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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매스쿼치스 원주민과 교황의 첫 만남 (2022년 7월 25일) 캐나다 매스쿼치스 원주민과 교황의 첫 만남 (2022년 7월 25일)  (Vatican Media) 사설

교황의 캐나다 사도 순방, 눈물의 선물

프란치스코 교황이 원주민 땅에서 이어간 참회의 순례를 포착한 많은 장면은 큰 고통을 겪고 오늘날 교회의 새로운 얼굴을 만나는 사람들의 치유와 화해의 여정에 주목하는 순간을 보여준다.

Massimiliano Menichetti / 번역 이정숙

오늘날 사회에는 스마트폰과 PC 덕분에 소셜 미디어에서 단 몇 초 만에 전 세계로 확산되고 공유되는 이미지들이 있다. 수천, 수백만,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종종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똑같은 스냅사진을 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공유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라지는 선, 색깔, 모양들이 있는 반면에, 다른 어떤 것들은 영원히 기억 속에 새겨져 있고, 또 다른 어떤 것들은 오직 마음속에만 남아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캐나다 사도 순방(2022년 7월 24-30일)에는 행사 이상의 의미를 말해주는 스냅사진이 많다. 꽉 막혀 있던 것을 열어 젖히는 이 사진들은 침묵, 고통, 아픔 그리고 소속감, 인정, 만남, 희망을 보여준다. 

교황은 자신이 지적한 대로 동화정책과 해방정책 당시 아이들을 빼앗긴 원주민들의 순교를 목격한 땅에 대한 참회의 순례를 했다. 교황은 진실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서를 구하는 그리스도의 빛을 품고, 또한 포옹하고, 경청하고, 사랑하는 교회의 빛을 안고 여정에 나섰다. 그 교회는 거침없이, 의심의 여지없이, 지체 없이, 장애물 없이 모든 가난한 이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교회다.


교황은 6일 동안 캐나다를 가로질러 여행하면서, 캐나다의 심장부와 지리적 변방을 어루만지며 지구상에서 가장 큰 이누이트 공동체가 살고 있는 북극권의 가장자리까지 이르렀다. 이칼루이트에서 교황은 4개의 초등학교 중 한곳에서 기숙학교 학생이었던 원주민들을 만났다. 재교육을 명분으로 설립된 그 끔찍한 기숙학교는 부모와 강제로 분리된 원주민 아이들에게 잔혹함과 폭력의 현장이었다. 그 건물 내에는 방이 있었다. 커다란 흰 상자를 연상시키는 그 방은 돌출된 벽면에 작은 창들이 나 있었다.

교황은 그 방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여러 줄로 동그랗게 늘어선 채 교황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소박하게 차려 입은 노인들이었고, 일부는 전통 의상을 입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 주름진 손이 자신들의 얼굴을 감쌌다. 교황에게 시선을 고정한 그들의 무표정한 얼굴 위로 천천히 눈물이 흘러내렸다. 캐나다 사도 순방 중에 여러 번 반복된 이 장면에는 단 한 명의 삶보다 훨씬 더 많은 것, 곧 사람들의 숨막히는 부르짖음이 담겨 있었다. 가톨릭 신자들 때문에 끔찍한 일을 경험한 그들은 교황과의 만남에서 인정을 받고, 감동을 받고, 포옹과 사랑을 체험했다. 말할 수 없는 깊은 골, 고통, 희망을 드러내는 그 눈물이 두 팔을 벌리게 하고 맞아들이게 했다.

교황은 사도 방문 내내 최근 몇 달 동안 바티칸에서 퍼스트 네이션, 이누이트, 메티스 원주민 대표단을 만났을 때처럼 화해와 치유의 길을 제시했다. 교황은 지평에 도달하고, 만들어가고, 잘 보살펴야 할 과정을 시작했다. 윌튼 리틀차일드 크리족 원주민 부족장은 교황의 방문이 “축복이자 선물”이라며, 이제야 “작업이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현재 78세인 리틀차일드 부족장은 기숙학교 생존자 중 가장 나이가 많다. 그는 매스쿼치스 ‘베어 파크 파우와우 그라운드’에서 열린 만남에서 교황에게 전통 깃털 머리장식을 선물했다. 

독수리 깃털 전통 머리장식을 쓴 교황의 사진은 특별하지만, 이전의 다양한 장면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 나눔의 몸짓을 가능하게 했던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체 장면을 샅샅이 살펴봐야 한다. 교황에게 전달된 선물은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뜻했다. 머리장식을 씌워주는 것은 리틀차일드 부족장에게 있어 상당한 육체적 노력을 필요로 했는데, 왜냐하면 보통 그는 목발을 짚고 걷거나 휠체어를 타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교황이 있는 연단에 오르기 위해 혼자서 몇 미터를 걸으며 계단을 올랐다. 원주민들을 모욕하고 짓밟았던 것과는 다른, 살아있는 교회의 현실에 대한 그들의 마음과 귀를 다시 열었기 때문에 가능한 몸짓이었다.

기숙학교 희생자들의 명단이 있는 긴 붉은 현수막에 새겨진 공포가 교황에게 보여지는 가운데, 몸 속을 통과하는 북소리가 각자의 심장 고동과 합쳐졌다. 또한 (크리어 가수) 시피코(Si Pih Ko)의 고통과 비통, 분노의 장면은 잊을 수가 없다. 교황 앞에 똑바로 선 그녀는 놀라워하는 군중과 주저하는 보안요원들에 둘러싸여 즉흥적으로 캐나다 국가를 불렀다. 

캐나다를 방문한 교황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노래한 원주민 여성
캐나다를 방문한 교황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노래한 원주민 여성

이후 교황은 휠체어를 타고 락 세인트 앤 호숫가에 앉아 침묵에 잠겼다. 그곳은 원주민들이 사랑하는 장소이자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순례에 나서는 호수였다. 교황이 그곳에서 연설하는 동안 조부모의 손은 아이들의 손을 서로 지지하는 듯 꼭 맞잡고 있었다. 

고통, 자부심, 열정, 정체성, 춤, 침묵, 기도, 눈물의 이미지가 이 참회의 순례에 함께했다. 그 순례는 새로운 관점을 시작하고 개인과 기관들에 과제와 목표를 부여하는 동시에 모든 인류, 우리 모두가 나눔과 형제애의 길을 갈 수 있는 기회를 보여주고, 인간과 피조물을 바라보고 귀를 기울이며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자녀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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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8월 2022, 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