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교회와 세상을 위해 여성의 용기가 필요합니다”
Amedeo Lomonaco / 번역 박수현
여성 교회박사와 유럽의 여성 수호성인에 관한 대학간 국제회의가 3월 7-8일 교황청립 우르바노 대학교에서 열렸다. 첫째 날은 △예수의 성녀 데레사 △리지외의 성녀 데레사 △빙겐의 성녀 힐데가르트, 둘째 날은 △스웨덴의 성녀 비르지타 △시에나의 성녀 카타리나 △십자가의 성녀 데레사 베네딕타(에디트 슈타인)의 가르침을 되짚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행사의 참가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이 성녀들의 탁월한 가르침이 그 영속성, 깊이, 관련성에 있어 특별히 시기적절하다”며 “조화가 깨지고 파편화된 오늘날 세상에 빛과 희망을 준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모든 여성들이 “거룩한 삶의 증거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며, 이들의 모범은 “교회와 세상에 매우 필요한 여성성을 구성하는 요소 중 몇 가지를 강조한다”고 말했다. “역경에 맞서는 용기, 구체화할 수 있는 역량,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가장 아름답고 인간적인 것을 장려하는 타고난 성품, 역사와 세상에 대한 선경지명 등 이러한 요소가 그들로 하여금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미래를 건설하게 만들었습니다.” 교황은 메시지의 말미에 “이번 만남의 결실이 교회와 세상을 이토록 풍요롭게 만드는 ‘여성의 성덕(santità femminile)’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회의 둘째 날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희생자들 그리고 마음의 회심을 위한 기도와 함께 “오늘날 세상과 대화하는 여성 교회박사와 유럽의 여성 수호성인”에 관한 회의 둘째 날이 시작됐다. 아빌라 가톨릭 대학이 교황청립 우르바노 대학과 교황청립 레지나 아포스톨로룸(사도들의 모후) 대학 여성고등연구소와 공동으로 개최한 이번 회의는 희망을 회복하고 레바논의 문맹퇴치 및 양성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한 이니셔티브이기도 하다. 유한나 라픽 바르차(Youhanna Rafic Warcha) 주교는 향백나무의 나라 레바논을 언급하며 현재와 같은 매우 중요한 시기에 레바논을 위한 기여에 감사를 표했다. 특히 그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우크라이나 사태로 고통받는 어린 자녀, 어머니, 할머니들의 비극을 떠올렸다. 아울러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였던 지난 1999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유럽의 공동 수호성인으로 선포한 세 성녀, 곧 스웨덴의 성녀 비르지타, 시에나의 성녀 카타리나, 십자가의 성녀 데레사 베네딕타의 놀라운 증거를 상기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유럽의 공동 수호성인을 위한 서한 「Spes Aedificandi」에서 이들이 “각기 다른 시대에 교회를 비롯한 사회의 성장에 중대한 공헌”을 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알렉산드라 바르톨로메이 로마뇰리 교수는 세 성녀가 “유럽 그리스도교의 와해를 방지”하는 데 헌신했다고 설명했다.
성녀 비르지타, 일치의 상징
1303년 스웨덴의 우플란드 핀스타 지역에서 태어난 비르지타 성녀는 한 남편의 아내이자 여덟 자녀의 어머니, 미망인, 순례자, 창립자, 신비주의자, 여성 예언자다. 1999년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성녀 비르지타를 유럽의 공동 수호성인으로 선포하면서 “특별히 축성생활의 부르심을 받은 이를 비롯해 그리스도인 가정을 꾸리는 고귀하고 힘겨운 부르심을 받은 평신도 역시 비르지타 성녀를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마리아 콘체타 귀디 수녀는 비르지타 성녀의 전기 가운데 몇 가지 특징을 떠올리며 “유럽 국가들의 고통에 무관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르지타 성녀가 “여전히 교회의 일치와 보편성”의 상징이라고 덧붙였다.
시에나의 성녀 카타리나
회의 중에 기억된 두 번째 성녀는 지난 1347년 시에나에서 태어난 카타리나 성녀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성녀를 가리켜 “당시 사회를 분열시킨 많은 갈등의 해결을 위해” 헌신한 비범한 여성이라고 말한 바 있다. “성녀는 왕들에게, 왕국이 그들의 소유인 것처럼 통치할 수 없다고 떠올려 주었습니다. 권력 행사와 관련해서는 하느님 앞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거룩하고 참된 정의를 유지하고 가난한 이들의 아버지가 되는 임무를 떠맡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교황청립 우르바노 대학의 줄리아 롬바르디 교수는 카타리나 성녀의 가르침은 보편적이며 따라서 교회의 박사라고 강조했다. 알프레도 스카실리아 신부는 지난 1970년 10월 3일 시에나의 성녀 카타리나를 교회박사로 선포한 성 바오로 6세 교황의 강론을 떠올렸다. “성녀에게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지혜입니다. 곧, 신구약 성경에 포함된 거룩한 진리와 믿음의 신비에 대한 명료하고도 심오하며 도취적으로 동화시키는 지혜입니다. 동화, 그렇습니다. 매우 독특한 자연적 선물이지만 분명히 놀라운 것은 성령의 지혜의 은사와 신비로운 은사로 인한 것입니다.” 스카실리아 신부는 카타리나 성녀가 진정한 “평화의 대사”였다며, 언제나 대화로 평화에 이를 수 있음을 증거했다고 설명했다.
지칠 줄 모르는 진리 탐구자 에디트 슈타인
회의는 십자가의 성녀 데레사 베네딕타의 증거를 떠올리면서 중세에서 현시대로 넘어왔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서한 「Spes Aedificandi」에서 “에디트 슈타인과 함께 우리는 완전히 다른 역사적-문화적 환경에 있습니다. 성녀는 우리를 혼란스러운 세기의 중심으로 이끕니다.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희망뿐 아니라 그것을 특징짓는 모순과 실패를 지적합니다.” 미리암 라모스 교수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서 순교한 십자가의 성녀 데레사 베네딕타가 “지칠 줄 모르는 진리의 탐구자”였다고 기억했다. 샤히드 모빈 교수도 에디트 슈타인을 가리켜 온전한 인간을 형성하기 위한 필수 요소를 파악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인물이라고 단언했다.
강인한 세 여성
유럽연합주교회의위원회(COMECE) 사무총장 마누엘 바리오스 프리에토 신부는 스웨덴의 성녀 비르지타, 시에나의 성녀 카타리나, 십자가의 성녀 데레사 베네딕타를 두고 “강인한 세 여성”이라고 강조했다. 프리에토 신부는 “유럽이 부분적으로 하느님을 등지고 주님을 불가지론과 윤리적 상대주의가 만연한 공간으로 격하시켰을 때, 이 여성들은 유럽이 초월적 차원으로 열리지 않으면 정체성을 잃을 위험에 빠진다고 가르쳤다”고 설명했다. 회의 말미에 아빌라 대학의 마리아 로사리오 사에스 유구에로 총장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회의 참가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대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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