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군비 증강 비판 “방향전환이 필요합니다”
Adriana Masotti / 번역 이정숙
국제관계와 그 결과를 규정하는 지배의 논리는 다름 아닌 전쟁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3월 24일 오전 클레멘스 홀에서 ‘이탈리아 여성센터(CIF, 이하 센터)’ 여성회원 200명을 만나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연설했다. 교황은 그러한 논리가 섬김과 보호의 논리로 대체되고 또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여성들이 그 변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류 보호”에 헌신하고 책임지겠다는 선택
교황은 로마에서 열리는 센터의 선출회의 주제 “같은 사명을 나누는 남성과 여성의 창조적인 정체성”이 매우 광범위한 주제라고 말했다. 이어 남성과 여성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는 매우 현실적이라며, 특히 “롤모델을 필요로 하는 젊은 남성과 젊은 여성”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여러분이 이 자리에 있다는 점에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복음으로 생기를 얻고 사회의 공동선을 위해 모든 이와 대화하려는 여성들로 이뤄진 여러분의 단체가 이탈리아에 존재하고 또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고맙습니다. 이탈리아 여성센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가 아주 풍요롭고 결실을 맺던 시대에 여성의 존엄과 권리를 옹호하는 상황에서 탄생했습니다. 이념적 의미에서 극도로 양극화된 상황에서 이탈리아 여성센터는 ‘인류 보호’에 헌신하고 책임지겠다는 선택으로 탄생했습니다.”
교황은 “그것은 착취와 지배의 문화”와 대조적인 것이라며, 오늘날 우리가 “돌봄의 문화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좋은 정치는 권력의 문화에서 오지 않습니다
교황은 “연대성, 보조성, 세속 국가”를 주제로 이탈리아 헌법의 일부 조항을 작성하는 데 센터가 기여한 업적을 떠올렸다. 아울러 센터에게 있어 정치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이웃 사랑의 형태, 아마도 가장 높은 형태의 이웃 사랑”인 정치를 증진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좋은 정치는 지배와 억압으로 이해되는 권력의 문화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직 돌봄의 문화에서 나온다는 점이 명백합니다. 인간과 인간의 존엄을 돌보고 우리 공동의 집(지구)을 돌보는 문화 말입니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부끄러운 전쟁은 이를 부정적으로 입증합니다.”
지역적으로 치르는 제3차 세계대전
교황은 자신의 세대에 속한 이들이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보며 견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를 가리켜 “소위 ‘지정학’을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낡은 권력 논리”의 사례라고 말했다.
“지역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지난 70년의 역사가 이를 증명합니다. 제가 ‘지역적으로 치르고 있는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말한 이유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분쟁이 끊이지 않고, 이제 온 세상을 위협하는 이러한 전쟁에 이르렀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는 동일합니다. 곧, 우리가 이 세상을 끊임없이 ‘체스판’처럼 통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강대국들은 다른 나라에게 피해를 주며 지배력을 넓히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국제관계에 대한 또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교황은 이러한 패권 다툼에 대한 진정한 대응은 “더 많은 무기나 또 다른 제재”가 아니라며, 즉석에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어떤 국가들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전쟁)에 대한 대응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퍼센트를 무기 구매에 지출하기로 약속했다는 소식을 읽고 부끄러웠습니다. (...) 이는 광기가 아닌가요? 진정한 대응은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더 많은 무기, 또 다른 제재, 또 다른 정치·군사 동맹이 아니라 다른 접근법입니다.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다스려야 합니다. 지금처럼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게 아니라요. 그렇지 않나요? 세계화된 세상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국제관계를 설정해야 합니다.”
전쟁을 초래하는 권력 논리는 바뀌어야 합니다
교황은 “소위 ‘지정학’을 여전히 지배하고 있는 낡은 권력 논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했다며, 이제 이 같은 논리는 돌봄의 모델로 대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센터 회원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까닭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여러분은 여성 단체이고 여성은 이러한 방향전환의 주인공이기 때문입니다. 단, 기존의 지배적인 권력 체제를 받아들이지 않아야 합니다.”
“여성의 소명이 충만하게 완성되는 시간이 왔으며 여성이 사회에서 지금까지 결코 얻지 못했던 영향력, 광채, 힘을 얻을 때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연설)
교황은 성 바오로 6세 교황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폐막 연설에서 사회의 변화에 주목하며 “복음의 정신에 물든” 여성들이 “인류가 타락하지 않도록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한 구절을 인용했다. 아울러 여성들이 “권력을 지배의 논리에서 섬김의 논리로, 돌봄의 논리로 바꿀 수 있다면 체제는 변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여성의 힘은 위대합니다
교황은 이 사고방식의 변화가 모든 이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이는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것이지만, 비폭력의 길에서 사람들을 자유로 이끈 마하트마 간디나 “하느님과 이웃을 섬기는 삶의 증거로 인류를 성장”시킨 수많은 성인·성녀들이 가르쳐준 것이기도 하다.
“또한 무엇보다도 생명을 가꾸고 보호해 온 수많은 여성들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이기도 합니다. 취약함을 치유한 여성들, 인간적·사회적 상처를 회복한 여성들 말입니다. 그것은 새로운 세대를 가르치는 데 정신과 마음을 헌신하는 여성의 학교입니다. 여성의 힘은 위대합니다. 위대하고 말고요! 격언 하나가 있습니다. 격언이라기보다 성찰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젊은 남자가 홀아비가 되면 그는 혼자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남자는 그러한 큰 외로움을 견딜 수 없습니다. 여자가 과부가 되면 그녀는 혼자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녀는 가족을 짊어지고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갑니다. 여러분은 무엇이 다른지 아시겠습니까? 여성의 천성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여성의 천성입니다.”
이것이 센터 회원들의 삶이 돼야 한다고 말한 교황은 “이 모든 것에 대해 감사드리고 앞으로 나아가길 격려한다”며 연설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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