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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사유니비전 방송과의 인터뷰 장면 텔레비사유니비전 방송과의 인터뷰 장면  

교황 “만약 사임한다면 로마의 명예주교로 남을 것”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국 최대 스페인어권 미디어·콘텐츠 그룹 ‘텔레비사유니비전(TelevisaUnivision)’의 스페인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건강상태 △사임 가능성 △코로나19 대유행 △우크라이나 전쟁 △낙태 △아동 성학대 등의 현안에 답했다. 교황은 만약 사임한다면 “로마의 명예주교”로 남을 것이라며, 라테라노 대성전에 머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무릎상태와 관련해서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Vatican News / 번역 이재협 신부

“지금 당장은 사임할 생각이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멕시코 언론인 마리아 안토니에타 콜린스, 발렌티나 알라즈라키와의 독점 인터뷰에서 이 같이 단언했다. 미국 최대 스페인어권 미디어·콘텐츠 그룹 ‘텔레비사유니비전(TelevisaUnivision)’ 산하 스트리밍 서비스 ‘빅스(ViX)’의 뉴스 채널인 유니비전 노티시아스(Univision Noticias)는 유튜브 채널에 교황과의 인터뷰를 게시했다. 인터뷰 영상에 따르면 교황은 특별히 자신의 건강상태와 최근 몇 주 동안 교황직 사임을 둘러싼 의혹에 분명히 답했다. “지금 이 순간 저는 하느님께서 제가 사임하길 바라신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만약 하느님께서 저의 사임을 원하신다고 느낀다면, ‘예’라고 응답할 것입니다.” 이어 8월 말 열리는 추기경회의와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사임한 첼레스티노 5세 교황의 무덤이 있는 아퀼라에 방문하는 것을 두고, 교황이 사임을 표명할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우연”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자신의 현재 무릎상태와 관련해 “활동에 제약을 느끼긴 하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며칠 전 예정됐던 아프리카의 두 나라 사도 순방은 분명히 수행할 수 없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저는 순방을 감행할 정도의 기력이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약 20일이 지난 지금은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교황은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남겨준 훌륭한 본보기”는 언젠가 필요하게 될지 모르는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재차 말했다. 이어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을 “선의와 기도하는 삶으로 교회를 지탱하는 인물”로 표현하며 전임교황에 대한 “크나큰 애정”을 드러냈다. 또한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현재 머물고 있는 ‘교회의 어머니 수도원’을 방문할 때마다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임한 교황에 대한 예우 관련 규정을 세우는 문제와 관련해 교황은 “현재 역사가 규정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임한 교황을 예우하는 첫 번째 경험이 좋은 모범을 남기고 있다”며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이 거룩하고 분별력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향후 “관련 규정에 대한 정리나 더 나은 지침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교황은 자신의 사임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아르헨티나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저는 로마의 주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로마의 명예주교로 남을 것입니다.” 기자가 라테라노 대성전에 머물 가능성을 묻자 교황은 “그럴 수도 있다”고 답했다. 

교황은 자신이 교황으로 선출된 콘클라베(교황 선거) 이전에 이미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직의 사임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교황은 당시 대주교직을 사임하면 “고해성사를 주고 병자들을 방문하는 삶”을 꿈꿨다고 회상했다. 이것이 그가 생각한 “사도직”이며 그가 수행할 “일”이었을 것이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곳에서 사람들을 섬기며 여생을 살아가는 것이 제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을 당시 계획했던 일입니다.” 교황은 “살아서 교황직을 사임하게 된다면 역시 그와 같은 계획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황은 이번 인터뷰에서 심각한 다른 현안들에 대한 질문에도 빠짐없이 답했다. 교황은 코로나19 대유행 관련 질문을 듣고 지난 2020년 3월 27일 특별 기도의 날을 떠올렸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공격한 나라보다 공격받고 있는 나라”에 대해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교황은 오는 9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리는 종교간 대화 행사에서 러시아 정교회의 키릴 총대주교를 만나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다. 교황은 우크라이나 외에도 예멘과 시리아 등 전쟁에 휩쓸린 나라들의 비극을 언급하면서 우리가 현재 “지역적으로 치르고 있는 제3차 세계대전”의 시기를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핵무기는 사용뿐 아니라 보유 그 자체로 비윤리적”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낙태 관련 현안에 대해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다시 한번 낙태 거부 입장을 재확인하며 인간 생명을 없애는 일이 완전히 부당하다고 말했다. 교황은 반박 불가능한 과학적 데이터를 통해서도 이 같은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권 보장 판결을 폐기한 후 미국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교황은 미국의 양극화 현상에 주목하며 사목자들이 언제나 사목적 차원에서 돌봄을 실천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정치적 문제가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자들이 낙태를 지지하는 가톨릭 정치인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묻자 다음과 같이 답했다. “그들의 양심에 맡깁니다. 그 정치인들이 이 모순적인 문제와 관련해 교구장 주교님, 사목자, 본당 신부님과 이야기를 나눠보길 바랍니다.” 이어 쿠바 관련 질문을 던진 기자들에게 쿠바인들과 쿠바 주교단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교황은 라울 카스트로 전 쿠바 공산당 총서기와도 인간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고 고백하며, 오바마 대통령 집권 당시 쿠바와 미국이 수교를 재개한 데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교황은 ‘과거에 저지른 잘못에 대한 용서’라는 기치 아래 떠나는 캐나다 사도 순방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또한 페미사이드(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되는 현상) 비극, 새로운 형태의 노예살이, 교회 내 아동 성학대의 상처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어 미국의 아동 성학대 관련 보고서인 ‘펜실베니아 리포트’를 언급하며 아동 성학대가 미국에 끼친 영향을 상기했다. 교황은 “냄비의 뚜껑이 열렸다”는 표현과 함께 “오늘날 교회가 성학대와 관련된 이 끔찍한 범죄를 점점 더 깊이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교회는 앞으로 나가려는 의지가 있다”며 “더 이상 이러한 범죄의 공범이 되면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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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7월 2022, 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