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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연대기금 대표단과 만난 교황 세계연대기금 대표단과 만난 교황 

교황 “세상의 변방에서 손을 더럽히는 일은 단순 자선행위가 아니라 형제애”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25일 수요 일반알현에 앞서 세계연대기금(GSF) 대표단을 만났다. 교황은 사회에서 버림받은 이들을 가까이 하라고 격려했다. 아울러 너무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기심으로 마음을 더럽히며 가장 오래된 바리사이주의를 재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새로운 ‘경제 공동체’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자고 초대했다.

Francesca Sabatinelli / 번역 박수현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25일 세계연대기금(Global Solidarity Fund) 대표단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교황은 세상의 변방으로 가서 이주민을 사회에 통합하는 것이 단순 자선행위가 아니라 출산율 감소에 대응하고 나눔으로 형성된 그리스도교 경제 공동체의 지평을 여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세계연대기금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위한 리더십과 사회적 통합을 위해 스위스 다보스에서 종교인과 기업인을 한자리에 모아들인 세계경제포럼(WEF) 자유토론을 개최했다. 

대표단을 맞이한 교황은 준비한 연설문을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다음 즉흥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는 사람들이 경계, 변방 가까이에 있을 때를 좋아합니다. 왜냐하면 단순히 예수님께서 변방으로 가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의 변방으로 가시어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교황은 변방에도 영혼과 육신을 지닌 인간이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적으로 약간 여유가 있어도 영혼이 부서지고 찢어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교황은 하느님의 방식이 친밀함이라며 “친밀함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변방으로 가십시오. 사회에서 버려진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에게 가십시오. 왜냐하면 우리는 버리는 문화에서 살고 있으며 그들은 버려진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변방으로 가셨습니다.”

교황은 종교적 색채를 띠는 이들, 말하자면 수도회 소속이나 신앙을 지키려고 스스로를 “분리”하는 그리스도인 가운데 깨끗한 영혼을 바라면서도 가까이 다가가는 마음가짐을 지니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깨끗한 영혼을 바라지만 가까이 다가가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설령 영혼이 깨끗해질 수 있을지언정 그 마음은 이기심으로 더러워질 것입니다.” 교황은 이 같은 모습이 “가장 오래된 바리사이주의를 재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민은 통합해야, 고립되면 안 됩니다

교황은 이주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네 가지 동사 △환대하기 △동행하기 △증진하기 △통합하기를 강조했다. “이주민과 함께 사회 통합의 길로 가십시오.”

“이주민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은 자선활동이 아닙니다. 아니고 말고요. 교육이나 취업 등 이 모든 것들과 함께 그들을 받아들이고 통합해야 합니다.”

교황은 지난 2016년 벨기에 브뤼셀 자벤템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를 언급하며 통합의 의미를 재확인했다. 교황은 테러 용의자들이 “젊은 벨기에인”, “통합되지 않고 고립된 이주민의 자녀들”이었다고 말했다. 

“통합되지 않은 이주민은 반쪽짜리 삶을 살아가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그 사람은 항상 구걸해야 하므로 가난할 것이며 그러한 가난 자체가 그에게 위험입니다. 동시에 이는 모든 이들에게 위험이기도 합니다. 통합이란, 이주민을 신발 속에 들어온 돌멩이처럼 성가신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주민을 이해하려면 우리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 “우리는 대부분 이주민의 자녀 또는 손자입니다.” 이주민의 후손은 우리 자신을 가리키기도 한다. 교황은 “뿌리를 바라보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주민으로 구성된” 유럽이 오늘날 “진지하게 발전을 이루려면” 뿌리를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구 분포의 겨울(demographic winter)이 오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없고 미래의 지평은 좁아집니다. 좋은 사람들을 오게 하고 그들을 통합하십시오! 통합하십시오. 이와 관련해 이주민과 함께 해 주셔서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그것은 단순 자선행위가 아닙니다. 형제애입니다.”

경제 공동체로 전환

교황은 세계연대기금의 책무를 언급하며 경제 시스템의 전환을 강조했다.

“자유주의 경제에서 국민이 나누는 경제로, 경제 공동체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여성을 포함한 젊은 경제학자들과 함께 충분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교황은 이탈리아 경제학자 마리아나 마추카토 교수를 예로 들며 새로운 경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초대했다. 마추카토 교수는 미국 이주민의 딸이자 미국 시민권자이기도 하다. 교황은 다른 많은 여성들도 “사람에 더 뿌리를 둔” 경제를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자유주의와 계몽주의에서 나오는 경제 패턴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또한 공산주의에서 나오는 경제 패턴으로도 살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 그리스도교 경제가 필요합니다.”

교황은 준비된 연설이 아닌 즉흥 연설을 마친 다음, 자신을 “적대시하지 말고” 언제나 교황을 위해 기도해달라며 다음과 같이 참석자들을 격려했다. 

“가서 손을 더럽히십시오. 위험을 감수하십시오. 그리고 많은 변방 지역을 살펴보십시오.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일부, 중남미 일부 말입니다. 세상의 변방이 너무 많습니다. 이것이 우리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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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5월 2022,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