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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가정축제에 참석한 수많은 아이들 중 한 아이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가정축제에 참석한 수많은 아이들 중 한 아이  (Vatican Media)

제10차 세계가정대회 개막… 교황 앞에서 가정의 참된 사랑 들려준 다섯 쌍의 부부

제10차 세계가정대회가 바오로 6세 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했다. 다섯 가정이 교황 앞에서 혼인의 사랑을 증언했다.

Andrea De Angelis / 번역 이정숙

가정은 상처 입은 마음을 달래고, 문화적 차이와 종교적 차이가 있어도 조화롭게 살아간다. 또한 경청과 환대와 용서를 향해 함께 길을 걸어간다. 가정은 부모가 되는 경험을 “모든 것에 더해진 가치”로 삼는다. 이는 바오로 6세 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참석한 가운데 제10차 세계가정대회의 개막행사인 가정축제가 진행되는 동안 다섯 쌍의 부부가 증언한 내용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음악과 증언

6월 22일 오후 바오로 6세 홀에서 “가정의 사랑: 성덕의 소명이자 길”이라는 주제로 개막한 제10차 세계가정대회는 오는 6월 26일 교황의 주일 삼종기도로 막을 내린다. 22일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가정축제는 이탈리아 방송의 유명인사 중 한 사람인 아마데우스 씨와 그의 아내 조반나 치비틸로 씨 부부가 진행했다. 그들과 함께 무대에는 3인조 팝페라 그룹 ‘일 볼로’, ‘필아르모니카 마르키지아나 오케스트라’를 비롯해 키이우의 한 성당과 화상으로 연결된 몇몇 가정 등 다양한 손님들이 있었다. 교황과 이날 증언하는 다섯 가정이 도착하기에 앞서 프란치스코 벨트라메 콰트로키 씨도 무대에 올랐다. 그는 만남의 수호자 복자 벨트라메 콰트로키 부부의 손자다. 교황은 ‘필아르모니카 마르키지아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일 볼로’가 노래하는 레너드 코헨의 ‘알렐루야’에 맞춰 입장했다.

가정축제에서 공연하는 팝페라 그룹 ‘일 볼로’
가정축제에서 공연하는 팝페라 그룹 ‘일 볼로’

차이 안에서 풍요로운 가정

다섯 살 소피아 양은 릴리아 양과 미랄 양보다 한 살 많다. 세 명 모두 약 1년6개월 전 아버지를 여의었다. 그들의 사랑하는 아버지는 콩고민주공화국 주재 이탈리아 대사였던 루카 아타나시오 씨다. 아버지는 아이들을 위한 유엔의 식량 프로젝트를 전개하던 중 피살됐다. 그 프로젝트의 대상 어린이들 중 몇몇은 루카 씨의 자녀들과 같은 나이였다. 자키아 세아키 씨는 미망인이라기보다 루카 씨의 아내다. 왜냐하면 세아키 씨가 자신의 증언 시작 부분에서 “루카가 항상 제 곁에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를 과거 시제로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매일 그의 존재를 느낀다는 것”은 “상처 입은 가정”이란 뜻이다. 자키아 씨는 교황 앞에서 자신의 가정의 사랑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황의 수단 색깔을 언급했다. “제 딸들이 교황님을 처음 봤을 때, 교황님을 의사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렇지만 틀린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교황님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영혼을 치유하고, 위로가 필요한 이를 항상 돌보는 의사이시기 때문입니다.” 무슬림 자키아 씨는 종교가 다른 것이 가정 안에서 한 번도 장애물이 된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그것이 확실히 저희를 더욱 풍요롭게 했습니다. 저희는 문화 간의 존중, 연대, 대화를 통한 진정한 사랑에 바탕을 둔 가정입니다. 각자의 종교는 소통과 경청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줬고, 모든 차이와 어려움을 극복하고, 서로를 판단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도록 도와줬습니다. 왜냐하면 서로 다른 두 경전인 성경과 코란이 우리에게 이웃을 사랑하고, 악이 아닌 선을 행하고, 서로를 존중하라고 요구하는 같은 하느님을 믿기 때문입니다.” 자키아 씨는 성경과 코란이 집안 곳곳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성경과 코란을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성탄과 라마단을 기쁨으로 함께 축하했습니다. 이는 저희로 하여금 매일 음식과 식수가 부족한 모든 어린이에게 가까이 가도록 이끌었습니다. 저처럼 아이들과 함께 홀로 남겨진 여성들이 많습니다. 저에게는 남편 사이에서 생겨난 사랑을 아이들에게 전할 임무가 있습니다. 특히 저녁에 침묵이 찾아올 때, 우리 공주들을 웃겨줘야 할 때,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줘야 할 때, 수많은 모험담을 들려줘야 할 때, 그럴 때는 남편이 꼭 필요합니다. 그럴 때 낙담의 순간이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쨌든 아이들은 아버지처럼 강인하고 밝으며, 참되게 자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삶은 불공평할 수 있지만, 낙담에 굴복하거나 굴복해서는 안 됩니다.” 끝으로 자키아 씨는 바오로 6세 홀에 참석한 가정을 비롯해 모든 대륙에서 화상으로 연결된 가정들이 “문화적인 차이와 고통 속에서도 하느님께서 우리를 절대 혼자 내버려 두지 않으신다고 확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랑, 놀라움을 주고 환대를 요구하다

지난 3월 초 키이우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전쟁이 시작된 지 약 열흘. 엄마와 딸은 어쩔 수 없이 집을 떠나야 했다. 애정, 추억, 희망도 모조리 버려야 했다. 그들은 서쪽으로 이동한 다음 버스를 타고 이탈리아로 올 수 있었다. 이리나 씨는 “우크라이나를 떠나기로 한 결정으로 인해 많은 고통을 겪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름아닌 남편이 먼저 자신과 17세인 딸 소피아 양에게 피신하라고 요청했다. 현재 두 사람 모두 로마에서 약 두 달 넘게 살고 있다. 이리나 씨는 감정에 북받친 목소리로 말했다.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여정에 우리를 도와주시고, 우리에게 도움과 희망을 선물하시면서 넓은 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보내주셨습니다.” 소피아 양은 “하느님의 은총과 지금 우리를 돕고 있는 사람들의 관대함 덕분에 이 모든 것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므로 두 사람의 생각은 주님을 위한 것, “하느님의 섭리”를 위한 것이다. 현재 그들은 피에트로 씨와 에리카 씨 가정의 손님으로 지내고 있다. 이 가정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 아래에 새로 완공된 아파트를 이리나 씨와 소피아 양에게 내어줬다. “그분들은 6명의 자녀를 둔 대가족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사랑으로 환대했습니다. 저희는 이 환영과 환대, 그분들의 친구들과 본당 공동체의 도움에 굉장히 감사하고 있습니다.” 바오로 6세 홀에는 우크라이나 이주민을 환대한 그 부부도 참석했다. 30세의 피에트로 씨는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리나 씨와 소피아 양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주님과 그분의 교회를 통해 우리가 거저 받은 사랑을 거저 내어줄 수 있었습니다. 이 환대로 인해 저희가 훌륭한 사람으로 생각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자신의 체험을 이야기하면서 다음과 같이 마무리했다. “신앙의 도움, 신앙의 힘이 없었다면 저희는 아무도 환대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어떠한 가식도 없이 저희가 열린 마음으로 맞아들이려 했던 이유는, 고통받는 사람을 환대하는 것이 그리스도를 환대하는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입니다.” 아내인 에리카 씨는 우크라이나 가족을 받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처음엔 놀랐다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이 체험을 온 가족에게 “하늘이 내린 큰 축복”으로 여기고 있다.

바오로 6세 홀에 참석한 가족에게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바오로 6세 홀에 참석한 가족에게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가정, 성덕을 향한 선물이자 요새

“저희 가족은 주님께서 주신 가장 큰 선물입니다. 아름다운 순간과 그렇지 못한 순간, 은총과 어둠도 있지만, 모든 것이 서로의 사랑으로 배어 있어 어려운 순간도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2018년 가톨릭 교회로부터 ‘하느님의 종’으로 선포된 키아라 코르벨라 페트릴로(Chiara Corbella Petrillo)의 부모 로베르토(Roberto) 씨와 마리아 안셀마 코르벨라(Maria Anselma Corbella) 씨 부부는 이 같이 증언했다. “하느님의 도움과 모든 이의 노력으로 저희는 날마다 이 요새를 세웠습니다. 왜냐하면 사랑이 중심이라면 가정은 요새이기 때문입니다.” 로베르토 부부는 딸 키아라가 10년 전인 지난 2012년 6월 13일 “두 아이를 임신했으나 둘 다 살아남기 힘든 심각한 선천성 결함으로 진단받은 후” 자신의 집으로 왔다고 말했다. 이어 “키아라와 남편 엔리코(Enrico)는 사랑으로 마리아 그라치아 레티지아(Maria Grazia Letizia)와 다비데 조반니(Davide Giovanni)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며 “아이들이 태어난 직후 세례를 받게 했으나 곧바로 하느님께 돌려드렸다”고 말했다. 키아라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 번째 아이를 임신했다. 그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났다. “프란치스코는 현재 11살입니다.” 로베르토 부부의 증언은 홀 내에 울려 퍼지는 박수로 이따금씩 멈출 수밖에 없었다. “키아라는 프란치스코를 임신한 지 4개월에 들어섰을 때, 악성도가 높은 암에 걸린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항암치료를 할 경우 뱃속의 아이에게 큰 위험이 될 것이기에, 키아라는 프란치스코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항암치료를 아이 출산 이후로 미뤘습니다.” 키아라는 출산 1년 뒤에 선종했다. 당시 겨우 28세였다. 부모는 키아라의 성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키아라는 굉장히 구체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삶의 시련을 피하지 않고, 하늘을 바라보며 시련에 맞섰습니다. 키아라는 어렸을 때부터 항상 목적을 가지고 행동했습니다. 또한 마음이 매우 열려 있었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믿음이 강했습니다. 언제나 한결같았지만 한 번도 교만하거나 강압적이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모범을 통해 그렇게 했을 뿐입니다.” 딸의 죽음이라는 비극에 어떻게 대처했을까? 바오로 6세 홀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과 집에서 이를 보고 있는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부부는 증언을 통해 그 물음에 답하려 했다. “십자가 아래의 마리아처럼 저희는 이해하지 못한 채 이를 받아들였지만, 키아라의 평온함은 우리에게 영원의 창을 열어줬고, 지금도 여전히 저희를 비추고 있습니다. 천국의 문턱까지 키아라와 동행한 저희는 키아라를 떠나보내는 게 힘들었지만, 그 순간부터 하느님의 계획을 엿볼 수 있는 은총이 내려와 절망에 빠지지 않게 해줬습니다.”

혼인, 미래를 위한 출발지

네 자녀를 둔 젊은 부부. 모든 것은 10년 전 체육관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약혼한 지 1년이 조금 지난 후 맏이인 마태오가 태어났다. 1년 반이 지난 후에야 아버지 루이지 씨와 어머니 세레나 씨는 20대가 됐다. 또 다른 하느님의 선물 리카르도가 태어났다. 이어 지난 2018년 세 번째 아들 가브리엘레를 얻었다. 올해 34세인 루이지 씨는 “첫 아이가 태어나면서 가족에 대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부모가 되는 것이 상상할 수 없이 아름답다 하더라도 오늘날 그것을 받아들이는 선택은 매우 힘듭니다. 아주 힘들기 때문에 일상의 어려움은 항상 있었습니다.” 그가 세레나 씨와 공유하는 생각은 세 아들이 “일상의 모든 몸짓에 더해진 가치”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것에서 시작하는 미래를 마음에 품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젊은 어머니 세레나 씨는 혼인을 하지 않는 한 자신들을 부모로, 하나의 가족으로 두 팔 벌려 받아들이는 공동체를 만나지 못했다는 아픔을 숨기지 않았다. “저희는 특별한 여정을 향하는 가정이지만 교회에서 해야 할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 자녀들에게 세례를 주는 일이었습니다.” 또한 부부는 특히 코로나19 대유행과 관련된 외로움을 비롯해 육체적, 정신적 피로 등 수많은 최근의 어려움들에 대해 말했다. 세레나 씨는 “우리는 본보기는 아니지만, 사랑, 순종, 존중, 책임, 희생, 연대, 용서와 회복탄력성이라는 인간 원칙에 바탕을 둔 단순한 부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오늘 이 여정은 교회와의 화해, 잠자고 있는 우리의 신앙에 다시 불을 지피도록 이끌었습니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도 혼인에 대한 강한 열망이 피어난다며 다음과 같이 증언을 마쳤다. “교황님, 여기까지가 저희의 힘겨운 여정입니다. 이 모든 것이 혼인에 대한 우리의 열망을 실현시킬 수 있길 바라고 또 그렇게 믿습니다. 혼인은 저희의 목적지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출발지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루이지 씨, 세레나 씨 부부와 그들의 자녀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루이지 씨, 세레나 씨 부부와 그들의 자녀들에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

위기를 넘어, 함께

폴 씨와 제르멘 발렌자 씨는 혼인 27년차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살고 있는 그들의 긴 이야기는 모든 부부와 마찬가지로 기복이 있다. 1년 전 제르멘 씨는 집을 떠나기로 했다. 제르멘 씨는 자매의 집으로 이사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제 남편은 정직하지도 성실하지도 않았습니다. 가문의 유산을 잘 관리하지 못했고, 가족보다 권력에 더 관심이 많았습니다.” 폴 씨는 고국에서 가톨릭 단체 회장으로 사목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그리스도교 음악 예술가로 유명하다. 폴 씨는 지난해의 경험을 떠올리며 “내 삶은 견딜 수 없게 됐고, 우리 아이들은 충격을 받았지만, 이혼할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상황에서 그 두 사람을 누가 도와줬을까? 제르멘 씨는 “어떤 이들은 나를 제 정신으로 돌리려고 노력한 반면, 또 다른 이들은 우리 혼인 생활을 더욱 악화시키려고 했다”고 말했다. 폴 씨는 “그러나 우리의 혼인 생활에 함께하시는 주님이 우리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열망에 응답하시고 우리 혼인 생활을 구원하셨다”며 ‘그리스도 가정 공동체’라고 불리는 콩고 가톨릭 평신도 협회의 역할을 언급했다. 부부는 그 협회에서 자신들의 삶을 털어놓고 문제를 분석할 수 있었다. 처음엔 담당자와의 개별적인 만남이 있었고 이후 다시 부부가 대면했다. “이 만남을 통해 저희는 가혹한 진실을 상대방 앞에서 직접 말함으로써 증오, 분노, 악의, 부정적인 감정을 마음에서 비워낼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저희는 진심으로 서로를 용서했고, 함께 우리 삶을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저희와 함께 계셨고, 저희에게 힘을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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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6월 2022, 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