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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고 착취당하는 민주콩고, 교황 “증오와 탐욕을 버리고 평화의 온유한 증인이 되십시오”

아프리카 사도 순방을 미룰 수밖에 없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자신을 기다렸던 아프리카 민족들에 대한 친밀함과 사랑의 표시로 7월 3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로마의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공동체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를 집전했다. 킨샤사에서 미사를 거행하기로 한 7월 3일,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민주콩고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기도했다. 교황은 “탐욕을 없애고, 증오와 분노를 가라앉히고, 부패를 멀리하라”고 당부했다. 또한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서 평화가 싹튼다면 사회와 국가가 바뀐다고 강조했다.

Gabriella Ceraso / 번역 이창욱

“킨샤사를 성 베드로 대성전으로 옮겨오는 셈이죠. 거기서 우리는 로마의 모든 콩고인과 함께 미사를 봉헌할 것입니다. 로마에는 콩고인들이 아주 많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건강상의 이유로 아프리카 순방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던 마음 아픈 결정과 관련해 지난 6월 13일 이 같이 말했다. 그 약속은 7월 3일 이뤄졌다. 순방이 지연되지 않았다면 정확히 이날 콩고민주공화국(이하 민주콩고)의 수도 킨샤사에서 사람들이 교황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대신 교황의 사랑과 친밀함을 직접 느낄 수 있도록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교황의 빈 자리를 대신해 이날 오전 킨샤사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교황은 사랑하는 아프리카 국민들, 특히 교황이 방문해야 했던 민주콩고와 남수단 신자들과 함께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자이르공화국(현 민주콩고)의 가톨릭 교회를 위해 공식 승인된, 유일하게 토착화된 미사 전례인 자이르 미사 전례의 화려한 옷, 노래소리, 기도가 성 베드로 대성전을 축제 분위기로 가득 채웠다. 본데코 성가대의 성가, 형형색색의 전통의상과 춤, 전통악기 연주가 울려 퍼졌다. 또한 민주콩고의 4개 국어로 독서 봉독과 신자들의 기도를 바쳤다. 그 중에는 위정자들을 위한 기도도 포함됐다. 

미사에 참례한 콩고 신자들
미사에 참례한 콩고 신자들

화해는 가능합니다

아프리카는 풍요롭지만 폭력, 증오, 탐욕으로 너무나 자주 상처 입었다는 것을 교황의 말에서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교황은 강론에서 민주콩고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한편, 특별히 그리스도인들이 평화의 증인이 되길 기도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 우리는 상처 입고 착취당하는 여러분의 조국 민주콩고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기도합니다. 이러한 지향으로 오늘 여러분의 나라에서 거행되고 있는 미사와 일치하여 그리스도인들이 평화의 증인이 되고 온갖 증오심과 복수심을 극복하며, 화해가 불가능하다는 유혹을 뿌리치고 자기 단체에만 몰두하여 다른 이들을 멸시하는 건강하지 못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교황이 강론의 시작과 마침을 아프리카어로 말하자 회중이 박수와 함성으로 화답하며 이 미사에 대한 큰 기쁨을 드러냈다. 교황의 강론은 이날 전례의 복음인 루카복음(루카 10,1-12.17-20 참조)에 대한 묵상에서 출발했다. 교황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당신에 앞서 둘씩” 보내신 선교사명과 관련해 세 가지 특징, 혹은 오히려 세 가지 “놀라움”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곧,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평화로운 세상을 건설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선교사명의 △도구 △메시지 △방식이다.

미사에서 콩고인들과 함께하는 교황
미사에서 콩고인들과 함께하는 교황

친교 없이는 선교사명도 없습니다

교황이 제시한 전제는 다음과 같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그저 그런 안일한 삶을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것은 병폐입니다.” 교황은 “우리도 모두 기회와 편의를 계산하며” 그렇게 살아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모두 예수님의 선교사들”이지만 ‘도구’나 ‘장비’가 부족해 선교를 제대로 할 수 없다고 변명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에게 요구하시는 것은 “시설, 돈, 수단”을 갖추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더 자유롭고 단순하며, 볼품없이 작고 겸손할수록 성령께서 사명을 더욱 이끄시기” 때문이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부를 신뢰하지 않고 우리의 물질적이고 인간적인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더 자유롭고 단순하며, 볼품없이 작고 겸손할수록 성령께서 사명을 더욱 이끄시고 우리를 그 놀라운 일의 주인공으로 삼으십니다. 성령께 자리를 내어 드려야 합니다. 자리를 내어 드리십시오. 그리스도께 기본적인 도구란 전혀 다른 것입니다. 곧, 형제입니다. 복음은 ‘그들을 둘씩 보내셨다’고 말합니다. 혼자가 아니라, 자기 생각대로가 아니라, 항상 곁에 있는 형제와 함께입니다. 형제 없이는 결코 안 됩니다. 친교 없이는 선교사명도 없기 때문입니다.”

항상 평화를 전하는 그리스도인

선교사명의 두 번째 ‘놀라움’은 ‘메시지’다. 예수님의 몇 안 되는 말씀 안에 담긴 메시지는, 당신 제자들이 “평화의 대사”가 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다가왔다”고 선포하라는 것이다. 교황은 그리스도인이란 “설득력 있고 논리정연한 연설”을 준비하기보다는 평화를 전하는 전령이라고 강조했다. 그리스도께서 평화이시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리스도인의 “독특한 표지”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험담과 의심을 퍼뜨리고 분열을 조장하며, 친교를 방해하고 파벌을 앞세운다면, 우리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분노를 유발하고, 미움을 선동하고, 타인을 짓밟는 사람은 예수님을 위해 행동하지 않으며 평화를 전하지도 않습니다.”

교황은 증오심과 복수심의 유혹을 뿌리치라고 호소하는 한편, 평화의 장인이 되어 사회와 국가를 바꾸라고 당부했다.

“여러분이 주님의 평화를 살아내면 예수님께서 오시고 여러분의 가정, 여러분의 사회가 달라집니다. 마음이 애초부터 전쟁 중에 있지 않고 원망과 분노로 무장하지 않는다면, 마음이 갈라지거나 딴 마음을 품지 않는다면, 거짓이 없다면, 달라집니다. 마음을 평화롭게 하여 마음이 질서를 잡고, 탐욕을 없애고, 증오와 분노를 가라앉히고, 부패를 멀리하고, 속임수와 교활함을 피해야 합니다. 평화는 바로 여기서 시작합니다.”

미사에 참례한 콩고 신자들
미사에 참례한 콩고 신자들

하느님이 함께하시면 세상은 전쟁터가 아닙니다

예수님의 제자들과 그리스도인 모두는 하느님 나라가 가까이 다가왔음을 전하는 선포자다. 교황은 다시 한번 루카복음과 오늘날의 세상을 바라보며 그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여기서 “희망”과 “회심”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 가까이 계시고 우리를 지켜보고 계신다는 믿음, 그리고 그분께서 우리 모두의 아버지이시며 우리 모두가 형제자매가 되길 바라신다는 것을 믿는 데서 희망과 회심이 나옵니다.”

“우리가 이러한 눈길 안에서 살아간다면 세상은 더 이상 전쟁터가 아니라 평화의 정원이 될 것입니다. 역사란 승리하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공동 순례 여정이 될 것입니다. 잘 기억합시다. 이 모든 것은 훌륭한 연설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말은 적게 하되 증거를 많이 하길 요구합니다.”

탐욕의 악을 이겨내십시오

우리 모두가 부름받은 선교사명의 세 번째 ‘놀라움’은 우리의 “방식”에 관한 것이다. 교황의 시선은 7월 2일부터 5일까지 방문 예정이었던 민주콩고를 향한다. 예수님께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당신 제자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의 방식인 “지배, 억압, 탐욕, 소유의 본능”에서 벗어나길 바라신다는 걸 뜻한다.

“어린양처럼 자기 자신을 희생하며 사는 이는 상대방에게 게걸스럽게 달려들어 공격하지 않습니다. 그는 다른 이들과 함께 양떼 안에 있으며, 민주콩고에 많은 해를 끼친 권력이나 오만, 돈과 재물에 대한 탐욕에서 안전을 구하지 않고 자신의 목자에게서 안전을 구합니다. 예수님의 제자는 폭력을 거부하고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는 평화롭고 모든 이를 사랑합니다. 행여나 그가 패배자로 보인다면, 그의 목자이신 예수님, 십자가 위에서 세상을 이기신 하느님의 어린양을 바라보십시오.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세상을 이기셨습니다.”

교황은 강론을 마무리하며 “전쟁을 일으키고 파괴를 일삼는” 세상의 영을 거부하라고 당부했다. “우리가 형제자매로서 오늘의 선교사가 되도록 주님께서 도와주시길 빕니다. 세상의 죄를 지고 가시는 어린양이신 예수님의 온유함과 선하심을 마음에 품고 하느님의 평화와 하느님의 친밀함을 선포하도록 합시다.” 

교황과 리타 수녀
교황과 리타 수녀

대단히 감사합니다! 리타 수녀의 인사

교황의 부성애적 시선은 아프리카, 특히 민주콩고의 국민을 향했으며, 교황의 평화에 대한 호소와 염려는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미사 말미에 리타 음보슈 민주콩고 수녀가 감사의 말을 전했다. 공동구원자이신 지극히 거룩한 마리아의 딸 수도회의 민주콩고 신학자 리타 수녀는 교황이 이미 지난 2019년 12월 1일 애정을 담아 자이르 미사 전례에 따라 처음으로 미사를 거행한 것을 기억하는 한편, 아프리카 국민들이 교황을 “두 팔 벌려” 기다리며 교황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교황이 원하는 아프리카 사도 순방이 실현되길 바란다며 민주콩고의 4개 국어로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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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7월 2022, 1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