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처음으로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하느님의 자비 주일 미사 집전한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이재협 신부
지난 2년 동안 사시아의 산토 스피리토 성당에서 제한된 인원과 함께 ‘하느님의 자비 주일’ 미사를 거행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처음으로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신자들과 함께 21년 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부활 제2주일로 선포한 하느님의 자비 주일 미사를 봉헌한다. 교황전례원은 교황이 오는 4월 24일 오전 10시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미사를 주례한다고 밝혔다. 교황은 4월 20일 수요 일반알현에서 폴란드어권 신자들에게 인사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수님께서는 인간이 하느님의 자비를 체험하는 존재일 뿐 아니라 자신의 이웃에게 그 자비를 드러내도록 부름받은 존재라고 가르쳐 주십니다.” 이어 “폴란드를 찾아온 우크라이나 피란민에게 문을 열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환대한 폴란드 신자들의 자비”에 감사인사를 전했다.
성녀 파우스티나 수녀의 발현 목격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황직 초석을 위한 작업 중 하나는 2016년을 자비의 특별 희년으로 제정한 일이다. 그는 지난 2000년 “사백 주일(Domenica in albis, 卸白主日)”이라고도 불리는 주님 부활 대축일 후 한 주간이 지난 다음 주일(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선포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유산을 이어받았다. 폴란드 출신 성녀 파우스티나 코발스카 수녀의 환시에 따르면 예수님께서는 직접 이날을 자비 주일로 지내라고 말씀하셨으며,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비의 예수님’ 성화를 그리는 방법도 설명하셨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 의해 1993년 시복되고 2000년 시성된 성녀 파우스티나 수녀의 「일기」는 환시를 통한 예수님의 말씀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나는 자비를 기억하는 축일이 선포되길 바란다. 또한 네가 붓으로 캔버스에 그린 이 그림이 주님 부활 대축일 다음 첫 주일에 장엄한 축복을 받길 원한다. 그 주일을 자비의 축일로 지내라. (…) 하느님의 자비 주일이 모든 영혼, 특히 불쌍한 죄인들의 성채, 피난처가 되길 바란다. (...) 이날 고해를 하고 성체를 모시는 영혼은 죄와 벌의 온전한 사함을 받을 것이다.”
전 세계로 퍼진 공경
성녀 파우스티나 수녀는 담당 고해사제의 허락 아래 개인적으로 이 축일을 지낸 첫 인물이다. 하지만 이미 1944년 주님 부활 대축일 다음 첫 주일에 하느님의 자비를 기리는 공경이 크라쿠프-와기에브니키에 자리한 성지에서 거행됐으며, 몇 년 뒤 폴란드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성 베드로 광장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16세기 르네상스 양식으로 건축된 성당인 사시아의 산토 스피리토 성당을 성녀 파우스티나 수녀의 신심을 기억하는 장소로 봉헌했다. 지난 1994년 성당은 성지로 승격됐으며, 매년 수많은 순례객과 신자들이 방문하는 성지가 됐다. 이 성당에서는 매일 오후 묵주기도를 함께 바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하느님의 자비 주일 미사 거행
예수님께서 지난 1931년 성녀 파우스티나 수녀에게 나타나시어 당신 모습을 그려 전하라고 말씀하신 날로부터 90년을 맞은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산토 스피리토 성당에서 하느님의 자비 주일 미사를 집전했다. 당시 미사는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른 철저한 관리 속에 소수의 재소자, 의료진,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온 난민 그룹과 함께 봉헌됐다. 이날 미사는 교황이 하느님의 자비를 기억하며 봉헌한 세 번째 미사였다. 한편 교황이 직접 주례한 첫 번째 하느님의 자비 주일 미사는 2016년 4월 3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자비의 특별 희년을 선포한 날에 거행됐다. 당시 교황은 거룩한 사랑의 메시지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모든 허약함은 하느님의 자비 안에서 효과적인 도움을 찾을 수 있습니다. 사실 하느님의 자비는 멀리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그분께서는 모든 가난한 이를 만나러 오시며, 세상을 괴롭히는 많은 형태의 노예살이에 얽매인 이들을 해방시키려고 오십니다. 하느님께서는 각자의 상처에 다가가 낫게 해 주십니다. 하느님 자비의 사도가 된다는 것은 예수님의 상처뿐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예수님의 형제자매들의 몸과 영혼에 남아있는 상처를 어루만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듬해인 2017년 교황은 하느님의 자비 주일을 기념하는 제1저녁기도를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바쳤다. 감염병의 세계적 확산이 한창이던 2020년에는 산토 스피리토 성당에서 신자들 없이 개인적으로 하느님의 자비 주일 미사를 봉헌했다. 전 세계가 갑작스러운 보건 위기와 죽음과 감염에 대한 공포를 마주하던 이 시기, 교황은 여러 나라 말로 생중계된 이날 미사를 통해 다시 한번 하느님의 자비를, 곧 “우리를 다시 일으키시는 하느님의 손길”을 바라보자고 당부했다. 또한 교황은 “또 다른 바이러스”의 위협, 곧 우리의 형제자매를 배제하고 버리는 “무관심한 이기주의의 바이러스”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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