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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정의 카푸친 수녀회 총회 참가자들을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 성가정의 카푸친 수녀회 총회 참가자들을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교황 “언성을 높이지 말고 침묵하며 경청하십시오. 침묵을 통해 다양성이 어우러집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26일 ‘성가정의 카푸친 수녀회’ 총회 참가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귀먹은 대중으로 하여금 특정 견해나 생각을 선택하게 유도하는 해결책으로” 자기 주장을 강요하며 언성을 높이는 사람들을 경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신의 목소리와 다른 이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면서 공동체의 일치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Tiziana Campisi / 번역 이창욱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도궁 콘치스토로 홀에서 ‘성가정의 카푸친 수녀회’ 총회 참석 수녀들의 예방을 받고 연설을 통해 겸손한 경청과 시노달리타스를 강조했다. 이 두 가지는 수녀들이 총회에서 다루는 주제이기도 하다. 교황은 이것이 “수도생활의 깊은 뿌리”라고 설명했다. 먼저 경청과 관련해 “듣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침묵, 깊은 침묵, 내면의 침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침묵은 기도로 이어지지만 종종 “우리의 생활방식은 ‘소음으로 가득 차’ 있다”며, 이러한 소음이 “타인의 관심을 끌 수 있고 가능한 즉각적인 반응을 만들어내는 자극”이라고 설명했다.

“많은 이들에게 있어 신체적으로든 도덕적으로든 언성을 높이는 것은 귀먹은 대중으로 하여금 특정 견해나 생각을 선택하게 유도하는 해결책으로 제시됩니다. 항상 특정 신호가 더 많이 들리게 하고, 자신들의 주장이 더 매력적이거나 놀랍게 받아들여지는 방식을 노리는 것입니다.” 

교황은 이 경우에 “사람들은 훨씬 더 영향력 있는 큰 소리에 거의 즉각 무리를 지어 몰려드는 것을 보게 된다”며, 그 결과는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서로 언성을 높이다 잔인한 말을 내뱉습니다. 이는 언론, 교육, 여론이나 정치를 통해 그러한 신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의 노예가 될 때까지 자유를 구속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의제를 무례하고 방만하게 강요하는 것입니다.”

침묵 안에서 어우러지기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그러한 세태를 거슬러 세상과 소음에서 멀리 떨어져 침묵 속으로 침잠하라고 요구하신다. “이를 통해 우리는 주의를 기울이며 장인의 인내심으로 다양한 소리를 식별하고, 음미하고, 구별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방식으로 “초기의 소란이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고, 불협화음으로 보였던 것이 이해되고 자리를 잡게 될 것이며, 하나의 이름, 하나의 얼굴을 갖게 될 것”이다. 교황은 “오직 침묵을 통해 조화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면 어떤 소리도 우리 귀에 거슬리지 않을 것”이라며, 종종 “겉으로 좋아보이지만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 앞으로 나아가도록 영감을 주는 내면의 일치가 없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아름다운 선율을 염두에 두면서 그 선율에 어울리지 않는 것을 거부하거나 입다물게 하려는 유혹이 있습니다. ‘나는 나만의 곡조가 있고, 나만의 리듬이 있으니까, 나머지는 치워버려.’ 이것이 유혹입니다. 하지만 이는 다른 이를 판단하고 하느님의 자리에 자기 자신을 두는 태도, 누가 거기에 있을 자격이 있고 누가 그렇지 않은지 결정하는 태도입니다. 이는 우리의 예언적 침묵의 겸손으로 맞서 싸워야 하는 큰 교만입니다.”

모든 이와 피조물을 사랑하고 만물의 의미를 찾으십시오

교황은 특히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겸손한 경청의 예언자가 되라고 초대했다. “프란치스코 성인이 피조물의 찬가를 통해 우리에게 가르친 대로, 모든 이를 차별 없이 사랑하고, 피조물을 선물로 사랑하며, 만물 안에서 위대함을 보라고 부르시는 하느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십시오. 이는 만물의 고유한 본질이기에 자연스럽게 부여되는 선율입니다. 이 선율에서 고통, 어둠, 심지어 죽음까지도 그 의미를 찾고 또한 어려움에 처한 형제, 용서를 필요로 하는 이, 구원을 필요로 하는 이, 두 번째 기회를 필요로 하는 이, 우리와 다르게 생각하는 이, 심지어 우리 자신의 한계까지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침묵 중에 하느님께 귀를 기울이고 인간에게 귀를 기울임으로써 마침내 “불협화음에서 교향곡으로 넘어가” 한마음 한뜻으로 함께 걷는, 시노달리타스에 이르게 된다.

예수님의 길과 좋은 영감을 주는 경청

교황은 연설을 마무리하면서 “언성을 높이는 것은 길이 아니며 예수님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곧 “십자가의 길, 겸손의 길, 가난의 길, 섬김의 길”이다. 이는 프란치스코 성인이 택한 길이자 ‘성가정의 카푸친 수녀회’ 창립자 루이스 아미고 주교가 택한 길이기도 하다. 매일 수난을 묵상한 루이스 아미고 주교는 “작음과 고행의 삶의 양식을 천국의 길로 받아들이도록” 초대했다. 교황은 자신의 목소리와 다른 이들의 목소리가 공동체의 일치에 활력을 줄 수 있다면서, 일치란 모두가 같은 것을 느끼고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조화롭게 하나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분은 오직 성령이십니다.”

“수난의 압도적인 침묵 앞에서 빌라도처럼 그 길을 의심하며 벌거벗은 진리 앞에 놓인다면, 나자렛의 침묵이 성가족을 길러냈다는 성 바오로 6세 교황님의 말씀대로 그 침묵이 여러분의 특수한 수도 성소의 가치를 가르쳐주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성소는 ‘관상과 내면성, 참된 스승의 좋은 영감과 가르침에 항상 기꺼이 귀를 기울이는 경청, 적절한 양성, 연구, 묵상, 강렬한 내적 생활, 오직 하느님만이 보시는 개인 기도의 필요성과 가치’(성 바오로 6세 교황)를 살아내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으로 여러분은 언제나 복음 학교의 예언자가 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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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9월 2022, 1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