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전쟁은 우리가 생산한 무기들을 시험하기 위해서 일어납니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 나눈 교황의 인터뷰) “전쟁은 우리가 생산한 무기들을 시험하기 위해서 일어납니다.”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 나눈 교황의 인터뷰)  

「코리에레 델라 세라」 인터뷰, 교황 “모스크바에서 푸틴을 만날 의향이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3일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의 편집장 루치아노 폰타나와 인터뷰를 나눴다. 교황은 “당분간 키이우에 가지 않을 것”이라며 “우선 모스크바에 가야 한다”고 밝혔다. “분명한 사실은 그 나라에서 무기를 시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쟁은 우리가 생산한 무기들을 시험하기 위해서 일어납니다.”

Vatican News / 번역 이창욱

“무릎 인대가 찢어져서 수술을 한 다음 지켜볼 예정입니다. (…) 오랫동안 이랬습니다. 잘 걸을 수가 없어요. 과거에 교황들이 ‘의전용 의자(sedia gestatoria)’를 타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겸손하게 약간의 고통을 감수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Corriere della Sera)의 편집장 루치아노 폰타나와 부편집장 피오렌자 사르자니니를 맞이하려 했으나 일어나지 못한다며 이 같이 양해를 구했다. 교황과 「코리에레 델라 세라」가 나눈 인터뷰는 5월 3일 발행됐다. 대화는 주로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전쟁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지난 2월 24일 개전 이래로 이 전쟁을 멈춰야 한다고 호소한 교황은 지금까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유선통화를 나누거나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호소하기 위해 교황청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방문하는 등 수많은 중재 시도를 해 왔다. 무엇보다도 교황은 기꺼이 모스크바에 가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개전 20일이 되던 날 파롤린 추기경을 통해 ‘교황이 모스크바를 방문할 의향이 있다’는 메시지를 푸틴 대통령에게 보냈습니다. 러시아의 지도자가 대화의 문을 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아직 회신을 받지 못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지금 당장 이런 만남을 할 수도 없고 원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고집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 잔학행위를 멈출 수 있겠습니까? 25년 전 우리는 르완다에서 똑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생산한 무기를 시험하기 위해 일어나는 전쟁

교황의 논평에는 전쟁의 이유와 “무기 거래(판매)”에 대한 성찰도 반영돼 있다. 교황은 무기 거래가 항상 소수의 사람들만 반대하는 “추문”이라고 지적해 왔다. 아울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러시아를 자극하는 것이 러시아의 “분노를 조장해” “나쁜 반응과 분쟁을 촉발”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요. 분명한 사실은 그 나라에서 무기를 시험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러시아인들은 이제 탱크가 거의 쓸모없다는 것을 알고 다른 것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쟁은 우리가 생산한 무기들을 시험하기 위해서 일어납니다.” 교황은 무기 거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무기 거래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3년 전” 무기를 실은 배가 제노바에 도착한 적이 있었다면서, 이를 예멘으로 운송하기 위해 대형 화물선으로 옮겨야 했으나 항만 노동자들이 그러지 않았다는 일화를 떠올렸다. 

모스크바 첫 순방 

현 상황에서 키이우 순방은 예정에 없다. 교황은 우선 모스크바 순방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폭력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이나 앞으로 할 수 있는 일을 검토하면서 “당분간 키이우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가 가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모스크바에 가야 합니다. 먼저 푸틴 대통령을 만나야 합니다. 하지만 저도 성직자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입니다. 푸틴 대통령이 문만 열어준다면요. (...)” 교황은 여전히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정교회 키릴 모스크바 총대주교와 협력할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교황은 지난 3월 16일(현지시간) 키릴 총대주교와 40분 동안 나눈 화상통화에서 키릴 총대주교가 전쟁의 “당위성”을 언급했다며 예루살렘에서 예정된 6월의 만남이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저는 그분의 말을 경청하고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그에 대해 저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요. ‘형제님, 우리는 국가의 성직자가 아니라 예수님의 성직자입니다. 우리는 정치의 언어를 구사할 수 없습니다. 다만 예수님의 언어를 구사할 뿐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의 목자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평화의 길을 구해야 하고, 무기의 화염을 멈추게 해야 합니다.’ 총대주교는 푸틴의 시중을 드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키릴 총대주교님과 오는 6월 14일 예루살렘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전쟁과 무관한 두 번째 대면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키릴 총대주교님도 회동 추진을 중단하자는 데 동의했습니다. 이 만남이 모호한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 이익을 위해 전쟁을 치르는 세상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제3차 세계대전”에 대한 경종을 울린 교황은 전쟁을 치르는 세상에서 사람들의 권리를 강조했다. 하지만 교황은 전쟁의 “경종”을 울리려는 게 아니라 “시리아, 예멘, 이라크, 아프리카에서 연이어 전쟁이 벌어지고 있음을 확인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작더라도 그들 하나하나에는 국제적 이해관계가 걸려있습니다. 자유 국가가 또 다른 자유 국가와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분쟁을 야기한 쪽은 다른 사람들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인들의 탓으로 돌리는 건 돈바스 지역에서 반격했다는 것뿐인데, 이미 10년 전의 일입니다. 그 논쟁은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들은 자부심이 강한 사람들입니다.”

‘십자가의 길’의 “스캔들”, 평화를 위한 충분한 의지가 없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해 교황은 지난 성금요일 콜로세움에서 거행된 십자가의 길을 언급하며 제13처에서 러시아 여성과 우크라이나 여성이 묵상글을 낭독하는 일을 멈추게 해 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떠올렸다. 교황은 전쟁 초기에 세 번째로 파견된 키이우에서 부활절을 보낸 교황자선소장 콘라드 크라예프스키(Konrad Krajewski) 추기경과 나눴던 대화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제가 거기에 있던 크라예프스키 추기경님에게 전화를 걸자 추기경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지 마십시오. 묵상글을 낭독하지 않도록 하십시오. 우리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제13처 묵상은 침묵 안에 머물렀습니다. 그들은 민감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너무 많은 대가를 치렀기 때문에 패배자 혹은 노예가 됐다고 느낍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순교자들입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우크라이나 남서부 접경지역, 곧 트란스니스트리아(Transnistria, 몰도바 내 친러 지역) 지역의 안보 위기 상황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교황은 그럼에도 오는 5월 9일 모든 것이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1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교황은 “러시아인들에게 계획이 있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최근 긴장이 급속도로 고조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는 돈바스 지역뿐 아니라, 크림반도, 오데사 등 우크라이나에서 흑해 항구를 빼앗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관적이지만 우리는 전쟁을 멈추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해야 합니다.”

이탈리아 주교회의

마지막으로 교황은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이탈리아 관련 사안으로 시선을 돌리며 나폴리 출신 정치인부터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에 이르는 정치 현실과 “직설적이고 단순한 사람”인 마리오 드라기 총리와의 “아주 좋은” 관계를 언급했다. 아울러 엠마 보니노 상원의원을 크게 “존경”한다면서도 그녀의 생각을 공유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엠마 의원은 누구보다 아프리카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다음 교황청 개혁과 새 주교회의 의장을 기다리는 이탈리아 교회를 언급했다. “이탈리아 교회를 쇄신하기 위해 제가 노력하는 일들 중 하나는 주교들을 너무 많이 교체하지 않는 것입니다. 고인이 되신 아프리카의 간틴(Gantin) 추기경님은 주교가 교회의 신랑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주교는 평생 동안 교회의 신랑입니다. 관례가 되면 좋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노바, 토리노, 칼라브리아에서 그랬던 것처럼, 사제들 중에서 주교를 임명하려고 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이탈리아 교회의 쇄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황은 이탈리아 주교회의(CEI)의 차기 총회에서 주교회의 의장이 선출될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저는 선한 변화를 꾀하려는 사람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권위 있는 추기경이면 좋겠습니다. 그가 ‘이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무총장을 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에는 출처를 밝혀주시고, 임의 편집/변형하지 마십시오)

03 5월 2022, 2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