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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아시시 ‘프란치스코의 경제’ 참석 “가난한 이와 지구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이는 새로운 경제 시급”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24일 열린 ‘프란치스코의 경제’ 행사 참가자들을 만나 “현재의 개발모델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행사를 위해 100개국 이상에서 젊은 경제학도와 청년기업인이 이탈리아 아시시에 모였다. 현재의 세계상황은 빈곤층, 환경, 노동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 교황은 젊은 경제인의 이상과 가치를 구체적인 작업으로 “구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Adriana Masotti / 번역 박수현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랫동안 고대해온 ‘프란치스코의 경제(Economy of Francesco)’ 행사가 막을 올렸다. 지난 2019년 5월 1일, 교황이 젊은 경제학도와 청년기업인들에게 이 프로젝트의 참여를 독려하는 초청 서한을 보낸 지 3년 만이다. 이제 모든 대륙의 많은 사람들이 같은 목표로 함께 모여 “큰일을 가능케 하는”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됐다. 교황은 9월 24일 행사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세계 경제와 같은 거대하고 복잡한 시스템을 바꾸기를 희망하자”고 초대했다. 아울러 오늘날 실물경제는 연기처럼 휘발되는 “기체” 금융으로 대체되고 있다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젊은이 여러분,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여러분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으며 또한 그것을 할 수 있습니다. 역사를 통틀어 다른 시기의 젊은이들은 그런 일을 해왔습니다.”

지구친화적 경제, 평화의 경제

교황은 새로운 세대가 오늘날 환경 위기, 감염병, 전쟁으로 어려운 시기에 살고 있음을 인정했다. “우리는 지구를 보호하지 못했고 평화를 지키지도 못했습니다.”

“여러분은 ‘폐허로 가는’ 우리 공동의 집인 지구를 재건하는 장인이자 건축가가 되도록 부름받았습니다. 이 부름에 직면합시다. 그렇습니다.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에게서 영감을 받은 새로운 경제는 오늘날 지구친화적 경제, 평화의 경제가 될 수 있으며 또 그렇게 돼야 합니다.”

예언과 젊은이들

그러한 경제는 그 자체로 예언의 가치를 지닌다. 교황은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의 회심 이후 성인의 삶 전체가 예언이었다”며 “성경에서 예언은 젊은이들과 많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교황은 사무엘, 예레미야, 에제키엘, 다니엘 등 성경에 나오는 젊은이들이 “학문과 지성의 영”을 지니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시민사회와 기업에서 젊은이들의 역량이 결핍돼 있으면 사회 전체가 시들고 모든 이의 생명이 꺼져버리기 마련입니다. 창의력 결핍, 낙관주의 결핍, 열정 결핍, 위험을 감수할 용기의 결핍 말입니다. 젊은이가 없는 사회, 젊은이가 없는 경제는 슬프고 비관적이며 냉소적입니다. (...) 그러나 하느님 덕분에 여러분은 부족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오늘도 내일도 부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아직 아닌’이 아니라 ‘이미’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현재입니다.”

‘프란치스코의 경제’ 행사에 참석한 교황
‘프란치스코의 경제’ 행사에 참석한 교황

우리는 지구를 약탈했습니다. 변화가 시급합니다

교황은 젊은이들이 “환경과 지구에 대한 새로운 비전”에 따라 20세기 경제 패러다임에서 벗어날 수 있길 기대했다. 교황은 현재상황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며, 지난해 ‘프란치스코의 경제’가 ‘식물 경제학’이라는 주제를 다뤘다고 떠올렸다. “식물은 주변 환경 전체와 협력하는 법을 알고 있으며 경쟁하더라도 실제로는 생태계의 유익을 위해 협력하고 있습니다.”

“성경은 생명나무에서 겨자씨에 이르기까지 나무와 식물로 가득 차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모든 피조물과의 우주적 형제애로 우리를 도와줍니다. 인류는 지난 2세기 동안 지구를 희생시키면서 성장했습니다. 지구는 그러한 희생을 혼자 견뎌야 했습니다. 우리는 종종 만인과 만물의 행복이 아니라 우리 인간의 행복을 위해 지구를 약탈했습니다. 지금은 화석연료라는 에너지원을 버리고 제로 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원의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한 새로운 용기가 필요한 때입니다.”

불평등은 세계를 오염시킵니다

“신속하고 과감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진심으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여러분을 믿습니다!” 교황은 무기를 생산한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포기한 청년의 사례를 언급하며 때로는 이러한 영웅적 행동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적 지속가능성이 사회적, 관계적, 영적 지속가능성과 얽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구절을 인용하며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은 동일한 부르짖음”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환경을 위한 해법이 죄다 가장 가난한 이들에게 동일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불행과 불평등을 줄이는 것을 우선해야 합니다. 우리가 지구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고통받는 이들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을 죽이는 오염은 이산화탄소의 오염만 있는 게 아닙니다. 불평등도 우리 지구를 치명적으로 오염시킵니다.”

행복의 기근

교황은 대인관계의 문제도 중요하다며, 특히 서구사회는 분열되는 공동체와 분열되는 가족으로 인해 “빈곤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의 소비주의가 인간관계의 공허함을 세련된 상품으로 채우려 한다며 “외로움은 우리 시대의 큰 먹거리 사업”이 됐다고 한탄했다. 교황은 “종교, 지혜 전통, 대중신심 등 수세기에 걸쳐 축적된” 영적 유산이 없다면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삶의 의미를 상실한다고 경고했다.

“종종 삶의 고통과 불확실성에 직면했을 때 고통, 좌절, 실망, 슬픔을 다루는 영적 자원이 결핍된 영혼을 발견하게 됩니다. 청소년 자살률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보십시오. 그 수치들은 모두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숨겨집니다. 많은 젊은이들의 취약함이 이 같은 귀중한 영적 자본의 결핍에서 비롯됩니다. 여러분은 영적 자본이 있나요? 그것은 무형의 자본이지만 금융 자본이나 기술 자본보다 더 현실적입니다.”

가난한 이들, 변화의 주인공

교황은 ‘프란치스코의 경제’가 가난한 이들과 궁핍한 이들을 선택한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에게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난한 이들의 관점에서 경제와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가난한 이들을 위해 혹은 가난한 이들과 함께 일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가난한 이들이 스스로 변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프란치스코 성인이 가난한 이들을 사랑했을 뿐 아니라 그들의 가난을 멸시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우리 자본주의는 가난한 이들을 도우려고 하지만 그들을 존중하지는 않으며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역설적인 행복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불행을 사랑해서는 안 됩니다. 반대로 우리는 가치 있는 작업을 만들어내어 그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복음은 가난한 이들을 존중하지 않고는 어떤 불행과도 싸울 수 없다고 말합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청년기업인 여러분과 젊은 경제학도 여러분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의 이러한 복음적 역설에 머무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세 가지 지침

교황은 이번 만남에 참석한 젊은이들에게 세 가지 지침을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가난한 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곧 “피해자와 버림받은 사람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가난한 이들과 피해자들의 눈으로 볼 수 있으려면 그들을 알아야 하고 그들을 친구로 삼아야 합니다. 가난한 이들을 친구로 삼고 그들과 함께 삶을 나누면 하느님 나라도 함께 나누게 됩니다. 정말입니다. 하느님 나라가 가난한 이들의 것이고, 따라서 가난한 이들이 행복하다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반복합니다. 여러분이 내리는 일상의 선택은 결코 사소하지 않습니다.”

이상은 “구현”돼야 합니다

두 번째는 “일자리, 좋은 일자리의 창출”과 노동자를 잊지 말라는 지침이다. 세 번째는 “구현”이다. 이상, 희망, 가치는 구체적인 작업으로 ‘구현’돼야 한다. 손과 머리와 마음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아이디어는 필요하고 특히 젊은이들의 큰 관심을 받지만 ‘살(carne)’이 되지 않으면, 다시 말해 구체적으로 나날이 노력하면서 ‘구현’되지 않으면 덫에 빠질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병들게 됩니다. (...) 교회는 육체(carne)의 피로 없이 남다른 지식을 통해서만 세상을 바꾸려는 영지주의 유혹을 항상 거부했습니다.”

젊은이들과 함께한 프란치스코 교황
젊은이들과 함께한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의 기도

연설 말미에 교황은 아시시에서 만난 젊은 경제학도와 청년기업인의 프로젝트에 주님의 축복을 간구하는 기도를 바쳤다. 다음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기도문.

“하느님 아버지, 저희가 당신께 용서를 구하나이다. 저희는 지구에 극심한 상처를 입혔고, 토착 문화를 존중하지 않았으며, 가장 가난한 이들을 존중하거나 사랑하지 않았고, 친교를 이루지 않은 채 오직 부의 창출만을 위해 달려왔나이다. 당신의 영으로 이 젊은이들의 손과 머리와 마음에 영감을 주시는 살아계신 하느님, 당신께서는 이들을 약속의 땅으로 보내시어 이들의 관대함과 사랑, 위대한 이상을 위해 일생을 바치려는 열망을 온유하게 바라보시나이다. 하느님 아버지, 젊은이들의 사업, 연구, 꿈을 강복하소서.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이들과 함께하시어 이들이 역경과 고난을 덕과 지혜로 변화시키도록 도우소서. 이들의 선과 삶에 대한 열망을 지지하시고, 나쁜 사례에 부딪혀 낙심할 때에도 이들을 도우시며, 이들이 낙담하지 않고 여정을 계속하게 하소서. 목수가 되신 주님의 외아드님이신 예수님, 이들에게 사랑과 독창성과 손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쁨을 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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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9월 2022, 1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