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청소년의 밤’ 축제 “용기 내어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Gabriella Ceraso / 번역 이재협 신부
청소년들은 두 시간 가까이 프란치스코 교황과 대화를 나누고, 함께 기도하고, 성가를 부르고, 요한복음 21장1-19절이 전하는 기적 사화에 비춰 묵상한 삶의 체험을 증언했다. 티베리아스 호숫가에서 기적이 일어난 그날 밤 제자들이 예수님 곁에 모인 것처럼, 4월 18일 밤 청소년들은 하느님께 “예”라는 응답을 새롭게 하기 위해 교황 곁에 모였다. 이날 이탈리아 각 교구의 청소년들은 부활 팔일 축제 월요일 밤 막을 내린 “나를 따라라(#Seguimi)” 축제의 마지막 여정으로 성 베드로 광장에 함께 모였다. 청소년들은 지난 2년 간의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봉쇄와 격리 기간,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포로 인해 그 동안 느낄 수 없었던 열정으로 가득 차 이 자리에 함께했다. 교황도 “지난 2년 동안 성 베드로 광장이 봉쇄된 시기, 우리가 단식을 하듯 이 광장도 사람을 만나지 못한 채 비어 있었다”며, 여전히 “먹구름”이 우리 시대를 뒤덮고 있을지라도 “오늘은 광장이 청소년들로 가득 찬 기쁜 날”이라고 말했다.
이날 성 베드로 광장에는 이탈리아 전역에서 출발한 12-17세 사이의 청소년 1만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각 공동체를 상징하는 형형색색의 깃발을 나부끼며 각 공동체를 의미하는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오후 4시부터 시작한 이날 축제는 ‘산레모 음악제’ 우승자 마티아 로마노 씨와 블랑코 씨의 노래로 시작해 코로나19로 많은 아픔을 겪은 넴브로 주일학교 학생을 비롯한 여러 청소년의 증언으로 이어졌다.
바세티 추기경 “우리는 삶을 나누고 경청하려고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오후 5시30분, 교황은 전용차를 타고 성 베드로 광장에 운집한 청소년들은 물론, 광장 너머 비아 델라 콘칠리아치오네를 가득 메운 청소년들에게로 가까이 다가가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청소년들을 만난 교황은 매우 기뻐했다. 1만여 명의 청소년들도 손을 흔들거나 자신들이 준비한 현수막 또는 우크라이나 국기 색상으로 만든 깃발을 흔들며 환호했다. “교황님을 만나러 여기 왔어요!” 교황이 수많은 꽃으로 장식된 성 베드로 대성전 앞 넓은 계단에 올라 10여 명의 대표단과 애정 어린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자, 이탈리아 주교회의 의장 괄티에로 바세티(Gualtiero Bassetti) 추기경이 “마침내 우리는 이곳에 도착했다”며 감격적인 소회를 밝혔다. 바세티 추기경은 “두려움, 걱정, 불안이 가득했던 지난 2년 동안 이 청소년들은 기뻐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무너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늘 밤 청소년들은 기억에 남을 만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 위해, 교황님의 말씀으로 힘을 얻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주 예수님께서 주신 부활의 기쁨을 우리가 다시금 체험하며 살아갈 수 있길 바랍니다.”
교황의 기도로 ‘청소년의 밤’ 축제가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축제 준비 기간과 축제의 장, 교황의 연설, 모든 기도와 증언을 아우르는 성경 구절은 요한복음 21장1-19절의 말씀이다. 곧,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세 번째로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사건으로, 일곱 제자들이 있는 티베리아스 호숫가에 나타나셔서 수많은 물고기를 잡게 해 주신 예수님의 기적 이야기다. 예수님께서는 간밤에 물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한 제자들에게 다시 한번 그물을 던지라고 이르신다. 그러자 고기가 너무 많이 잡히고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제자(요한)는 “직관적으로” 그분이 예수님임을 알아본다. 복음은 즉시 물에 뛰어든 베드로의 모습을 전하고,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어지는 부활하신 주님과 베드로의 감동적 대화,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는 세 번의 질문에 이어 “나를 따라라” 하신 예수님의 초대를 전한다.
예수님은 더 앞으로 나아가라고 이르십니다
교황은 사무엘이라는 동명의 두 소년과 소피아, 알리체라는 소녀의 증언을 경청했다. 이들은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슬픔, 병으로 인한 고통, 삶의 의욕 상실을 경험했다면서도 티베리아스 호숫가의 제자들처럼 사랑과 은총의 빛으로 극복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교황은 12세 소년 마티아 피콜리 군의 사연도 경청했다. 피콜리 군은 알츠하이머 초기 진단을 받은 아버지가 “어둠”에 빠져 있지 않도록 “매일 사랑의 행위”와 신앙으로 가족과 함께 극진히 보살핀 공로로 ‘알피에레’ 문화훈장을 받았다. 이들의 증언을 경청한 교황은 요한복음을 묵상하며 티베리아스 호숫가에서 밤새 아무것도 잡지 못한 제자들의 체험 또한 바로 이 “어둠”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얼마나 실망스러운 순간인가요!” 교황은 우리가 많은 노력을 쏟아 부어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특별한 순간이 불현듯 찾아온다고 말했다.
“날이 밝을 무렵 한 남자가 물가에 나타납니다. 바로 예수님이었습니다. 그분께서는 거기서 제자들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십니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요한 21,6). 그러자 물고기의 기적이 일어납니다. 그물을 끌어올릴 수 없을 정도로 물고기가 가득했습니다.”
어둠이 우리를 두렵게 하지 않도록
교황은 요한복음의 이 구절이 우리 인생의 어떤 순간, 특히 우리가 벌거벗겨지고, 무력하고, 외롭다고 느끼는 시련의 순간, 두려움을 체험하는 순간에 대해 생각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소년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둠이 무서워!’라고 말하기를 부끄러워하지 마십시오. 우리 모두는 어둠을 두려워합니다. 이렇게 두렵다고 말함으로써, 겉으로 표현함으로써 두려움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기억하십시오. 우리는 두렵다고 말해야 합니다. 누구에게 말할까요? 아빠, 엄마, 친구들, 또는 여러분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요. 두려움을 밝은 곳으로 꺼내야 합니다. 어둠 속에 있는 두려움이 빛을 만날 때 진리가 터져 나옵니다. 낙담하지 마십시오.”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제자 요한의 ‘직관’과 베드로의 ‘용기’
교황은 따라서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과의 나눔, 이야기, 대화를 통해 “위기”를 밝게 비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교황은 다시 복음 말씀으로 돌아와 본받아야 할 두 가지 모습을 청소년들에게 설명했다. 하나는 호숫가에 서 계신 예수님을 알아보는 요한의 “직관”이며, 다른 하나는 주님을 세 번이나 모른다고 했던 특별한 제자 베드로가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호수로 뛰어든 “용기”다. 교황은 종종 어른들이 잊고 살아가는 이러한 두 가지 덕목을 청소년들이 간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러분에게는 직관적인 감각이 있습니다. 그것을 잃지 마십시오! 그것은 직관적으로 ‘이것은 옳지만 저것은 올바르지 않아’라고 말할 수 있는 감각입니다. 진리에 대한 감각, 곧 주님을 찾는 감각입니다. 청소년 여러분이 주님의 사랑을 받는 제자 요한의 직관적인 감각과 베드로의 용기를 마음에 품길 바랍니다.”
삶을 두려워하지 말고 영혼의 죽음을 두려워하십시오
교황은 ‘용기’와 ‘직관’을 마음에 간직하며 “삶을 포기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두려움을 없애고 너그러움을 간직한다면 언제나 우리와 동행하는 누군가를 발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교황은 원고를 내려놓고 즉석에서 이 같이 당부하며, 내어 주지 않는 삶은 자신 안에 갇히게 될 뿐이라고 설명했다.
“여러분은 죽음, 곧 영혼의 죽음과 미래의 죽음 그리고 닫힌 마음을 두려워하십시오. 이러한 것들을 두려워하십시오. 그러나 삶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닙니다. 삶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삶은 살아가는 것, 다른 이를 위해 내어 주는 것, 다른 이들과 나누는 것입니다.”
성모님처럼 “예, 여기 있습니다”라고 응답합시다
교황은 성모님의 표상으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교황은 누구나 어려움을 마주할 때마다 어머니를 부르듯 “우리는 성모님을 부른다”며, 함께한 청소년들과 비슷한 또래에 하느님께 ‘예’ 하고 응답하신 성모님의 모습을 마음에 새기라고 당부했다.
“성모님께서는 여러분과 같은 또래일 때 천사의 부름을 받고 예수님을 잉태하셨습니다. 성모님께서 여러분에게 ‘예, 여기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법을 가르쳐 주시길 빕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용기 내어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연설을 마치고 교황은 ‘로마 백성의 구원자 성모 마리아’ 이콘 앞에서 기도하고 신앙고백을 바친 뒤, 청소년들에게 강복하며 축제를 마무리했다. 인류의 미래를 온전히 하느님께 의탁하는 마음과 지향은 참석한 모든 이의 눈과 마음에 깊이 새겨졌으며, 그 마음을 담아 모두 함께 성가를 부르며 이 위대한 친교의 시간을 마무리했다.
“곧은 길이시며 희망의 샘이신 예수님, 당신을 따릅니다. 저를 당신께로 이끌어 주소서. 저에게 서광의 날개를 달아 주시어 바다 끝까지 이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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