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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총리실 산하 시민보호부 자원봉사자들의 예방을 받은 교황 이탈리아 총리실 산하 시민보호부 자원봉사자들의 예방을 받은 교황  (Vatican Media)

교황 “전쟁은 모두 유엔의 약속을 부인하지만 선행은 세상을 만들어 나갑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23일 이탈리아 총리실 산하 시민보호부 자원봉사자들을 만났다. “우크라이나 난민들, 특히 이 터무니없는 전쟁을 피해 고국을 떠난 여성과 아이들을 이탈리아에서 맞아들이고 인도적 지원에 나서주신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 선행은 요란한 소리를 내지 않지만 세상을 만들어 나갑니다.” 교황은 또한 지구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여야 한다며 “우리가 인공적인 손길을 가할 때 자연은 잔인한 얼굴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이창욱

“더 이상 전쟁은 안 됩니다!” 평화에 대한 사람들의 꿈을 산산조각 내버린 우크라이나의 비극 앞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지난 1965년 10월 4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호소했던 저 문장을 다시 반복했다. 교황은 5월 23일 교황청 사도궁 클레멘스 홀에서 이탈리아 총리실 산하 시민보호부(이하 시민보호부) 자원봉사자들의 예방을 받고 이 같이 말했다. 아울러 “터무니없는 전쟁”을 피해 고국을 떠난 수많은 난민들의 긴급상황을 떠올리며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모든 전쟁은 인간의 보호 역량에 대한 포기를 의미합니다. 이는 유엔의 엄숙한 약속에 명시된 내용을 부인하는 것입니다.”

선행은 요란한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교황은 지난 4월 6일 일반알현에서 이미 언급했던 것처럼 다시금 유엔의 무력함을 지적하며 평화에 대한 꿈, 곧 “평화에 대한 민족들의 신성한 권리”를 거듭 강조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난민들, 특히 이 터무니없는 전쟁을 피해 고국을 떠난 여성과 아이들을 이탈리아에서 맞아들이고 인도적 지원”에 헌신한 시민보호부 관계자와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묵묵히 봉사했으며 지금도 봉사하고 있는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선행은 요란한 소리를 내지 않지만 세상을 만들어 나갑니다.”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 시기의 도움

시민보호부의 임무 중에는 전쟁 피란민 돌봄을 비롯해 기후변화 피해자들이나 코로나19 대유행에 취약한 사람들에 대한 봉사도 있다. “손을 내밀고, 미소를 지으며, 기꺼이 시간을 내고, 집처럼 편안하게 해 주는 사람을 만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봉사다. 

교황은 보건위기의 심각한 단계 동안 이뤄진 “선행”을 높이 평가했다. 가장 취약한 가정을 비롯해 노인과 취약계층, 가난한 이와 아픈 이들을 돌보는 일,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능숙하고 자기희생적으로” 백신접종 캠페인을 지원한 일 등이다. 

교황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이탈리아 총리실 산하 시민보호부 자원봉사자들
교황에게 선물을 전달하는 이탈리아 총리실 산하 시민보호부 자원봉사자들

“보호”를 위한 세 가지 행동

여기서 교황은 ‘보호’를 위한 “성찰과 행동의 세 가지 요점”을 제시했다. “여러분은 위험과 취약함에 가장 많이 노출된 이들을 보호하도록 배치됐습니다. (…) 여러분은 시간을 내고, 다른 이들을 돌보며,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십시오. 이런 일이 일어날 때 사회는 더 나아질 것입니다.”

“‘보호하다’라는 동사는 형제를 돌보는 일을 뜻합니다. 구체적인 형제애입니다. 형제의 생명을 지키고, 보살피고, 세심히 주의를 기울여 지켜보는 일입니다.”

사회적 고립

우리가 필요로 하는 보호의 첫 번째 형태는 “사회적 고립에서 지켜주는” 보호다. “사회적 고립에 빠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일입니다.” 이러한 보호는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안, 다시 말해 우리 모두가 서로 연결돼 있으며 “그 누구도 혼자 구원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는 상황에서 “희망의 목소리를 내게 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방법”이다. 

“정말로 그 누구도 혼자 구원받을 수 없습니다. 우리 삶이 다른 이들의 삶에 의존하고 있으며 선행이 전염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형제들에게 이웃이 되어주는 일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이 되게 만들고, 기꺼이 도와주게 하며 연대하게 만듭니다. 이와 동시에 우리 사회는 조금 더 살기 좋아집니다.”

“지구가 부르짖습니다”

교황은 ‘보호’의 두 번째 형태가 환경재난에서의 보호라고 설명했다. 교황은 그동안 여러 연설을 통해 인용해 왔던 스페인의 고대 속담을 떠올렸다. “하느님께서는 항상 용서하시고 인간은 가끔 용서하지만 자연은 결코 용서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이를 증명한다. “극심한 기상이변을 일으키는 우리 시대의 기후변화는 사람들에게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수로 범람, 홍수, 토네이도, 수문지질학적 혼란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에게 그 영향은 재앙적입니다.”

“지구가 부르짖습니다! 지구가 부르짖습니다! 우리가 인공적인 손길을 가할 때 자연은 잔인한 얼굴을 드러냅니다. 그러면 인간은 짓밟히고 두려움에 떨며 소리 지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경우를 비롯해 지진 발생 시 시민보호부의 개입은 매우 중요하다. “보호란 여러분이 살고 있는 지역을 돌본다는 표시입니다. 여러분은 인명을 구하고 공동체를 증진하는 파수꾼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약탈하는 게 아니라 보호해야 합니다.”

자원봉사자에게 인사를 건네는 교황
자원봉사자에게 인사를 건네는 교황

예방을 위한 양심

보호의 세 번째 형태는 ‘예방’을 통해 이뤄진다. 예방은 한 지역의 행정에 다양한 관계자가 동참함으로써 구현될 수 있다. 

“공동선이 방치되거나 소수에게만 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양심을 함양해야 합니다. 또한 부정적인 사건들이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하지 않도록 깨어 경계해야 합니다.”

보호하는 것은 돌보는 것입니다

교황은 “아름다움을 가르치고 삶의 이야기와 전통, 문화와 사회적 경험을 지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원봉사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여러분은 희망의 장인이 됩니다. 그 희망은 담대합니다. 삶을 더욱 아름답고 품위 있게 해 주는 위대한 이상에 열려 있도록, 희망은 시야를 제한하는 개인의 안위, 사소한 안전이나 보상을 넘어 바라보는 법을 압니다.” 

교황은 “보호하는 것은 따라서 돌보는 것”이라고 다시금 강조했다. 

자원봉사, 지켜야 할 보화

교황은 “자원봉사”라는 말을 강조하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교황은 원고 없이 즉흥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여러분은 자원봉사자들입니다. 저는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었던 세 가지를 이탈리아에서 발견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이탈리아 국민들의 강인한 자원봉사활동입니다. 강인한 자원봉사정신, 자원봉사에 대한 강인한 소명의식입니다. 이는 보화입니다. 소중히 간직하십시오. 여러분의 문화적 보화입니다. 그러니 소중히 간직하고 잘 지키도록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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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5월 2022, 2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