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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토미즘 대회 참가자들에게 연설하는 교황 국제 토미즘 대회 참가자들에게 연설하는 교황 

교황 “토마스 성인은 교회를 위한 빛... 지적 환원주의에 빠지지 마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22일 제11차 국제 토미즘 대회 참가자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대가’인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의 사상에 대한 일부 해석을 예로 들어 토미즘이 ‘대가’의 모습을 흐리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에 대해 말하기 전에 우리는 관상해야 합니다. ‘대가’를 관상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대가’의 사상을 망쳐버리고 “‘대가’에게서 힘과 생명을 앗아가게 될 것”이라고 교황은 덧붙였다.

Antonella Palermo / 번역 김호열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이 제11차 국제 토미즘 대회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성 토마스 아퀴나스와 같은 위대한 사상가를 연구한다는 것은 단순히 수많은 지식인 가운데 한 사람에 대한 지식을 축적하는 게 아니라 ‘대가(maestro, 大家)’에 대해 성찰하는 것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제11차 국제 토미즘 대회는 “새것으로 옛것을 보완하기(Vetera novis augere): 현재의 맥락에서 본 토미즘 전통의 자원”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9월 22일 바티칸 클레멘스 홀에서 대회 참가자들을 만난 교황은 기존의 연설문을 교황청립 성 토마스 아퀴나스 학술원장에게 전달하고 참가자들에게 즉흥적으로 연설했다.

‘대가’를 기회주의적 방식으로 이용하지 마십시오

교황은 토미즘이 ‘대가’인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을 도구화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인을 “결의론적 사고”의 노예로 전락시킨 토미즘의 많은 해석 중 하나를 예로 들며, 기회주의적인 방식으로 ‘대가’의 사상을 축소하거나 흉내내기에 급급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교황은 ‘대가’의 사상을 연구하는 방법론과 관련해 첫 번째 단계로 ‘관상’을 제시했다. “교회의 가르침 안에서 그 사상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설명’이다. “설명하는 데 있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해석’이다. “해석하는 데 있어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 내 생각을 관철하기 위해 ‘대가’의 권위를 절대 이용하지 마십시오.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대가’의 빛에 비추어 ‘대가’의 빛이 그것을 해석하게 하십시오.”

성인의 모습을 사상가의 모습으로 축소하지 마십시오

교황은 이를 부연하기 위해 가톨릭 교리와 성 토마스 아퀴나스에 관한 일부 해석에 명확하지 않은 점들이 있었던 가정에 대한 시노드 작업에 얽힌 일화를 들려줬다. 이어 도미니코회 크리스토프 쇤보른(Christoph Schönborn) 추기경이 토미즘 신학에 대한 교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쇤보른 추기경님은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을 잘 알고 계셨습니다. 성인에 대해 설명할 때는 성인을 이용하지 않고, 훌륭하게 설명하셨습니다.” 교황은 쇤보른 추기경의 기여가 “매우 훌륭한 일”이었다고 덧붙였다.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에 대해 말하기 전에, 토미즘에 대해 말하고 가르치기 전에, 우리는 관상해야 합니다. ‘대가’를 관상해야 합니다. 지성적 사유 너머로 ‘대가’가 무엇을 경험했고,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교황은 ‘대가’의 모습을 사상가의 모습으로 축소하지 말라며, 만일 그렇게 할 경우 ‘대가’의 사상을 망쳐버리고 “‘대가’에게서 힘과 생명을 앗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교회 사상의 빛입니다. 우리는 성인의 독보적 사상의 위대함을 구속하는 온갖 ‘지적 환원주의’에서 성인을 보호해야 합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 진리에 대한 열정을 품은 이

“토미즘은 박물관 전시물이 아니라 영원히 살아있는 원천이 돼야 합니다.” 

참가자들에게 배포된 기존 연설 원고에서 교황은 “위대한 신학자” 성 토마스 아퀴나스 교회 학자의 시성 700 주년을 한 해 앞두고 그를 “무엇보다 성인으로, 사람이 되신 지혜의 충실한 제자”로 정의했다. 아울러 성 토마스 아퀴나스 기념 미사의 본기도를 인용해 성인을 가리켜 “뛰어난 성덕과 거룩한 학문의 본보기”로 설명했다. 교황은 성인이 “지칠 줄 모르고 하느님의 얼굴을 찾은 구도자”였다며, 항상 스스로에게 “하느님은 누구이신가?”라는 질문을 던진 인물이라고 말했다. 

“성령의 인도 아래 겸손되이 추구하는 ‘신앙 이해(intellectus fidei)’는 신자들에게 있어서 선택사항이 아니라 역동적인 신앙이라는 몫을 차지합니다.” 

하느님을 찾는 여정

교황은 “이미 마음에 받아들여진 하느님 말씀이 지성에 도달해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을 새롭게’ 하여 영원한 지혜이신 분의 빛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느님을 열정적으로 찾는다는 것은 기도인 동시에 관상입니다. 따라서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은 경배의 분위기에서 태어나고 자라나는 신학의 모델이 됩니다. 하느님에 관한 진리를 찾는 여정은 이처럼 이성과 신앙이라는 두 ‘날개’를 사용합니다. 우리가 알다시피 성인이 이성과 신앙이라는 두 가지 빛을 어우러지게 했던 방식은 여전히 모범적으로 남아있습니다.” 

교황은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의 예언적 직관의 천재성, 세상의 세속성과 복음의 근본성을 조화시킬 수 있었던 방법에 대해 서술한 내용을 인용하기도 했다. 

토미즘 사상을 연구하고 현재에 접목하십시오

교황은 토미즘이 “수축기와 이완기”의 이중 생명운동을 따른다고 설명했다. “원리와 독창성을 파악하기 위해 먼저 역사문화적 맥락에서 토마스 성인의 작품을 연구하는 데 집중해야 하므로 수축기입니다. 그 다음에 이완기가 옵니다. 오늘날의 세상과 대화하고 당대의 문화에서 진실하고 정의로운 것을 비판적으로 동화시키는 것입니다.”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에서도 언급한, 창조와 관련된 성 토마스 아퀴나스의 많은 빛나는 교리 중 한 가지를 상기했다. “영국 작가 체스터턴이 성인을 ‘창조주의 토마스’라고 부른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토마스 아퀴나스 성인에게 있어서 창조는 하느님의 놀라운 관대함, 곧 거저 주는 자비가 가장 먼저 나타난 것입니다. 이를 성인은 하느님의 손이 열려 있고 항상 열린 상태로 남아있는 사랑의 열쇠라고 말했습니다. 성인은 피조물의 질서 있는 다양성 속에서 빛나는 하느님의 아름다움을 관상했습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피조물의 우주는 하나의 덩어리도 아니고 순수한 무형의 다양성도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니라 하나의 질서, 곧 모든 피조물이 연결된 질서 전체를 형성합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모두 하느님으로부터 나와 하느님께로 돌아가기 때문이며, 서로에게 작용하여 촘촘한 관계망을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배포된 연설문의 마지막에서 교황은 “두려움 없이 새로운 것으로 옛것을 굳건히 하고 풍요롭게 하라”며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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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9월 2022, 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