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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대축일 강론 “교회에는 모든 이를 위한 자리가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6월 29일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에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이날 미사에는 지난 1년 사이 새로 임명된 관구장 대주교들과 동방정교회 세계 총대주교가 보낸 사절단이 함께했다. 교황은 강론을 통해 베드로와 바오로 두 사도의 증거가 더 인간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빨리 일어나라”고 우리를 재촉한다고 말했다.

Adriana Masotti / 번역 이재협 신부

7000명의 신자들, 그리고 최근 1년 사이 임명된 44명의 관구장 대주교들 가운데 대다수가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된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미사에 참례했다. 교황 제대 앞 정면 양쪽에는 추기경들이 자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한 이날 미사의 시작 예식 중 팔리움 축복이 거행됐다. 제임스 마이클 하비(James Michael Harvey) 추기경은 신임 관구장 대주교들이 받게 될 팔리움을 교황 앞에 가져와 축복을 청했고, 관구장 대주교들의 서약문 낭독 후 교황이 44개의 팔리움을 축복했다. 교회의 전례복인 팔리움은 하얀 양털로 짠 천에 검은색 십자가를 장식한 띠다. 관구장 대주교들이 어깨에 두르게 될 팔리움은 예수 그리스도처럼 목자가 자신의 어깨에 짊어지는 양을 상징하며, 관구장 대주교에게 맡겨진 사목적 임무를 의미한다. 이후 말씀의 전례가 이어졌다. 제1독서와 제2독서는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의 생생한 증언을 전한다. 제1독서는 헤로데 임금의 감옥에 갇힌 베드로 사도가 “빨리 일어나라”고 말하는 천사의 도움을 받아 감옥에서 풀려나는 일화를 전했다. 제2독서는 바오로 사도가 자신의 체험을 다음과 같이 증언했다. “나는 훌륭히 싸웠고 달릴 길을 다 달렸으며 믿음을 지켰습니다.”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의 체험이 오늘날 우리에게 말하는 것

교황은 강론을 통해 “빨리 일어나라”는 천사의 전언과 “훌륭히 싸웠다”는 바오로 사도의 고백에 주목하며 이 두 가지가 “시노드 여정을 걸어가는 오늘날 교회 공동체에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생각해 보자”고 말했다. 교황은 “빨리 일어나는” 행위가 부활절 아침을 떠올려 준다며, 죽음의 잠에서 깨어나게 하고 “빛을 향해 나아가도록” 다시 일어나게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이미지는 교회에 큰 의미가 있다”며 “우리도 주님께서 가시려는 길을 따라 나서기 위해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며, 언제나 많은 저항을 마주한다. 

“때때로 교회인 우리는 나태함에 빠지곤 합니다. 일어나서 새로운 지평, 열린 바다를 바라보기보다는, 때때로 그저 앉아 있으면서 우리가 소유한 몇 가지 확실한 것에 심취하길 선호합니다. 우리는 종종 감옥에 갇힌 베드로 사도처럼 관습이라는 감옥에 갇혀 있거나 틀에 박힌 일상이라는 사슬에 매여 변화를 두려워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는 서서히 우리를 영적으로 안주하게 만듭니다. 사목활동을 할 때도 ‘쉬엄쉬엄’하거나 ‘되는 대로 살아가는’ 위험에 빠집니다. 선교사명에 대한 우리 열정은 점차 식어갑니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 역동성과 창의성의 표지가 되는 대신, 미지근한 모습으로 타성에 젖어 살아가게 됩니다.”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된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미사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거행된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사도 대축일’ 미사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로 나아가 모든 이를 환대하는 교회

이어 교황은 신학자 앙리 드 뤼박 신부의 말을 인용해 “생명과 새로움의 거대한 흐름인 복음”이 “형식주의와 타성에 젖은” 신앙으로 축소되는 위험에 빠진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노드 여정은 자신 안으로 움츠러들지 않고 일어나 세상으로 나아가는 교회가 되라고 초대한다고 설명했다.

“사슬에 묶여 있지 않고 벽에 갇혀 있지 않은 교회는 모든 이가 환대를 받고 동행하는 곳, 성령의 전권 아래서 경청, 대화, 참여의 기술을 익히는 자리입니다. 자유롭고 겸손한 교회는 오늘날의 도전 앞에서 우물쭈물하지 않고 ‘빨리 일어나며’, 거룩함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맴돌지 않고 복음 선포의 열정 그리고 모든 이를 만나고 또 맞아들이려는 열망으로 움직입니다. ‘모든 이(tutti)’라는 단어를 잊지 말고 꼭 기억하십시오.”

“모든 이”, “모두”라는 단어를 힘주어 반복한 교황은 원고에서 눈을 떼고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여러분은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로 가서 ‘모든 이’를 데려오십시오. 눈먼 이와 듣지 못하는 이, 다리저는 이와 아픈 이, 의로운 이와 죄인 ‘모두’, ‘모든 이’ 말입니다! 주님의 이 말씀이 우리 정신과 마음에 다시 울려 퍼져야 합니다. 교회에는 ‘모든 이’를 위한 자리가 있습니다. 종종 우리 교회는 사람들을 쫓아내거나 단죄할 때만 문을 여는 교회가 되곤 합니다. 어제 관구장 대주교님 가운데 한 분이 저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교회는 쫓아낼 때가 아니라 환대해야 할 때입니다.’ 여전히 잔치에 오지 않은 이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거리로 나가 ‘모두’ 데려오십시오. ‘모든 이’ 말입니다! ‘근데 이 사람은 죄인인데요’라며 망설이지 마십시오. ‘모든 이’입니다!”

미사 중 예물봉헌
미사 중 예물봉헌

우리는 저마다 교회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기여를 해야 합니다

교황은 제2독서를 묵상하며 바오로 사도가 박해와 고난을 겪으면서도 복음을 선포하는 데 몸을 사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바오로 사도는 생의 끝자락에서 큰 ‘싸움’이 여전히 역사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봅니다. 왜냐하면 아직도 많은 이들이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달릴 길을 다 달린 바오로 사도의 ‘싸움’은 이제 티모테오와 공동체의 형제들의 몫이 된다. 교황은 우리도 저마다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도록 부름받았다며 “각자 맡은 바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저는 두 가지 질문이 떠오릅니다. 첫 번째 질문은 이렇습니다. ‘나는 교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교회에 대해 한숨을 쉬며 탄식할 것이 아니라, 교회를 위해 헌신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열정과 겸손으로 동참하십시오. 열정이 필요합니다. 수동적인 구경꾼으로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겸손해야 합니다. 공동체를 위해 헌신한다는 것은 중앙 무대를 차지한다거나 우리 자신을 더 돋보이게 한다거나 혹은 다른 사람들이 가까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시노드 정신을 살아가는 교회의 의미입니다. 곧, 모든 이가 동참합니다. 누구도 다른 사람을 대신하거나 다른 사람 위에 있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 사이에는 계급이 없습니다. 모든 이, 모든 사람이 부름받았습니다.”

세상의 누룩이 되십시오

교황은 복음 선포의 성격에 주목하며 “복음은 중립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복음은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 머물러 있도록 놔두지 않으며, 세상의 논리와 타협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복음은 인간의 권력, 악, 폭력, 부패, 불의, 소외의 메커니즘이 지배하는 세상에 하느님 나라의 불을 지핀다. 여기서 교황의 두 번째 질문이 나온다. “교회로서 우리는 무엇을 함께할 수 있는가? 우리가 사는 세상이 더 인간적이고, 더 정의롭고, 더 연대하고, 하느님과 사람들 사이의 형제애에 더 마음을 열고 살아가는 세상이 되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함께할 수 있는가?” 교황은 우리가 세상이라는 반죽에 누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함께 인간 생명을 돌보고, 피조물과 노동의 존엄을 지키며, 가정 문제를 비롯해 노인과 같이 버림받고 거부되고 멸시당하는 이들을 돌보고 또한 앞으로도 보살펴야 합니다. 한마디로 돌봄의 문화를 장려하는 교회, 가장 약한 이들을 온유하게 대하고 가엾이 여기는 교회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드나드는 곳, 우리 도시를 포함해 도처에 있는 온갖 형태의 부패와 싸우는 교회가 되어 모든 이의 삶 속에서 복음의 기쁨이 빛나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훌륭한 싸움’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마주해야 할 도전입니다.”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 사절단과 인사를 나누는 프란치스코 교황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 사절단과 인사를 나누는 프란치스코 교황

바르톨로메오 1세 세계 총대주교의 사절단과 인사

교황은 강론을 마무리하며 전통에 따라 축복한 팔리움을 받게 될 신임 관구장 대주교들이 “양떼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어 “훌륭하게 싸우라”고 당부했다. 또한 언제나 모든 하느님 백성과 함께하라고 덧붙였다. 이어 교황은 “사랑하는 형제 바르톨로메오 1세 총대주교”의 메시지를 들고 이 미사에 함께한 세계 총대주교의 사절단과 인사하며 다음과 같은 감사를 전했다. “함께 걸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함께할 때만 복음의 씨앗이 되고 형제애의 증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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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6월 2022, 2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