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톨릭여성연합 “세상의 ‘보이지 않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리겠습니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박수현
프란치스코 교황이 6월 11일 ‘세계가톨릭여성연합회(World Union of Catholic Women’s Organizations, 이하 우코)’* 대표단의 예방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세계여성관측소’가 준비한 보고서 ‘코로나19가 중남미와 카리브 제도 여성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소개됐다. 세계여성관측소는 우코가 지난해 설립했다. 이날 교황과 우코와의 만남은 애정, 선물, 유머로 가득했다. 예를 들어 교황은 마리아 리아 제르비노 회장에게 “아, 실세가 바로 당신이군요!”라며 반갑게 맞아들였다. 이번 만남은 교회 내 여성의 미래와 현재를 분명히 하고 5대륙의 ‘보이지 않는 이들’을 위해 수행해온 업적에 감사를 표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역주: 세계가톨릭여성연합회(우코)의 목표는 사회와 교회 안에서 가톨릭 여성의 참여의식과 공동책임의식을 증진시켜 인류 발전과 복음화 사명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이날 교황에게 전달된 보고서 결과물은 오는 6월 14일 로마에서 교황청 라틴아메리카 위원회 위원장 마르크 우엘레(Marc Ouellet) 추기경과의 회의에서 발표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아프리카 대륙을 위해 시작한 일을 계속하도록 격려하고 오는 2023년 5월 아시시에서 열리는 우코 총회에 앞서 단체의 모든 구성원과 만나기로 약속했다. 제르비노 회장은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여성들이 로마로 들이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하 마리아 리아 제르비노 회장과의 일문일답:
마리아 리아 제르비노 회장님, 오늘 교황님과의 만남은 어땠나요?
“아주 멋졌어요! 모든 대륙의 여성들과 함께 교황님을 만났거든요. 저희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재임기간 동안 여성을 위해 많은 일을 했기 때문에, 특히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Predicate evangelium)에 따른 교황청 개혁으로 인해 이제 여성도 교황청 부서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해 주셨기 때문에 교황님께 감사드렸습니다. 교황님이 저희에게 사목 원칙과 마리아 원칙과 관련해 신학적으로 말씀해 주신 것은 무척 아름다웠습니다. 교황님은 ‘교계적인 베드로 사도의 원칙이 여성의 역할에도 반영돼야 한다’면서도 ‘교회가 여성이기 때문에 마리아의 원칙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회는 어머니입니다. 교회라는 단어는 ‘남성형(il)’이 아니라 ‘여성형(la)’입니다.”
교황님의 말씀에 만족하시나요? 많은 가톨릭 여성 단체들이 여성 사제직 인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저희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코는 신자들의 공적인 단체이기에 교도권과 친교를 나누는 마음과 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저희는 여성 사제직을 위한 기회가 거의 없을 것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교황청, 주교, 교구, 교회 단체와 협력하는 방법에 대해 항상 생각했습니다. 저희는 교황님이 하시는 모든 일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는 동시에 여성 부제직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교황님이 그에 대한 두 개의 위원회를 신설하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성 부제직이 저희의 목표는 아닙니다. 저희는 교회의 봉사직에서 남성의 기여와는 다른 여성의 기여를 더하고자 합니다. 남성과 여성이 함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모든 것이 더 ‘풍요로워집니다.’”
우코는 무슨 활동을 하고 있나요?
“여성의 얼굴로 복음화를 위해 함께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교회에 필요한 것은 자비, 친밀함, 이해심입니다. 교황님은 이에 대해 깊은 애정을 담아 저희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셨습니다. 교황님은 마치 집에 계신 아버지 같았습니다.”
교황님의 특별한 말씀이 있었나요?
“우선, 저희 단체의 지도신부님과 함께 일할 여성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는 2023년 5월 아시시 총회가 있기 전에 우코의 모든 구성원을 직접 만나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전 세계에 있는 저희 단체의 모든 가톨릭 여성들을 로마에 초대하셨습니다.”
오늘 만남은 최근 몇 달 동안 수행된 일부 연구를 교황님에게 발표하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
“네, 지난해 설립된 세계여성관측소가 작성한 보고서 중 중남미와 카리브 제도 지역의 코로나19 영향에 대한 첫 번째 연구 결과를 전달했습니다. 이번 보고는 ‘보이지 않는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기도 합니다.”
‘보이지 않는 이들’이 누구인가요?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의 여성들, 가족을 부양할 남편이나 장남이 없는 여성들입니다. 또한 남자들만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 때문에 학교에 갈 수 없는 여자들, 남녀 차별에 기반한 폭력으로 고통받는 여자들입니다. 수많은 사례를 말할 수 있습니다. (...) 이 여성들은 가장 취약한 이들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코로나19 이후’의 시나리오를 생각하는 가장 강인한 이들이자 회복탄력성을 가진 이들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그들의 발언을 모으고 그 결과를 전 세계, 특히 의사결정권자들에게 제시하기 위해 학문적 형식으로 마련합니다.”
말씀하신 학문적 형식은 어떤 의미인지요?
“매일 현장에서 취약한 여성들과 함께 일하는 중남미 25개국 전문가들의 모든 보고서와 증거들을 요약하는 일입니다. 따라서 직접적인 경험이 학문적 종합으로 전달되고, 주교단과 정부, 시민사회에 명료한 언어로 전달되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여전히 코로나19의 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봉쇄조치로 인한 가정폭력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모든 대륙에서 발생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이 문제에 대한 연구 결과는 무엇인지요?
“봉쇄조치는 여성의 고통을 덜어주거나 여성을 지원하는 기회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유일한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 일자리에 대해 생각해 봅시다. 대부분의 경우 정규직이 아닌 여성은 월말까지 버틸 돈이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는 코로나19보다 굶주림이 더 무섭다!’고 말합니다.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여성과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을 포기했습니다. 또한 신체적 문제도 있습니다. 예컨대 이 시기에는 오직 코로나19에만 몰두하기 때문에 특히 임산부들은 다른 치료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여성들은 정신적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저마다 네트워크와 조직을 만들기 시작하며 전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제가 회복탄력성이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단계에서 여성들은 정말로 할 말이 많습니다.”
교황님은 보고서에 대해 뭐라고 말씀하셨나요?
“교황님은 오늘 처음 보고서를 받으셨기 때문에 아직 읽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나 교황님은 이 보고서가 라틴아메리카 주교회의(CELAM)와의 협력으로 이뤄진 매우 진지한 학문적 작업이라는 사실을 확신하시면서 우리에게 고마움을 표하셨습니다. 저희는 또한 교황님에게 학대에 관한 연구, 학교와 가정에서 학대를 예방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 결과를 드렸습니다. 왜냐하면 학교와 가정이야말로 문제가 시작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 그 연구 결과는 전문가들과 함께 쓰여진 소책자입니다.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의 평신도부서 린다 기소니 차관보가 서문을 작성했습니다.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로 출판됐고 한국어로도 번역됐습니다. 파키스탄의 경우 우르두어로 번역됐습니다. 학대 문제가 아시아 여성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작업은 아시아를 위해 기쁜 일입니다. 그리고 각 지역 대표가 교황님에게 선물을 드렸습니다.”
무슨 뜻인가요?
“예를 들어, 스페인 지역 부지부장은 유럽 출신의 우코 회장이었던 필라 벨로시요(Pilar Bellosillo)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필라 벨로시요는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첫 번째 참관인 그룹의 일원으로 임명한 인물이며 현재 시복시성 절차 중에 있습니다. 그녀는 유럽을 비롯해 정의와 교회 일치 운동을 위해 특별한 일을 한 평신도였기에 모든 여성에게 모범이었습니다. 아프리카 대표는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라는 교황님의 요청에 따라 여성들이 바치는 모든 기도에 대한 통계를 교황님에게 전했습니다. 미사, 성체조배, 묵주기도 등 모든 것을 아우르고 있었죠. (...) 중남미 대표의 선물은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교황님이 몇 주 전, 아픈 무릎을 위해 테킬라 한 병이 필요하다고 농담하신 것을 기억하고 교황님에게 그걸 선물했습니다. (…) 테킬라 한 병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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