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들과 라퀼라... 용서의 발자취 안에서 드러난 유대
Amedeo Lomonaco, Tiziana Campisi / 번역 이정숙
성 첼레스티노 5세 교황은 즉위 한 달 후인 1294년 9월 29일 ‘용서의 칙서’로 잘 알려진 교황 칙서 「거룩한 성도들 가운데」(Inter sanctorum solemnia)를 반포하고 ‘첼레스티노 대사’의 성대한 예식을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거행했다. 칙서에 따르면 고해성사를 보고 영성체를 모신 이가 8월 28일 저녁기도 이후부터 29일 사이에 산타 마리아 디 콜레마조 대성당의 ‘성문(聖門)’을 통과하면 전대사를 수여했다. 이후 700년이 넘도록 라퀼라에서는 ‘첼레스티노 대사’ 기념행사를 매년 8월 28-29일 거행하고 전대사를 수여한다. 올해 728주년을 맞이하는 ‘첼레스티노 대사’ 기념행사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라퀼라 사목 방문이 예정돼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문
교황은 오는 8월 28일 주일 헬리콥터를 타고 ‘그란사소’ 경기장에 도착한 다음 도심까지 차량으로 이동한다. 지난 2009년 4월 6일 대지진의 상처가 여전히 남아 있는 라퀼라의 성 마시모와 성 제오르지오 주교좌성당을 비공개로 방문한 이후 교황은 두오모 광장에서 지진 피해자 가족들과 라퀼라 시 관계자, 신자들에게 인사한다. 이후 다시 한번 차량으로 산타 마리아 디 콜레마조 대성당으로 이동해 대성당 앞뜰에서 미사를 거행한다. 그런 다음 삼종기도를 바친 후 2022년 ‘첼레스티노 대사’ 시작의 의미로 ‘성문’을 연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 첼레스티노 5세 교황이 이 예식을 제정한 지 728년 만에 전례를 거행하는 첫 번째 교황이다. 이날 모든 일정을 마친 교황은 관계자들의 환송인사를 받은 후 바티칸으로 돌아간다.
‘첼레스티노 대사’의 기원
교황의 라퀼라 방문은 1294년 8월 29일 피에트로 다 모로네(Pietro da Morrone)로 불리던 성 첼레스티노 5세 교황(세속명 피에트로 안젤레리오)이 산타 마리아 디 콜레마조 대성당에서 교황으로 즉위한 역사와 연결된다. 역사적 자료에 따르면 성 첼레스티노 5세 교황의 즉위식에는 추기경들, 귀족들, 앙주의 카를로 2세(나폴리 왕)와 그의 아들 카를로 마르텔로 왕자를 비롯해 많은 신자들이 참석했다. 같은 날 저녁 교황은 그곳에 모인 모든 이들의 죄를 사하고 도시 내 파벌의 화해를 명령함으로써 화해를 이뤄냈으며, 또한 앙주의 카를로 2세에게 라퀼라의 반역자들을 용서하라고 명령했다.
용서의 칙서
1294년 9월 29일 ‘용서의 칙서’가 반포됐다. 칙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능하신 하느님의 자비와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의 권위에 힘입어 해마다 성 요한 축일 제1저녁기도부터 제2저녁기도까지 진정으로 회개하고 고해성사를 받은 후 앞서 언급한 성당(산타 마리아 디 콜레마조 대성당)에 들어가는 모든 이는 세례 이후 자신이 지은 모든 죄에 따른 잠벌의 사함을 받는다.” 첫 번째 전대사의 장엄한 전례는 1295년 거행됐다.
성 첼레스티노 5세 교황에 대한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경의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성 첼레스티노 5세 교황의 ‘용서의 칙서’에 대한 진정성을 확인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지난 1966년 알라트리, 푸모네, 페렌티노, 아나니를 방문하는 동안 특별히 “교황으로서의 성 첼레스티노 5세의 모습이 교회의 기원과 우리 주님께서 성 베드로 사도와 그의 후계자들에게 주신 권한을 상기시킨다”고 강조했다. “피에트로 모로네는 교황으로 선출되고 즉위했습니다. 그분은 교황직 수락에 머뭇거리셨지만 이내 직무를 받아들이셨고, 우리 주님처럼 나귀를 타고 라퀼라로 들어가 그곳에서 두 왕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여기에 교회의 본질이 있습니다. 베드로의 후계자의 자리인 로마의 숙명이 있습니다. 타락은 어디에서든 치명적이지만, 교회에서는 은사입니다. 또한 ‘세상 끝날까지 항상 너희와 함께 있겠다’는 약속이자 신적 현존입니다. 이는 가톨릭 교회의 살아있는 기적입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라퀼라 방문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지난 1980년 산타 마리아 디 콜레마조 대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고 강론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놀라운 장소에서 여러분을 만나 기쁩니다. 콜레마조 대성당은 예술과 기도의 장엄한 종합을 표현하기 위해 인간의 손으로 지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곧, 여러분이 사는 이 마을의 거대한 산맥(아펜니노)이 여러분 마음속에 영감을 주는 무한의 감각, 삶의 수직성, 피조물에 반영된 하느님의 영광 등을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의 콜레마조 대성당 방문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도 지난 2009년 4월 28일 지진 피해 지역을 방문했다.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은 차량으로 라퀼라에 도착해 콜레마조 대성당에 들렀다. 이어 성문을 통해 대성당으로 들어가 성 첼레스티노 5세 교황의 유해를 모신 유리관 위에 자신의 팔리움(Pallium, 교황 권위와 직무의 상징인 양털 띠)을 내려놓고 공경의 예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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