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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기도는 세상의 운명을 바꿀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31일 성모성월을 마무리하며 로마 성모 대성전에서 바치는 묵주기도를 주례했다. 이날 묵주기도는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세계 주요 성모성지와 동시다발적으로 바쳐졌다. 이날 우크라이나 신자 공동체는 ‘평화의 모후이신 마리아’ 성모상 가까이 자리해 함께 기도했다. 교황은 성모님께 “당신 외아들 예수님께서 폭력과 복수심으로 가득 찬 마음을 화해시키시고, 쉽게 부유해지려는 욕망에 눈먼 생각들을 바로잡아 주시도록 저희를 위해 빌어 주소서”라고 간청했다.

Tiziana Campisi / 번역 이재협 신부

“오늘 저녁 당신께 특별히 봉헌된 성모성월을 마무리하며 평화의 모후이신 당신 앞에 다시 한번 모여 간청하오니, 저희에게 평화의 큰 선물을 주소서. 수십 년 동안 세계 여러 지역에서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는 전쟁, 이제 유럽 대륙까지 침범한 전쟁이 하루 빨리 끝나도록 이끌어 주소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같은 기도로 성모 대성전에서 바치는 ‘평화를 위한 묵주기도’를 시작했다. 5월 31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에 많은 신자들과 가족들이 교황의 초대에 응답해 로마 성모 대성전에 모였다. 교황은 지난 5월 29일 부활 삼종기도에서 평화를 위한 묵주기도를 함께 바치자고 신자들을 초대한 바 있다. 교황은 함께 바치는 묵주기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들,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폭력으로 깊은 상처를 입은 이들을 비롯한 온 세상에 희망의 표지가 되길 바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평화는 단순히 어떤 협상의 결과나 정치 협정의 결과가 아니라 무엇보다 성령의 부활 선물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기도, 단식, 자선

휠체어를 탄 교황은 지난 1918년 베네딕토 15세 교황이 제1차 세계대전의 종식을 청하며 제작해 모신 ‘평화의 모후이신 마리아(Maria Regina Pacis)’ 성모상 발치에 작은 장미 화환을 바친 다음 기도를 시작했다. 전통적으로 신자들은 기도지향을 직접 적은 종이를 이 성모상 앞에 놓아두곤 했다. 교황도 이날 평화의 모후 성모상 앞에서 기도를 바쳤다. 교황은 먼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성모님께 바쳤던 기도들을 다시 떠올렸다. 당시 교황은 “아픈 이들을 보호해 주시고 의료진에게 힘을 주소서”, “임종을 앞둔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시고 일상의 침묵 속에서 고통을 겪는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소서”라고 기도했다. 이어 교황은 지난 3월 25일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께 전쟁 중에 있는 두 나라를 봉헌하며 “마음의 회개를 위한 큰 선물을 주소서”라고 기도한 일을 언급했다. 

“저희는 기도, 단식, 자선이라는 무기를 통해, 나아가 성모님 은총의 선물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과 전 세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오늘 저희의 모든 마음을 모아 당신께 올립니다. 평화의 모후이시여, 당신의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폭력과 복수심으로 가득 찬 마음을 화해시키시고, 쉽게 부유해지려는 욕망에 눈먼 생각들을 바로잡아 주시도록 저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온 땅을 당신의 평화로 다스리소서.”

교황과 함께 기도한 세계 각지의 성모성지

많은 신자들이 이날 ‘평화의 모후이신 마리아’ 성모상 앞에서 기도하는 교황과 함께했다. 성모상과 가장 가까운 대성당 왼편 통로에는 △첫영성체와 견진성사를 받은 소년 소녀 △스카우트 대원 △로마에 거주하는 우크라이나 가정 △‘마리아를 향한 열렬한 젊음(GAM)’ 대표단 △바티칸시국 헌병대와 스위스 근위대원 △평화의 모후이신 동정 마리아께 봉헌된 로마의 3개 본당 신자 △교황청 관료 등 하느님 백성을 대표하는 다양한 범주의 신자들이 자리했다. 또한 화면에는 전 세계 5개 대륙에서 동시에 접속해 함께 기도하는 여러 성모성지의 모습이 생중계로 비춰졌다. 이번 묵주기도에 참여한 성모성지는 △자르바니치예 성모성지(우크라이나) △우리의 구원자 성모님 주교좌성당(이라크) △평화의 모후 주교좌성당(시리아) △아라비아의 여왕이신 성모님 주교좌성당(바레인)을 비롯해 △안티폴로 ‘평화와 안전한 항해의 성모님’ 성모성지(필리핀) △에렐 ‘구세주 예수와 어머니 마리아’ 성모성지(나이지리아) △녹 성모성지(아일랜드) △야스나고라 성모성지(폴란드) △한국 순교자들의 남양 성모성지(대한민국) △로레토 ‘산타 카사’ 성모성지(이탈리아) △파티마 ‘묵주기도의 동정 마리아’ 성모성지(포르투갈) △폼페이 ‘묵주기도의 동정 마리아’ 성모성지(이탈리아) △메주고리예 ‘평화의 여왕이신 마리아’ 성모성지(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과달루페 성모성지(멕시코) △루르드 성모성지(프랑스) 등이다.

고통받는 이들을 기억하는 묵주기도

교황의 기도에 이어 고통의 신비를 묵상하는 묵주기도가 이어졌다. 이날 묵주기도는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가 준비했다. 먼저 예식의 해설자가 이날 묵주기도의 의미를 설명했다. 해설자는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의 보호 아래 “전쟁과 무력 분쟁의 가혹한 시련을 겪는 온 인류”를 하느님께 의탁했다. 이어 엘리사벳을 방문하신 성모님께서 “기쁜 소식의 예언을 전하고 알리는 여인, 가장 연약한 이들을 섬기는 사랑의 여인”으로 부름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묵주기도에서 각 단의 선창은 다양한 공동체가 담당했다. 전쟁의 폭력과 학대로 고통받는 모든 가정을 대표하는 우크라이나 가정을 비롯해 상처 입은 국민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전하는 군종 사제들, 위험하고 불안정한 상황 가운데서도 이웃을 위해 자신들의 소중한 것을 내어주는 남녀 자원봉사자, 분쟁으로 부당하게 고통받는 시리아와 베네수엘라 가정, 고향을 떠나 타국으로 터전을 옮겨 삶을 다시 시작하려는 난민 가정 등이다. 

묵주기도 각 단의 기도지향

“올리브 동산에서 기도하신 예수님”을 묵상하는 고통의 신비 1단의 기도지향은 “전쟁 피해자들, 특히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하는 어린이, 노인, 병자들”, 또한 “뿔뿔이 흩어진 가족, 특히 전쟁터에 나간 아들이 무사히 돌아오고 전쟁터에서 부모가 무사히 돌아오길 기다리는 가정들이 부당한 고통을 겪지 않기를” 기억하며 기도했다. “예수님께서 채찍질 당하심”을 묵상하는 고통의 신비 2단은 “전쟁으로 상처 입은 주민들 가운데에서 헌신하는 사제들과 축성생활자들이 언제나 하느님 자비의 도구가 될 수 있길” 기억하며 기도했다. “예수님께서 가시관 쓰심”을 묵상하는 고통의 신비 3단은 “가장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매일 인도주의적 지원을 실천하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이 언제나 더 큰 확신을 갖고 많은 이들이 이러한 일에 동참할 수 있길”, 또한 “난민을 맞이하기 위해 자신들의 집 문을 열어준 모든 가정과 모든 사람들이 너그러움과 연대를 전하는 일에 있어 지치지 않길” 바라는 지향을 담아 기도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지고 가심”을 묵상하는 고통의 신비 4단은 “고통 속에 임종을 기다리는 이들, 특히 외로움 속에 생의 마지막을 기다리는 이들이 믿음을 굳게 간직하길”, 또한 “폭력에 희생되고 실종된 이들과 그 가족 및 친구들이 희망을 잃지 않길” 기억하며 기도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심”을 묵상한 고통의 신비 5단은 “세상을 아버지와 화해시키신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이 이 땅에 전쟁을 멈추고 평화의 다스림이 온 땅에 가득하길” 청하는 지향을 담아 기도했다. 

평화를 위한 묵주기도를 마친 뒤 성인 호칭 기도가 이어졌다. 모든 기도를 마치고 교황은 이 자리에 참석한 신자들에게 파견 강복을 내린 뒤 성모님 노래를 함께 불렀다. 성모 대성전을 나서기 전 교황은 ‘로마 백성의 구원자 성모님(Salus Populi Romani)’ 성화 앞에 잠시 머물러 기도하고, 다시 신자들 사이로 돌아와 미소와 애정 어린 손짓으로 인사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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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5월 2022, 1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