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우크라이나 전쟁 희생자 위해 하느님께서 우십니다”
Alessandro Di Bussolo / 번역 박수현
성모님께서는 눈물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가르치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4월 23일 바오로 6세 홀에서 밀라노대교구 트레빌리오의 ‘눈물의 성모성지(La Madonna delle Lacrime)’ 본당 공동체 3000여 명의 신자들을 대상으로 연설하며 이 같이 말했다. 운다는 것은 “하느님께 마음을 열고 형제들에게도 마음을 여는 것”이며 “여정 중에 만나는 사람들의 상처로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 “함께 나눌 줄 알고, 환대할 줄 알고,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며 눈물 흘리는 이들과 함께 눈물 흘릴 줄 아는 것입니다.” 교황은 성모님의 눈물이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모든 민족을 멸망시키는 전쟁의 희생자들을 위한 하느님 눈물의 표징”이라며, 전쟁은 “승자”와 “패자”, “전쟁을 지켜보는 이들” 모두를 파괴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민을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께 봉헌하는 기도를 성모님께서 수락하셨다고 믿는다며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께서 평화를 위해 간구하고 계신다”고 참석자들에게 말했다.
성모자 성화에 관한 눈물의 기적 500년
트레빌리오의 ‘눈물의 성모성지’ 본당 공동체는 트레빌리오의 아우구스티노 수도원에 보관된 성모자 성화 기적 50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교황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성모자 성화는 성모님과 아기 예수님이 울고 계신 모습을 담고 있다. 500년 전인 1522년 2월 28일, 로트레크 장군이 이끄는 프랑스군은 이탈리아 트레빌리오 마을을 공격하려 했다. 하지만 로트레크 장군은 성모 신심으로 자신의 투구와 칼을 내려놓고 병사들과 함께 마을의 포위를 해제함으로써 수도원에 보관된 성모자 성화 훼손을 막았다.
고통의 눈물과 기쁨의 눈물
교황은 노베르토 돈기 본당신부와 밀라노대교구장 마리오 델피니(Mario Delpini) 대주교와 함께 바오로 6세 홀에 모인 신자들에게 이탈리아 남부 시라쿠사에서 프랑스 라살레트에 이르기까지 눈물의 성모님께 봉헌된 다른 성지들을 떠올렸다. “하지만 여러분의 트레빌리오 성모성지는 훨씬 더 오랜 역사가 있습니다.” 교황은 성모님의 눈물이 “예수님의 눈물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수님께서 친구 나자로의 무덤과 예루살렘 앞에서 눈물을 흘리셨다고 말했다. 교황은 “두 경우 모두 고통의 눈물이었다”며 “그러나 우리는 예수님께서도 어린아이들, 겸손한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복음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시고 기쁨으로 우셨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모님의 눈물은 하느님의 연민의 표징입니다
교황은 “첫 번째 제자”이신 성모님께서 “느낌, 감정, 심지어 웃음과 눈물에 있어서도” 당신의 아드님을 따르셨다고 강조했다.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을 낳으실 때, 목동들과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님 앞에 엎드려 절하는 모습을 보셨을 때 틀림없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셨을 것입니다.” 교황은 성모님께서 십자가의 길을 따라 “십자가 아래에 서 계시는 동안” 비탄의 눈물을 흘리셨다면서도 “마리아의 눈물은 그리스도의 은총으로 변화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모 마리아께서 눈물을 흘리신 순간을 두고 “성모님의 눈물은 하느님 연민의 표징”이라고 강조했다.
“하느님께서는 항상 우리를 가엾이 여기십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용서해 주려고 하십니다. 여러분께 한 가지를 상기시켜 드립니다. 하느님께서는 항상 용서하십니다! 항상 말입니다! 용서를 구하는 데 지치는 쪽은 우리입니다. 이러한 까닭에 성모님의 눈물은 언제나 이러한 연민으로 우리를 용서하시는 하느님 연민의 표징이자 우리의 죄, 인류를 괴롭히는 악, 특히 고통받는 아이들과 무고한 이들에 대한 그리스도 고통의 표징입니다.”
우크라이나, 모두를 파괴하는 전쟁
교황은 노베르토 신부의 인사말에 등장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다시 언급했다.
“성모님의 눈물은 또한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모든 민족을 멸망시키는 전쟁의 희생자들을 위한 하느님 눈물의 표징이기도 합니다. 담대하게 진실을 말합시다. 전쟁에 휘말린 사람들이 모두 죽고 있습니다. 모두 말입니다. 전쟁은 패자만 파괴하는 게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전쟁은 승자도 파괴합니다. 또한 전쟁은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 보려고 피상적인 뉴스를 소비하며 전쟁을 지켜보는 이들도 파괴합니다. 전쟁은 모든 이를 파괴합니다. 이를 명심합시다.”
평화의 모후이신 성모님께서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십니다
교황은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께 “우리의 청원을 의탁했다”며 “어머니께서 평화의 모후이시기에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고 평화를 위해 간구하고 계심을 우리는 확신한다”고 말했다. “내일(4월 24일)은 하느님의 자비 주일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자비의 어머니이십니다. 그분께서는 자비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계십니다. 하느님에게서 ‘자비를 끌어내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눈물 흘리고 용서 구하고 아버지와 형제들에게 마음 열기
교황은 트레빌리오의 ‘눈물의 성모성지’ 본당 공동체 신자들에게 “지난 5세기 동안 여러분의 땅은 성모님의 눈물로 적셔왔다”며 “여러분은 대대로 성모님의 애틋한 사랑과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성모님께서 “눈물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가르치신다”고 말했다. “눈물 흘리는 일을 부끄러워해서는 안 됩니다. 성인들은 눈물이 선물이며 때로는 은총과 회심, 마음의 해방이라고 가르칩니다.”
“눈물을 흘리는 것은 마음을 열고, 자기 폐쇄로 이끄는 자아의 껍질을 깨뜨리고, 우리를 감싸주는 사랑, 언제나 우리를 용서하고 기다리는 사랑에 우리 마음을 여는 것을 뜻합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마음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기다리고 계십니다. 무엇을 기다리시냐고요? 용서하기를 기다리십니다. 우리를 용서하기를 기다리십니다. 그분께서는 쉬지 않고 끊임없이 그렇게 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용서, 용서를 바라십니다. (…) 우리가 하느님께 용서를 구하기를 바라십니다. 선하신 아버지 하느님께 마음을 열고 형제들에게도 마음을 여는 것입니다.”
‘버리는’ 문화의 비극 앞에서도 우는 법을 배웁시다
운다는 것은 “우리 마음이 움직이도록 하는 것, 여정 중에 만나는 사람들의 상처로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라고 교황은 강조했다. “함께 나눌 줄 알고, 환대할 줄 알고,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며 눈물 흘리는 이들과 함께 눈물 흘릴 줄 아는 것입니다.” 교황은 우리 시대가 “잘 우는 습성을 잊었다”고 한탄하며, 이는 “베드로가 뉘우치며 울고 성모님께서 우신 것처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울음”과 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문명, 우리 시대는 우는 감각을 잊어버렸습니다. 우리가 보는 것, 전쟁을 비롯해 제가 누누이 말해온 버리는 문화 등 인류가 만들어낸 것들 앞에서 울 수 있는 은총을 청해야 합니다. 버리는 문화는 노인을 버리거나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들을 버립니다. (…) 버리는 문화의 비극이 너무 많습니다. 가난하고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이 버려지고, 버려집니다. 노숙자로 가득 찬 광장과 거리, 우리 시대의 비참이 우리를 울게 합니다. 우리도 울어야 합니다.”
울 수 있는 은총을 청합시다
교황은 가톨릭 전례에서 눈물의 은총을 청하는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러분은 여러분 가까이에 성모님이 계시니 성모님께 이 은총을 청하십시오.”
“미사 전례의 기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반석에서 물을 내시는 주님, 제 마음의 반석에서 눈물이 흐르게 하소서.’ 우는 법을 잊은 돌 같은 마음입니다. 우리 모두 울 수 있는 은총을 청하도록 합시다.”
애틋한 마음, 연민, 가까이 다가감... “하느님의 방식”
교황은 마지막으로 “눈물의 성모님”이라는 공동체의 이름에는 △애틋한 사랑 △연민 △가까이 다가감에 대한 온전한 사목적 돌봄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느님의 방식은 가까이 다가감, 연민, 애틋한 사랑입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방식입니다. 사제, 부제, 평신도, 축성자 등 모든 이와 관련된 사목 방식입니다. 이는 모든 연령대와 모든 세대의 삶을 아우릅니다.”
교황은 “항상 성모님을 본받으며 예수님을 따르도록 하자”고 초대하며 “성령께서 우리의 감정, 소망, 계획, 행동을 하느님의 마음에 따라 빚어내시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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