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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으로 말미암아 믿음은 항상 젊음을 유지합니다. 믿음은 결코 박물관 조각품 같은 게 아닙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6월 5일 성령 강림 대축일 부활 삼종기도 훈화를 통해 어려울 때에 복음 구절을 읽으며 성령께 기도하라고 권고했다. 아울러 성령 강림 대축일의 풍요로운 의미를 묵상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모든 시대와 모든 사람에게 연결시키시는 분이 바로 성령이십니다.”

번역 이창욱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안녕하세요. 좋은 주일입니다!

특히 오늘은 좋은 축제의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 성령 강림 대축일을 지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50일째 되던 날, 사도들에게 성령이 내려오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여러 번에 걸쳐 성령을 약속하셨습니다. 오늘 전례의 복음은 이 약속 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께서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시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 주실’ 것이다”(요한 14,26 참조). 이것이 성령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성령께서는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신 바를 ‘가르치시고’ ‘기억하게 해 주실’ 것입니다. 이 두 가지 행동, ‘가르치다’와 ‘기억하게 해 주다’에 관해 묵상해 봅시다. 왜냐하면 성령께서 이런 방식으로 예수님의 복음을 우리 마음에 들어오게 하시기 때문입니다.

첫째, 성령께서 ‘가르치십니다.’ 이 방식으로 성령께서는 신앙생활에서 우리에게 나타나는 장애물, 곧 ‘거리(distanza)’라는 장애물을 극복하도록 도와주십니다. 성령께서는 우리의 신앙생활 안에서 거리라는 장애물을 극복하도록 도와주십니다. 실제로 복음과 일상생활 사이에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의심이 생길 수 있습니다. 곧, 예수님께서는 2000년 전에 사셨다는 것입니다. 우리와는 전혀 다른 시대, 다른 상황이었기 때문에, 복음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심지어 복음은 오늘날의 요구와 문제에 대해 제대로 말할 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에게도 다음과 같은 물음이 떠오릅니다. ‘인터넷’ 시대, 세계화 시대에 복음은 과연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 복음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

우리는 성령께서 거리를 잇는 데 전문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성령께서는 거리를 잇는 법을 알고 계십니다. 성령께서 우리에게 거리를 극복하도록 가르쳐 주십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을 모든 시대와 모든 사람에게 연결시키시는 분이 바로 성령이십니다. 성령과 함께하면 그리스도의 말씀은 단순 기억이 아닙니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의 말씀은 성령으로 말미암아 오늘 살아 있는 말씀이 됩니다! 성령께서 우리를 위해 말씀을 살아 있게 만드십니다. 곧, 성경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시고, 현실에서 우리를 인도하십니다. 성령께서는 세월의 흐름을 우려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믿는 이들로 하여금 시대의 문제나 사건에 귀를 기울이게 하십니다. 실로 성령께서 가르치실 때에는 현실이 됩니다. 성령께서는 믿음을 영원히 젊게 유지시켜 주십니다. 그런데 우리는 믿음을 박물관 조각품으로 만드는 위험에 빠집니다. 위험한 일입니다! 하지만 성령께서는 믿음을 시대에 맞게, 나날이 새롭게 하십니다. 믿음을 새롭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성령의 일입니다. 성령께서는 특정 시대나 지나가는 유행에 얽매이지 않으시고, 부활하시어 살아 계신 예수님의 실체를 오늘 이 자리로 모셔오시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성령께서는 어떻게 그런 일을 하시는 걸까요? 우리가 ‘기억하게 해 주심으로써’ 그렇게 하십니다. 이것이 바로 두 번째 동사, ‘기억하다(ri-cordare)’입니다. 기억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기억한다(ri-cordare)’는 것은 ‘무엇을 마음에 되돌린다(riportare al cuore)’, ‘생각나게 한다(ri-cordare)’는 뜻입니다. 곧, 성령께서 우리 마음에 복음을 되찾게 해 주신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사도들에게 일어난 일과 같습니다. 사도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여러 차례 들었지만, 그 말씀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우리에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오순절 이후로 사도들은 성령과 함께 기억하고 깨닫게 됩니다. 사도들은 특히 자신들을 위한 주님의 말씀을 받아들여 외적인 지식, 기억의 인식에서 주님과의 살아 있는 관계, 주님과의 기쁘고 확신에 찬 관계로 넘어갑니다. 이 일을 하시는 분이 성령이십니다. “어디서 들은 이야기”에서 예수님에 대한 인격적인 앎으로 넘어가게 하시는 분, 우리 마음속으로 들어오시는 분이 성령이십니다. 이처럼 성령께서 우리의 삶을 변화시켜 주십니다. 예수님의 생각이 우리의 생각이 되게 하십니다. 성령께서는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게 해 주심으로써’, 오늘도 예수님의 말씀을 우리 마음에 일깨워 주심으로써 그렇게 하십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에게 예수님을 기억하게 해 주시는 성령이 없으면 믿음은 사라집니다. 신앙이 기억 없는 아련한 추억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기억은 살아 있습니다. 살아 있는 기억은 성령께서 인도해 주시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이 스스로에게 물어봅시다. 우리는 건망증이 심한 그리스도인인가? 절망, 고달픔, 위기가 예수님의 사랑을 잊어버리게 하고 우리를 두려움과 의심에 빠지게 하는가? 그렇다면 불행한 일입니다! 기억하지 못하는 그리스도인이 되지 않도록 조심합시다. 해결책은 성령께 기도하는 것입니다.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 전이나 어려운 상황에, 특히 중요한 순간에 자주 성령께 기도합시다. 손에 복음을 들고 성령을 부릅시다. 다음과 같이 기도할 수 있습니다. “오소서, 성령님. 예수님을 기억하게 해 주소서. 제 마음을 비추소서.” 아름다운 기도입니다. “오소서, 성령님. 예수님을 기억하게 해 주소서. 제 마음을 비추소서.” 우리 같이 한번 해볼까요? “오소서, 성령님. 예수님을 기억하게 해 주소서. 제 마음을 비추소서.” 그런 다음 복음을 펼치고 짧은 구절을 천천히 읽어봅시다. 그러면 성령께서 그 구절을 우리의 삶에 대한 말씀이 되게 해 주실 것입니다.

성령으로 충만하신 동정 마리아께서 우리 안에 성령께 기도하고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열망을 불러 일으켜 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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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6월 2022, 01:02

부활 삼종기도란 무엇인가?

부활 삼종기도(라틴어 Regina Coeli, 혹은 Regina Caeli 레지나 첼리)는 4개의 성모 찬송가 중 하나다. 나머지 3개의 성모 찬송가는 ‘구세주의 거룩하신 어머니(라틴어 Alma Redemptoris Mater 알마 레뎀토리스 마테르)’, ‘하늘의 모후님 기뻐하소서(라틴어 Ave Regina Coelorum 아베 레지나 첼로룸)’, ‘모후이시며(라틴어 Salve Regina 살베 레지나)’다. 

부활 삼종기도는 지난 1742년 베네딕토 14세 교황이 삼종기도(라틴어 Angelus 안젤루스) 대신 주님 부활 대축일부터 성령 강림 대축일까지의 부활 시기 동안 죽음에 승리한 표징으로 일어서서 바치게 했다. 

부활 삼종기도 역시 삼종기도처럼 하루에 세 번 바쳤다. 아침, 정오, 저녁 시간에 하루의 시간을 하느님과 성모님께 봉헌하기 위해서 바쳤다. 

독실한 전통에 따르면, 이 오래된 찬송가는 6세기 혹은 10세기에 생겨났다. 그러다 18세기 중반 프란치스코회 성무일도서에 삽입되면서 일반적인 신심으로 널리 알려져 자리잡았다. 4개의 짧은 계응시구로 이뤄져 있으며, 각자 알렐루야로 마무리된다. 이 기도는 신자들이 마리아와 함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뻐하기 위해 하늘의 모후이신 마리아께 드리는 기도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5년 부활절 다음날인 4월 6일에 부활 삼종기도를 바치면서 이 기도를 바칠 때 가져야 할 마음의 상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권고했다. 

“ (…) 마리아께 기뻐하라고 초대하면서 그분께 기도합시다. 왜냐하면 자신의 태중에 모시던 분께서 약속한 대로 살아 나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성모님의 전구에 맡겨드립시다. 사실, 우리의 기쁨은 마리아의 기쁨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분께서 예수님의 사건들을 지키셨고, 또 소중히 여기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기도를, 어머니가 기쁘시기 때문에 기뻐하는 자녀들의 벅찬 감정으로 바치도록 합시다.”

최근의 삼종기도와 부활 삼종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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