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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차에서 도착한 우크라이나 국기를 보여주고 있는 교황 부차에서 도착한 우크라이나 국기를 보여주고 있는 교황 

교황, 부차 민간인 학살 관련 “전쟁을 멈추십시오”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6일 수요 일반알현의 말미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도시 부차에서 민간인 시신을 담은 사진과 정보가 공개된 것과 관련해 “학살”이라며 규탄했다. 교황은 “무기를 내려놓으라”고 거듭 촉구한 후 부차에서 도착한 우크라이나 국기를 보여줬다. 이어 전날 우크라이나에서 이탈리아로 도착한 아이들을 바오로 6세 홀 연단에 올라오게 하고 소개한 이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신의 땅에서 뿌리째 뽑혀버린다는 것은 힘겨운 일입니다.”

Salvatore Cernuzio / 번역 박수현

“학살”이라는 부르짖음이 하늘에 닿기 전에 “이 전쟁을 끝내고, 무기를 내려놓고, 죽음과 파괴의 씨앗”을 뿌리길 중단해야 한다고 프란치스코 교황이 바오로 6세 홀에서 차분하고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우크라이나 부차 지역 당국이 공개한 바와 같이, 등 뒤로 손이 묶인 채 거리 곳곳에 방치된 70구 이상의 민간인 시신 사진이 모두의 눈에 선하다. 지역 당국은 또한 집단 매장터 사진도 공개했다. 부차는 키이우에서 약 6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소도시다. 전 세계가 분노하고 많은 사람들이 ‘전쟁 범죄’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잔학행위

교황은 일반알현의 말미에 “학살”이라는 표현을 썼다. 교황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한 뉴스는 안도와 희망을 주기는커녕 부차 학살과 같은 새로운 잔학행위를 증언한다”고 말했다.

“여성과 어린이 같은 무방비 상태의 민간인들에게도 도를 넘은 참혹한 만행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무고한 희생자들입니다. 이들의 피가 하늘을 향해 울부짖고 애원합니다. ‘이 전쟁을 멈추십시오! 무기를 내려놓으십시오! 죽음과 파괴의 씨앗을 뿌리지 마십시오!’”

부차에서 도착한 우크라이나 국기를 보여주고 있는 교황
부차에서 도착한 우크라이나 국기를 보여주고 있는 교황

부차에서 온 우크라이나 국기

교황은 신자들에게 이 모든 것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당부하며 고개 숙인 채 잠시 침묵했다. 이후 교황은 일어서서 시커멓게 색이 변한 우크라이나 국기를 보여줬다. 국기에는 지난 2014년 유로마이단 혁명 당시 저항을 기념하기 위해 상단에 십자가가 그려져 있고 십자가 주위로 우크라이나어가 쓰여 있었다. 교황은 “어제 부차에서 이 국기가 나에게 도착했다”며 “이 국기는 전쟁터에서, 전쟁으로 피폐해진 도시 부차에서 온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을 위한 인사와 선물 전달

몇몇 우크라이나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교황이 있는 연단 위로 올라갔다. 막내는 어머니의 품에 안겨 있었고 맏이는 우크라이나 그림을 들고 있었다. 그 그림에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연상시키는 흰색과 노란색 바탕에 하얀 손들이 있었고, 자신들을 환영하는 이탈리아 국기와 빨간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교황은 “이들에게 인사하고, 이들과 함께 기도하자”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아이들은 고국에서 벌어진 전쟁을 피해 타향 땅으로 와야 했습니다. 이것이 전쟁의 참혹한 결과 중 하나입니다. 이들을 잊지 맙시다. 우크라이나 국민을 잊지 맙시다.”

교황은 우크라이나 국기에 입을 맞추고 축복한 후 국기를 접었다. 그런 다음 부활절 초콜릿 달걀을 아이들에게 선물했다. 교황은 아이들의 머리와 볼을 쓰다듬으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폭격 소리와 집을 떠나면서 받은 충격이 가시지도 않은 사람들을 위한 다정한 몸짓이었다.

우크라이나 아이들과 함께한 교황
우크라이나 아이들과 함께한 교황

“자신의 땅에서 뿌리째 뽑혀버리는 것”

“전쟁 때문에 자신의 땅에서 뿌리째 뽑혀버린다는 것은 참으로 힘겨운 일입니다.” 

교황은 자리에 앉은 다음 즉흥적으로 이 같이 말했다. 앞서 4월 3일 교황은 몰타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전세기 내에서 열린 기내 기자회견 당시 한 기자가 알려준 부차 학살 소식을 전해 듣고 “전쟁은 언제나 인간의 정신을 거스르는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것”이라며 “이는 비그리스도교적인 정신이 아니라, 비인간적인 정신을 뜻한다”고 말했다. “전쟁은 카인의 정신입니다. ‘카인주의’ 정신입니다.”

폴란드인들에게 감사

언제나 우크라이나를 생각하는 교황은 바오로 6세 홀에 모인 폴란드 신자들과 언론매체를 통해 연결된 신자들에게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환대한 정신에 감사를 표했다. 최근 추산에 따르면 약 300만 명의 우크라이나 피란민이 폴란드에 도착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마음과 집의 문을 열어주며 우크라이나의 형제자매들에게 특별하고 모범적인 너그러움을 보여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우크라이나인들과 함께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주님께서 폴란드를 강복하시고 여러분의 이러한 연대를 통해 당신의 얼굴을 보여주시길 빕니다.” 

교황에게서 부활절 초콜릿 달걀을 선물로 받은 우크라이나 아이들
교황에게서 부활절 초콜릿 달걀을 선물로 받은 우크라이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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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4월 2022, 2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