘 아는군요! 네, 계속 하십시오!”

본당은 기준점입니다

주세페 노타르스테파노 가톨릭 액션 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본당을 책임지고 있는 몇몇 청년들의 체험을 전해들은 교황은 개인적인 경험을 들려주면서 연설을 시작했다.

“본당이 여러분에게 소중하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있어서도 본당은 소중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분과 다른 세대입니다. 저는 본당 사제와 함께 본당이 주일 미사, 교리 교육, 성사 등 사람들의 삶의 기준점이 됐던, 여러분과 다른 사회적, 교회적 맥락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바뀐 현실

교황은 오늘날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사회문화적 현실을 가리켜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교회의 사명, 특히 본당의 사명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도 한 가지 본질적인 것이 남아 있습니다. (...) 그것은 우리가 복음을 듣고, 주 예수님을 알고, 대가 없이 봉사하고, 공동체에서 기도하고, 프로젝트와 계획을 공유하고,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의 일부임을 느끼는 ‘평범한’ 환경으로서의 본당입니다.”

가톨릭 액션 단체는 본당 공동체의 체험과 “얽힌” 연계 체험을 통해 이 모든 것을 살아내 왔다. 교황은 “교회에서 우리 모두가 세례를 통한 형제자매들이라는 것을 체험으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는 모두 주인공이며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은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모두 지역사회의 유익을 위한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사회 현실에 관심을 두며 저마다 자신의 몫을 해야 합니다. 우리 모토는 ‘내 알 바 아니야(me ne frego, I don’t care)’가 아니라 ‘나에게 중요해(mi interessa, I care)’입니다. (...) 인간의 비참은 불행한 소수에게 닥친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불의의 결과입니다. 이 같은 불의는 항상 근절해야 합니다.”

교회에 대한 사랑, 본당에 대한 열정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본당이라는 배움터에서 훈련을 받았는지요! 젊은 시절의 성숙된 생활방식을 성인이 되어서도, 노인이 되어서도 교회와 사회 안에서, 다양한 소명 안에서, 특히 평신도의 삶으로 증거한 사람들이 참으로 많습니다.” 

교황은 “교회에 대한 사랑”, “가정과 사람들 가운데에 있는 교회인 본당에 대한 열정”이 모든 세대를 하나로 묶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러한 열정을 바탕으로 가톨릭 액션 단체의 여정과 헌신에 조화를 이루기 위한 “몇 가지 요점”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형제애 안에서 성장하기

첫 번째는 “교회가 형제애 안에서 성장하도록 이바지하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공동체 내에서 “공동체 차원이 조금 약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겁먹지 않는 것”이다.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으로 바뀐 사회 현실에 겁먹지 마십시오. 오늘날, 특히 젊은이들은 50년 전과 비교할 때 매우 다릅니다. 더 이상 회의, 토론, 집회를 개최하려는 열망이 없습니다. (...)”

교황은 한편으로 가톨릭 액션 단체가 추상적인 “회의”를 개최하는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일이 다행이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개인주의나 폐쇄적인 사사로운 집단”처럼 “저 멀리 동떨어진 자리에서” 관계를 맺으려는 경향이 “그리스도인 공동체를 감염”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때, 우리 모두는 이 같은 이기심의 문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반응해야 합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업’부터 시작하십시오.”

슬로건도 행사도 아닙니다

교황은 “작업”이라고 말한 이유와 관련해 “그것이 힘든 여정이고 꾸준함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형제애는 즉흥적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감정, 슬로건, 행사로 만들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 아니고 말고요. 형제애는 다양성 사이에 조화를 이루시는 성령과 함께 그리고 주님과 함께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해야 하는 작업입니다.”

이를 위한 출발점은 “자기 자신에서 벗어나는 것,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그를 만나기 위해 나 자신의 바깥으로 나가는 것”이다. 교황은 “소외”가 아니라 “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서로 “참아 주고” 서로 “용서해야” 한다.

뒷담화, 심각한 병폐

교황은 그동안 누누이 강조해온 ‘뒷담화’라는 주제를 재차 언급했다. 교황은 “본당 공동체에서 가장 심각한 병폐는 뒷담화”라며 “언제나 상대방을 짓밟고 올라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기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수단입니다. 자기 자신이 더 앞서 나갈 수 있도록 다른 사람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입니다.”

“부탁드립니다. 그리스도인이 뒷담화하면 안 됩니다. 뒷담화는 악마적 특징이 있습니다. 분열을 조장하기 때문입니다. 젊은이 여러분, 조심하십시오. 부탁입니다. 뒷담화하지 마십시오!” 

“불만이 있으면 당사자의 면전에 직접 말하십시오. (...) 뒤통수가 아니라 얼굴에 대고 말하십시오. 그러면 얻어맞을 수도 있겠지만 여러분은 형제적 사랑으로 당사자의 면전에서 진실을 말한 것입니다.” 다소 농담 섞인 이 같은 교황의 권고에 참가자들은 웃음으로 화답했다. “숨어서 하는 비판은 마귀의 소행입니다. 비판하고 싶다면 함께 비판하십시오. 하지만 바깥쪽, 곧 상대방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비판하십시오.” 

세상에 섞여 있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는 그리스도인

교황은 사회에서 “누룩”의 역할을 하라고 초대하며 ‘일치’를 주문했다. 

“저는 여러분이 사용하는 표현을 정말 좋아합니다. ‘이 세상에 섞여 있다.’ 이는 육화의 원리입니다.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새 생명을 가져오시는 예수님의 길입니다.”

내부에 머물되 “소금은 소금으로, 빛은 빛으로, 누룩은 누룩으로” 남는다는 조건이다. “우리가 세상에 속해 있는 채로 남는다면 그리스도의 새로움을 잃어버리고 더 이상 말할 것도 내어줄 것도 없게 됩니다.”

“신뢰할 수 있고 책임감 있는” 성인들

교황의 소망은 가톨릭 액션 회원들에게 소중한 표현인 “책임감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젊은 신앙인들”이라는 문구에 반영돼 있다. 교황은 “이는 관례상 표현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이는 성인들, 젊은 성인들 안에서 구현됐기 때문입니다.” 교황은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와 성녀 클라라, 비테르보의 성녀 로사, 성 가브리엘 포센티, 성 도미니코 사비오, 성녀 젬마 갈가니, 성녀 마리아 고레티, 복자 피에르 조르조 프라사티, 복녀 키아라 바다노, 복자 카를로 아쿠티스 등을 예로 들었다. 교황은 “이들은 세상에 섞여 있으면서도 세상에 속하지 않는 누룩의 의미를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고 말했다. 

기쁨과 묵주기도

끝으로 교황은 두 가지를 권고했다. 첫 번째 권고는 ‘기쁨’이다.

“모든 것을 잃은 듯 침울한 얼굴을 한 젊은이들은 불행합니다.” 

두 번째는 묵주기도 성월인 10월에 묵주기도를 바치라는 권고다. “성모님을 통해 예수님의 신비를 마음에 간직하고 묵상하는 법을 배우십시오. 환희의 사건, 빛의 사건, 고통의 사건, 영광의 사건에 비추어 매일 자신을 들여다보십시오. 그러면 성령의 새로움, 곧 복음의 새로움으로 평범한 삶을 특별한 방식으로 살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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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10월 2022, 0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