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교회와 국가가 가정과 함께해야 사회적 형제애를 이룰 수 있습니다”
Tiziana Campisi / 번역 이창욱
“혼인과 가정의 품격이 개인에 대한 사랑과 인간 공동체 자체의 유대의 품격을 결정합니다. 그러므로 가정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은 애정의 측면, 지지의 측면, 효과적인 다가감의 측면에서 국가와 교회의 책임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0월 24일 교황청 사도궁 클레멘스 홀에서 ‘교황청립 요한 바오로 2세 혼인과 가정 신학대학’ 공동체를 만나 이 같이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시민단체와 교회기관이 가정을 돌봐야 한다며 “보다 인간적인 세상, 다시 말해 더욱 지지하고 더욱 형제애 넘치는 세상을 위한 가정의 소명”을 강조했다. 아울러 가정을 억압하지 말고 지켜야 한다며, 어떻게든 자라게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한 “가정을 설명하는 데 있어 혼란을 주는 이념을 경계하라”고 경고했다.
“가정은 이념이 아니라 현실입니다. 가정은 현실의 생명력과 함께 성장합니다. 하지만 이념적으로 가정에 대해 말하거나 색깔론으로 가정을 설명할 때 일이 벌어지게 되고 모든 것이 무너지게 됩니다.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를 창조하는 남녀의 은총을 누리는 가정이 있습니다. 그러한 가정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현실로 가야 합니다. 이념은 파멸시킵니다. 이념이 개입하면 파멸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이념을 경계하십시오.”
교황청립 요한 바오로 2세 혼인과 가정 신학대학의 역할
연설에서 교황은 5년 전 자의 교서 형태의 교황 교서 「가정에 대한 지극한 배려」(Summa familiae cura)를 통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설립한 교황청립 요한 바오로 2세 혼인과 가정 대학을 계승하는 ‘교황청립 요한 바오로 2세 혼인과 가정 신학대학’을 설립하게 됐다고 떠올렸다. 이어 교황청립 라테라노 대학교와 연결된 이 교황청립 신학대학이 “제삼천년기의 시작에 등장한 도전에 대응하고 새로운 활력과 보다 폭넓은 발전”을 도모해 나가기를 원했다고 떠올렸다. 아울러 “성좌(星座)와 같은 가정의 관계적 가치를 식별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함양해 나가기를 원했다고 덧붙였다.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가정 체험에 주목하십시오
교황은 신학이 “혼인의 유대를 비롯해 부모됨, 자녀됨, 형제애를 반영하는 그리스도교의 전망을 예리하게 만들도록 부름받았다”며 “이는 전체 인간과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지평 내에서 가정 체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신앙의 문화는 남성과 여성, 사랑과 세대, 가정과 공동체 간의 관계에 대한 오늘날 인식의 변화를 맹목적으로 따르거나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그러한 변화의 척도가 되라고 부름받았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교황은 요한 바오로 2세 혼인과 가정 신학대학이 교황청립이기 때문에 “베드로의 직무를 따라 교회를 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정이라는 세계를 구체적인 현실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늘날 교회의 사명은 부부 유대의 신학과 가정의 상황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신학적 통합을 시급히 촉구합니다. 이 시대에 모든 가정의 유대 관계를 시험하는 유례없는 혼란은 하느님의 지혜와 자비의 표지를 파악하는 데 있어 세심한 분별력을 요구합니다.”
가정은 근본적인 인간 애정의 “인류학적 법칙”
교황은 우리가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는 데 있어 특별히 “취약성과 제약의 순간에” “위안을 주는 가정의 가치, 곧 때때로 가정의 유대가 꾸준히 보여주곤 하는 감동적인 표지를 절대 놓쳐선 안 된다”며 “이는 신앙 공동체, 시민사회, 인간 공존을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가정은 근본적인 인간 애정의 대체할 수 없는 ‘인류학적 법칙’으로 남아있습니다. 가정 안에서 연대와 사랑을 결속하는 힘의 비결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 법칙을 소홀히 하거나 어지럽히면 인간 관계와 사회 관계의 전반적인 질서가 상처를 입습니다. 때로는 깊은 상처, 매우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우리의 불완전함을 하느님께 맡깁시다
가정의 성소를 돌보고 가정의 사명을 장려하는 데 있어 가정이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교황은 설명했다. “혼인과 가정은 우리가 천국에 갈 때까지 항상 불완전할 것입니다.” 교황은 화해를 통해 부부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며 반드시 화해하라고 초대했다. 아울러 우리 자신의 불완전함을 주님께 맡기라고 거듭 강조했다. “왜냐하면 성사의 은총을 통해 생명의 의미를 – 단순 육적인 생명이 아닌 – 전달하도록 위임받은 피조물에게 복을 내리는 것이 하느님의 ‘가능성’이기 때문입니다.”
가정 모험의 기쁨을 다시 발견합시다
끝으로 교황은 “균열로 가득 찬 이 사회에서 하느님께 힘입은 가정 모험의 기쁨을 다시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정을 지지하고 보살피며 가정의 기쁨을 전하기 위해 교황청립 요한 바오로 2세 혼인과 가정 신학대학의 공동체가 신앙의 열정과 냉철한 지성을 겸비할 수 있도록 주님께 기도하면서 연설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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