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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내사원의 내적 법정에 관한 연례 교육 과정 참석자들과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청 내사원의 내적 법정에 관한 연례 교육 과정 참석자들과 만난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 “고해성사는 영혼과 마음을 위한 강력한 처방약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3월 25일 교황청 내사원의 제32차 내적 법정에 관한 교육 과정 참석자들에게 용서의 체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화해의 직무를 수행하는 이가 고해자를 환대하고, 경청하며, 동반하는 여정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Adriana Masotti / 번역 안주영

“정말 많습니다. 약 800명의 사제들이 모였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3월 25일 고해성사를 주제로 열린 교황청 내사원의 내적 법정(foro interno)에 관한 연례 교육 과정의 참석자들에게 연설하며 이 같이 강조했다. 바오로 6세 홀에서 열린 이번 교육에는 교황청 내사원장 마우로 피아첸차(Mauro Piacenza) 추기경과 부원장 크시슈토프 유제프 니키엘(Krzysztof Józef Nykiel) 몬시뇰을 비롯해 교황청 내사원의 담당 주교들과 임직원들, 로마 4대 대성전의 상설 혹은 임시 고해소의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용서는 인간의 권리입니다”

교황은 연설을 시작하면서 “우리 시대에도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내고 실현하는 화해의 직무가 얼마나 소중하고 필요한지”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최근 한 인터뷰를 통해 “용서는 인간의 권리”라고 말했다면서 “우리 모두는 용서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 모든 이의 마음이 가장 깊이 갈망하는 게 바로 용서입니다. 왜나하면 용서받는다는 것은 결국 우리의 한계와 죄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의 우리가 사랑받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용서는 하나의 ‘권리’입니다. 이는 하느님께서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 안에서 겸손하고 뉘우치는 마음으로 용서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는 모든 인간에게 완전하고 결정적인 방식으로 용서를 베풀어 주셨다는 의미입니다.”

교황은 고해사제가 “하느님의 용서를 아낌없이 베풀어 줌으로써” “인간과 세상의 치유”에 협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대는 고해자를 은총의 길로 인도합니다

교황은 △환대 △경청 △동반이 고해사제 직무의 세 가지 본질적인 차원이라고 강조하며 각각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우선 ‘환대’는 고해자가 은총의 선물에 자기 마음을 열고 고해성사에 가까이 다가가도록 도와주는 태도라고 말했다. 

“환대는 사목적 사랑의 척도이며, 이는 여러분이 사제 양성 기간 동안 성숙시킨 것입니다. 그리고 사목적 사랑은 고해자와 고해사제 모두를 위해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해 줍니다. 고해사제는 돌아온 아들로 인해 기쁨으로 가득 찬 아버지의 부성(아버지다움)을 체험합니다. 우리에게 이러한 환대와 기쁨이 있나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환대할 줄 아는 고해사제의 평온함으로 이렇게 말하십시오. ‘앉으세요.’ 그런 다음 고해자가 이야기할 수 있게 하십시오. 평온한 분위기, 심지어 기쁨의 분위기를 조성하십시오. 아시겠죠?”

경청은 진정으로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합니다

교황은 진정으로 경청하기 위해서는 △관심 △준비된 마음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방이 진정으로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하는 사랑의 한 형태”가 경청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은 연설 원고를 내려놓고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제발 호기심을 갖지 마세요.” 

“때때로 고해자들 중에는 자신이 하는 말을 부끄러워하며,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고개만 끄덕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교황청 내사원장 피아첸차 추기경님은 우리에게 한 가지 좋은 사례를 알려주셨습니다. 고해자가 말한 내용을 이해한 다음 이렇게 말한다는 것이죠. ‘그렇군요. 계속 하세요. 아, 그런데요. (…)’ 고해자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더 말해야 하는 고통을 덜어주도록 하십시오. 호기심에 사로잡혀 이렇게 마음을 캐보지 마십시오. ‘그래서 어떻게 됐나요? 몇 번이나 그랬다고요?’”

교황은 경청이 고해사제에게도 유익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경청은 일종의 비움을 의미합니다. 곧, 상대방을 기꺼이 받아들이기 위해 나 자신을 비우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권능과 주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임무에 대한 믿음의 행위입니다. 오직 믿음 때문에 형제자매들은 고해사제에게 마음을 엽니다. 그러므로 고해사제는 믿음으로, 그리고 하느님 아버지께서 당신 자녀들을 위해 남겨두신 애덕으로 귀담아들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기쁨을 만들어냅니다!”

함께 길을 걸으십시오

고해사제에게 요구되는 특별히 섬세한 세 번째 임무는 ‘동반’이다. 교황은 고해사제가 고해자의 양심의 주인이 아니라, 죄를 뉘우치는 구체적인 체험에서 “하느님의 뜻과 진리를 알아보며” 신중함과 애덕으로 동반의 여정에 나설 뿐이라고 강조했다. 

“동반이란 상대방을 보살피고 함께 걷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까운 거리라도 함께 걷고 싶지 않다면 목적지를 가리키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고해가 아무리 짧더라도 몇 가지 세부설명만으로 이미 우리는 고해를 하는 형제나 자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들과 동행하면서 그들에게 응답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또 이해하면서 말입니다.”

교황은 성사적 비밀의 불가침성에 따른 고해성사의 본질적이고 고유한 비밀과는 다른 방식이지만 비밀을 지켜야 하는 영성 지도의 비밀을 구분하라고 말했다.

2025년 희년이 모든 이를 하느님의 자비로 인도하길 바랍니다

교황은 화해 직무를 맡은 연례 교육 참석자들에게 “고해소에 기꺼이 머물라”고 당부했다. 이어 “나도 (…) 이 교우의 죄를 용서합니다” 하고 사죄경을 외우는 것은 눈앞의 고해자가 하느님의 눈에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을 뜻한다며 “이는 모든 이의 영혼과 마음을 위한 가장 강력한 처방약”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2025년 희년을 맞아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고해소에서 최선을 다해달라며 다음과 같이 연설을 마무리했다. “성령께서 알려주시는 모든 창의성을 활용하라고 여러분을 격려하는 바입니다. 그러면 하느님의 자비가 어디서든 모든 이에게 다다를 것입니다. 곧, 용서와 대사(indulgenza)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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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3월 2022, 2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