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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루트 항구 폭발 사고 이후의 모습 베이루트 항구 폭발 사고 이후의 모습  (AFP or licensors)

교황, 베이루트 폭발 사고 2주년 “진실을 감추면 안 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8월 3일 수요 일반알현의 말미에 지난 2020년 레바논의 수도에서 발생한 재난을 기억했다. 8월 4일은 베이루트 항구 폭발 사고 2주년이다. 교황은 희생자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고 “레바논이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재탄생의 여정을 계속 걸어갈 수 있길 빈다”며 “또한 평화의 땅이라는 소명에 계속해서 충실히 응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여러 성모성지를 도보로 순례하는 폴란드 신자들에게 순례 기간 중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이재협 신부

오는 8월 4일은 200명 이상의 희생자와 6000명 이상의 부상자를 낳은 비극적인 베이루트 항구 폭발 사고 2주년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8월 3일 수요 일반알현 교리 교육 말미에 ‘상처 입은 레바논’을 다시 한번 기억했다. 이날 교황은 일반알현 교리 교육에서 최근 다녀온 캐나다 해외 사도 순방의 의미와 내용을 설명하고, 이후 “사랑하는 레바논인”과 “그 참혹한 사건”의 희생자들을 기억했다. 언제나 레바논 주민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온 교황은 지난해 7월 1일 바티칸에서 레바논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지도자들과 함께하는 ‘레바논을 위한 기도의 날’을 마련한 바 있다.

“레바논의 한 사람 한 사람이 신앙으로 위로를 받고, 결코 감출 수 없는 정의와 진실로 힘을 얻을 수 있길 기도합니다.”

평화의 땅이라는 소명

교황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과거 레바논을 평화의 땅이라고 정의한 “향백나무의 나라”에 다시 한번 특별한 관심을 표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레바논이 평화의 땅이라는 소명을 지니고 있는 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메시지”라고 말한 바 있다.

“레바논이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재탄생’의 여정을 계속 걸어갈 수 있길 빕니다. 또한 다양한 종교 공동체가 형제애 안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평화의 땅’, ‘다원주의의 땅’이라는 소명에 계속해서 충실히 응답할 수 있길 바랍니다.”

재난

지난 2020년 8월 4일 오후 5시, 베이루트에서 소방차들이 사이렌을 울리며 항구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격납고에서 발생한 초기 화재는 그다지 크게 위험하지 않았지만 즉각 진화에 나설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진화를 시도하던 소방관들은 갑작스러운 1차 폭발에 놀랐으며, 그로부터 몇 초 뒤 3번 격납고에 10년 가까이 보관 중이던 질산암모늄 2700톤에 불이 붙어 2차 폭발이 일어났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비핵(非核) 폭발로 기록된 이번 재난은 이미 정치·사회·경제적 위기에 시달리던 레바논에게 가혹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레바논 주민의 약 80퍼센트는 여전히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피해 규모는 수개월이 지난 후에 파악할 수 있었다. 214명이 사망하고 6500여 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수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공항과 도심 일부가 파괴됐다. 대참사의 책임과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는 1년이 지난 뒤에도 답보상태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무시무시한 폭발을 견디고 항구에 남아 있던 곡물 저장고 중 일부가 무너졌다. 건물 붕괴 원인은 화재의 영향으로 추정된다. 발효된 곡물이 쌓여 있던 폐곡물 저장고에서 일주일 전부터 연기가 나기 시작했고, 최근 높은 기온으로 인해 불이 붙어 소방관들이 진화할 수 없는 큰 화재로 번졌다.

베이루트 참사 1주년 

지난 2021년 8월 4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베이루트 항구 폭발 사고 1주년을 맞아 다음과 같은 아픔을 표현한 바 있다. 

“저는 1년 전 수도 베이루트 항구에서 끔찍한 폭발사고가 일어나 수많은 사망자와 폐허를 낳은 소중한 나라 레바논을 생각합니다. 특히 희생자와 그 가족, 부상자들, 집과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생각합니다. 많은 이들이 삶의 희망을 잃었습니다.”

‘레바논을 위한 기도의 날’

그보다 한 달 앞선 2021년 7월 1일, 교황은 레바논을 위한 기도의 날을 마련하고 레바논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지도자들과 함께 바티칸에서 기도했다. 당시 교황은 레바논을 “침몰”시키려는 모든 시도를 규탄했다. 이어 “지치고 좌절한 레바논 국민들의 염원과 기대”에 부응해 “이 혹독한 위기를 극복할 희망의 빛을 주시길” 하느님께 기도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관심

교황은 또한 우크라이나의 평화에 대한 희망을 내비쳤다. 교황은 기회가 될 때마다 현재의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무의미하고 잔인한 전쟁”으로 정의해 왔다. 교황은 자신의 캐나다 해외 사도 순방을 위해 기도로 함께한 폴란드 신자들에게 인사하면서, 8월에 많은 폴란드 신자들이 야스나 고라 성모성지를 비롯한 여러 성모성지를 도보로 순례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보 성지 순례를 하는 폴란드 신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특별한 사명을 당부했다. 

“교회를 위해, 세계 평화를 위해, 특별히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여러분의 고된 순례 여정을 봉헌하길 당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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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8월 2022, 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