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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비상사태를 선포한 지역 중 하나인 베네토주 카나로 근교의 포강 가뭄 비상사태를 선포한 지역 중 하나인 베네토주 카나로 근교의 포강 

가뭄 대처,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책임을 지는 일

로마의 주교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022년 한여름에 발생했던 화재와 가뭄을 떠올리며, 지난 6월 29일 삼종기도 말미에 로마교구 신자들에게 화재와 가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이탈리아의 가뭄은 여전히 심각한 상태다. 많은 지역들이 이례적인 물 부족 문제에 대처하려고 과감한 조치를 취할 준비를 하고 있다.

Andrea De Angelis / 번역 박수현

일반적으로 비가 오랫동안 내리지 않고 상대적으로 낮은 습도가 지속되며 땅이 바짝 마르고 건조하게 되는 현상. 특정 기간 및 특정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의 감소. 전자가 가뭄에 대한 고전적인 정의라면, 후자는 땅에 수분이 없어 화재가 발생하는 이탈리아의 여러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안타깝지만 이탈리아도 금세기 동안 볼 수 없었던 물의 감소를 목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화 모양’의 이탈리아 땅 가운데서도 특히 북부지역이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등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교황의 경고

여름이 오기 전인 지난 6월 초, 전문가들은 이탈리아의 가뭄 위험을 경고했다. 몇 주 뒤 그 위험은 현실이 됐다. 이탈리아 북부의 가장 긴 강인 포강에서 이탈리아 중부 로마를 관통하는 주요 강인 테베레강에 이르기까지 주요 강들이 바닥을 드러냈다. 제1차 산업의 수많은 활동이 생산계획을 축소하거나 심지어 중단해야 했다. 예컨대 몇몇 지자체는 물 배급을 중단하거나 공공 분수대와 수영장을 폐쇄하는 등 물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개입하기로 했다. 이제 막 시작된 여름시즌을 앞두고 경종을 울린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미 지난 6월 29일 삼종기도 말미에 로마에 영향을 미친 화재와 가뭄을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최근 며칠 동안, 매우 높은 기온으로 인해 로마에서 여러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아울러 많은 지역에서 가뭄이 발생해 농작물과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면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상사태에 대처하고 향후 비상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마련되길 바랍니다. 이 모든 것이 우리를 피조물 보호에 대한 생각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책임이고, 우리 각자가 책임져야 합니다. 피조물 보호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책임을 지는 일입니다. 지구의 미래는 우리 손, 우리 결정에 달려 있습니다!”

「찬미받으소서」에서의 가뭄

따라서 특히 가뭄과 관련해 피조물을 보호하는 것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책임을 지는 일이다. 교황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제1장에서 교황은 “깨끗한 식수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하며, 특히 “이제 많은 곳에서 수요가 지속 가능한 공급을 초과하였으며” “매우 심각한 때에는 공정하고 올바른 관리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깨끗한 식수가 가장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는 인간의 삶 그리고 육상과 수생 생태계를 보존하는 데에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깨끗한 물의 원천은 보건과 농업과 산업 부분에서 반드시 필요합니다. 물 공급은 오랫동안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되었으나, 이제 많은 곳에서 수요가 지속 가능한 공급을 초과하였으며, 장기적으로나 단기적으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엄청난 양의 물 공급에 의존하고 있는 대도시들은 물 부족 시기를 경험하였고 매우 심각한 때에는 공정하고 올바른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였습니다. 물 부족은 특히 아프리카에서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많은 아프리카인들은 안전한 식수를 확보하지 못하거나 농산물 생산을 저해하는 가뭄을 겪고 있습니다. 일부 나라들에서는 물이 넉넉한 지역에 있는 반면에, 극심한 부족 현상을 겪는 지역도 있습니다”(「찬미받으소서」, 28항). 

2015년 반포된 「찬미받으소서」 제1장에서 교황은 “개인에게뿐만 아니라 모든 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세계적 불평등을 분석했다. 교황은 이 같은 불평등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상업적 불균형, 그리고 특정 국가들이 장시간에 걸쳐 천연자원을 지나지게 이용한” 탓에 남반구와 북반구 사이에서 “생태적 빚”이 발생했다며, 불평등과 가뭄의 관계를 설명했다.

“특히 배출된 가스들을 처리하려고 전 세계의 환경 공간을 이용하는 것에 대하여 예측해 보아야 합니다. 지난 200년 동안 쌓여 온 가스 분진을 처리하려고 전 세계의 자연 공간의 사용을 계산해야 하는 긴급한 사정이 생겼습니다. 이는 전 세계 모든 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일입니다. 일부 부유한 국가들의 엄청난 소비로 야기된 온난화는 세계의 가장 가난한 지역, 특히 아프리카에 영향을 미칩니다. 아프리카에서는 기온 상승이 가뭄과 맞물려 농업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찬미받으소서」, 51항). 

구조적 문제

이탈리아 국립지질학회(CNG) 커뮤니케이션 담당 도메니코 안젤로네 박사는 「찬미받으소서」와 관련해 “우리는 교황의 회칙을 열렬히 환영했다”며 “회칙이 우리의 사고방식, 곧 과거와 미래를 장기 관점으로 바라보는 방식과 매우 닮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제 우리는 교황님이 옳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안젤로네 박사는 “물은 생명의 근원”이라며 “사업활동의 원천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어제도 오늘도 항상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즉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젤로네 박사는 “지난 세기 중반 이후로 무분별한 인간활동이 가파르게 증가했다”며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데 있어 이탈리아의 준비는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문제는 구조적”이라며 “우상향 곡선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불행히도 오늘 우리는 이에 대해 조금 더 공개적으로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젤로네 박사는 “가뭄 문제가 세계의 다른 지역에 영향을 미칠 경우 가뭄 문제를 과소평가하는 근시안적 측면이 있었다”며 “하지만 당시에 우리가 가뭄에 대해 관심을 보였어야 했다”고 말했다. “예상한 바와 같이 이제는 가뭄이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더욱 우리가 관심을 두고 접근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려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음과 같은 개념을 명확히 확인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하는 일은 물 문제를 포함하여 미래 세대를 위해 봉사하거나 희생하게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탈리아 지질학자들의 호소

이미 5년 전 이탈리아 수문지질학회(AII)는 이탈리아 영토에서 가장 일관된 수자원이 지하수임을 강조한 바 있다. 2019년 이탈리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하수는 식수 수요의 84퍼센트를 보장하며, 농업과 산업 수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강수량 감소의 영향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지하수 자원은 매년 약 500억 입방미터(㎥)로 갱신되며, 이는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이탈리아의 가장 큰 호수인 가르다 호수의 평균 저수량과 포강이 아드리아해로 방류하는 평균 저수량과 맞먹는 양이다. 전문가들은 대수층의 잠재력을 주의 깊게 평가하고 취수량의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면 지하수가 여러 상황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고 지속적인 해결책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조정하고 완화할 필요성을 유지하면서 지표 자원 관리 및 비상상황의 관리 최적화에 기여한다. 이에 이탈리아 국립지질학회는 분권화된 관리를 없애고 중장기 계획을 위한 단일 방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국가자원관리청의 설립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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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7월 2022,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