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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재의 수요일 강론 “평화를 간청합시다. 사람은 혼자서 평화를 이룰 수 없습니다”

“주님, 무기의 굉음 속에서 고통받고 피란길에 오른 이들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교황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한 기도와 단식의 날’이자 사순 시기를 시작하는 재의 수요일의 미사 강론을 이 같은 말로 마무리했다. 교황은 급성 무릎 통증으로 산타 사비나 대성당에서 거행된 예식에 참례하지 못했다. 교황을 대신해 교황청 국무원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이 미사를 집전하고 교황의 강론을 대독했다.

Paolo Ondarza / 번역 이재협 신부

“숨은 것을 보시고 우리가 바라는 것 이상을 베푸시는 주님, 당신께 믿음을 두는 이들, 특히 비천한 이들과 극심한 고통을 겪는 이들, 무기의 굉음 속에서 고통받고 피란길에 오른 이들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우리 마음에 평화를 되찾아 주시고, 우리 시대에 당신의 평화를 허락하소서. 아멘.”

3월 2일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제안한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한 기도와 단식의 날’이다. 이날 교황청 국무원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의 목소리를 통해 산타 사비나 성당에서 울려 퍼진 교황의 기도가 온 세계로 퍼져 나갔다. 교황은 급성 무릎 통증으로 이날 예식에 참례하지 못했다. 교황을 대신해 파롤린 추기경이 성 안셀모 대성당에서 시작 예식을 주례한 뒤, 산타 사비나 대성당까지 행렬을 거행하고 미사를 집전했다. 행렬 중에 성가대가 성인 호칭 기도를 노래로 바쳤다.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역사를 바꾸는 기도, 자선, 단식

교황은 재의 수요일 복음을 설명하며, 기도와 자선과 단식이 “역사를 바꿀 수 있는 모든 이를 위한 약”이라고 말했다. 

“기도와 자선과 단식은 하느님께서 우리의 삶과 세상에 개입하실 수 있도록 하는 으뜸가는 방법이며, 우리의 영적 무기입니다.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한 기도와 단식의 날에 이 영적 무기와 함께 하느님께 평화를 간청합시다. 사람은 혼자서 평화를 이룰 수 없습니다.”

산타 사비나 대성당에서 거행된 재의 수요일 미사
산타 사비나 대성당에서 거행된 재의 수요일 미사

아버지 곁에서 누릴 보상

교황은 기도와 자선과 단식이 사순 시기의 의무라면서도 이 같은 실천이 “아버지 곁에서 누릴 보상”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 보상은 불변하고 참되며 궁극적인 생의 목표다. 우리는 “마치 신기루처럼, 손에 잡히는 듯하지만 사라지고 마는 사람에 의한 보상”이 아니라 참된 보상을 지향해야 한다. 사람들의 존경과 세속적인 성공을 더 큰 보상으로 생각할 때 우리는 “사람에 의한 보상”이라는 신기루에 손을 뻗는 것이라고 교황은 설명했다. 

“세속적인 보상을 바라보는 사람은 결코 평화를 찾을 수 없습니다. 평화에 기여하지도 못합니다. 하느님과 형제자매들을 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우리 모두가 직면하는 위험입니다.”

머리에 재를 받고 있는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머리에 재를 받고 있는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병과 약

교황은 머리에 재를 얹는 예식이 “마음의 정화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찬사에 집착하고, 하느님의 시선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을 쓰는 허영으로 살아가지 않도록 하는 경고”라고 말했다. 

“인간 조건의 덧없음을 성찰하게 하는 이 꾸밈없는 상징(머리에 재를 얹는 예식)은 쓴맛을 내지만 허영이라는 병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인 약입니다. 이 병은 우리를 노예로 만들고 다른 사람들의 찬사에 의존하게 만드는 영적인 질병입니다.”

지나가는 것은 먼지와 같습니다

교황은 우리가 추구하는 허영의 가면을 벗어버리자고 초대했다. 아울러 가장 거룩한 것들, 곧 기도와 자선과 단식조차도 허영이라는 병에 면역되지 않고 “자가당착”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곧, 가장 아름다운 행동에도 “자기만족이라는 벌레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교황은 우리 마음이 하느님의 사랑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정을 받으려는 마음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는 세속적인 보상을 열렬히 추구하려는 마음 뒤편에 숨어있는 공허함을 강조합니다.”

“재는 세상의 지나가는 것들이 바람에 날려 사라져 버리는 먼지와 같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바람을 좇기 위해 이 세상에 난 것이 아닙니다. 우리 마음은 영원한 것을 갈망합니다. 사순 시기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때입니다. 새로워지고, 내적으로 치유되고, 주님의 부활과 스쳐 지나가 버리지 않는 것을 향해, 궁극적으로 하느님 곁에서 누릴 영원한 보상을 향해 나아가도록 하는 때입니다. 사순 시기는 치유의 여정입니다.”

단식은 다이어트가 아닙니다

교황은 골방의 십자가 앞에서 홀로 숨어 바치는 겸손한 기도(마태 6,6 참조)를 통해 “우리의 상처와 이 세상의 상처를 예수님의 상처에 두고” 하느님 사랑이 우리 안에 자리하도록 마음을 활짝 열자고 말했다. 드러나지 않는 자선과 구호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사도 20,35)는 것을 깨닫게 하는 “베푸는 아름다움”을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끝으로 교황은 “단식은 다이어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단식은 육체적 웰빙에 대한 집착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우리로 하여금 몸이 아니라 정신을 건강하게 유지하도록 도와줍니다. 단식은 우리로 하여금 모든 것의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알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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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3월 2022, 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