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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아랍에미리트, 부룬디, 카타르 신임 주 교황청 대사에게 연설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파키스탄, 아랍에미리트, 부룬디, 카타르 신임 주 교황청 대사에게 연설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Vatican Media)

교황 “형제애 실천은 지리적 위치나 거리를 조건으로 삼지 않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19일 파키스탄, 아랍에미리트, 부룬디, 카타르의 신임 주 교황청 대사들을 만나 연설했다. 교황은 전쟁을 비롯해 빈곤, 기아, 일자리 등과 관련한 여러 불공정한 현실에서 차별 없이 온 인류 가족에게 형제애와 인도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쟁은 언제나 인류에게 패배”라고 지적했다.

Andrea De Angelis / 번역 이재협 신부

만약 지금 누군가 “유럽 내의 전쟁은 옛날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거나, 유럽의 아이들이 어머니에게 “전쟁이 뭐예요?”라고 물을 날이 오리라고 생각했다면, 크게 오판하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아이들은 먼 훗날이 아니라 오늘, 전쟁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파키스탄, 아랍에미리트, 부룬디, 카타르 등 신임 주 교황청 대사들의 신임장을 제정하는 자리에서 동유럽에 드리운 전쟁의 암운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교황은 아울러 “교황청이 평화적인 해결책을 촉진하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끊임없이 작업하고 있다”며, 이를 위한 주 교황청 대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쟁의 암운

교황은 새로운 소임, 새로운 사명을 시작하기에 이상적인 시기란 없다면서도 신임 대사들이 “분명 특별히 힘겨운 순간에” 새로운 임무를 시작하고 있는 것이라며 연설을 시작했다. 교황은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쳐 2년 전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던 기대감이 “전쟁의 암운”으로 좌절됐다고 지적했다. 

“제가 지난 1월 여러분의 전임자를 만났을 때만 해도 온 인류 가족은 안도의 한숨을 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이라는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2년 동안 우리가 배운 교훈을 명심하면서 마침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전쟁의 암운이 동유럽을 뒤덮었고, 이어 직간접적인 방식으로 온 세상을 둘러쌌습니다.” 

교황은 국제사회의 결속을 증진하고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힘쓰는 국제기구가 창설되면서 대부분의 유럽인이 전쟁을 그저 오래된 기억으로만 생각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냉전 기간 동안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핵위협의 파괴적인 영향을 경험한 이후, 국제법의 역할과 글로벌 공동체의 결속에 중점을 둔 다국적 정치·경제 기구의 창설에 대한 존중 의식이 확산됨에 따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유럽 내의 전쟁이 옛날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아이들이 어머니에게 ‘전쟁이 뭐예요?’라고 물을 날이 오리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국경 없는 형제애

교황은 오늘날 언론이 실시간으로 생생하게 송출하는 “충격적이고 섬뜩한” 이미지를 보고 양심의 동요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이러한 비극에서도 “최고의 인류애”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동일한 이미지들은 또한 많은 국가와 개인이 인도적 지원에 나설 수 있도록 연대와 형제애를 고취시켰습니다. 저는 특히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전쟁 난민을 환대하는 많은 나라를 생각합니다. 우리는 친지, 친구, 혹은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집 문을 열어주는 가정들을 보았습니다.”

교황은 오늘날 세상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전쟁들,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하는 다른 전쟁들도 잊지 말라고 신임 대사들에게 당부했다. 이어 회칙 「Fratelli tutti」를 인용하며 모든 인간의 존엄은 양도할 수 없는 권리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한 인류 가족입니다. 분노의 표현 정도, 인도적 지원의 규모, 고통받는 이들을 향한 형제애 의식은 지리적 조건이나 사리사욕에 기반해선 안 됩니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이 양도할 수 없는 존엄을 지닌다면, 모든 사람이 나의 형제자매라면, 세상이 참으로 모든 이에게 속한 것이라면, 누군가 여기서 태어났거나 아니면 그 나라의 경계 밖에서 살고 있는가 하는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Fratelli tutti」, 125항 참조). 이는 전쟁이나 유혈분쟁을 비롯해 기후변화, 빈곤, 기아, 깨끗한 식수 부족, 최소한의 작업 환경이 보장된 일자리, 적절한 교육에 대한 접근 등 인류 가족을 괴롭히는 다른 불공정한 상황에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황청의 작업

교황은 여러 분쟁 상황에서 교황청이 평화적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어떻게 작업하고 있는지 설명했다. 아울러 전 지구적 문제에 한마음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저마다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청은 분쟁 상황에서 평화적인 해결책을 촉진하고 다른 사회 문제로 인한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끊임없이 작업하고 있습니다. 온 인류 가족에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는 국제사회가 한마음으로, 각 구성원이 저마다 자신의 역할을 다하면서 대응해야 한다는 확신에 따라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교황은 끝으로 신임 주 교황청 대사들이 특별한 권한을 인식하면서 귀중한 봉사의 임무를 잘 수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대사 업무는 분명 쉽지 않지만, 전쟁을 겪는 시기엔 더욱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고 격려했다. 

“친애하는 대사 여러분, 이와 관련해 여러분이 특권적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전쟁이 언제나 인류에게 패배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대화를 통해 만남의 문화를 만들고, 국제법의 고귀한 원칙을 지키면서 민족 간의 상호 이해를 장려하는 여러분의 중요한 봉사 직무와 배치됩니다. 여러분이 수행할 직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오늘날 전 세계에서 목격되는 불평등과 불공정의 상황에서 우리는 여러분의 직무를 더욱 귀중하고 값지게 평가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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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5월 2022, 1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