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의료 접근성 떨어지는 불평등 지적 “통합 돌봄 필요”
Paolo Ondarza / 번역 안주영
의료 현장의 불평등이라는 “사회적 바이러스”는 우리 모두가 평등하고 한 분이신 아버지의 자녀들이라는 인식에 기반을 둔 형제애의 문화라는 해독제를 통해서만 치유될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제30차 세계 병자의 날(2월 11일)을 하루 앞두고 열린 웹 세미나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며 이 같이 말했다.
교황은 “인간과 세상을 위협하는 병폐”를 지적했다.
“개인주의와 타인에 대한 무관심은 유감스럽게도 소비주의적 웰빙과 경제적 자유방임주의 사회에서 증폭되는 이기주의의 형태입니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불평등은 심지어 의료 현장에서도 발견됩니다. 누군가는 이른바 ‘특권’을 누리는 반면, 또 다른 많은 이들은 기본적인 의료서비스에 접근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질병, 글로벌 현상
교황은 감염병의 전 세계적 확산의 시기가 “질병을 단순히 개인적인 현상이 아니라 전 지구적인 현상으로 바라보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상기했다. 아울러 병자 저마다의 특별함, 곧 그들의 존엄성과 취약함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제30차 세계 병자의 날 담화 참조)며, 몸과 마음의 상처를 함께 치유했던 성인들의 모범을 강조했다.
“인간은 통합적인 돌봄을 필요로 하는 존재입니다. 이러한 돌봄은 몸, 마음, 정서, 자유, 의지, 영적인 삶 등을 모두 아우릅니다. 돌봄은 이러한 것들을 분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인간을 그렇게 분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육체를 구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역설적으로 인간을 잃을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에 자기 자신을 여십시오
교황은 질병의 경험을 통해 우리 자신이 힘없는 존재이고 다른 이를 필요로 하는 존재임을 느끼게 된다며, 때로는 곧바로 답을 찾을 수 없는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자신의 체험과 함께 이러한 여정을 가르쳐줬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자기 자신에게 갇혀 있지 말고 더욱더 위대한 사랑, 곧 구속적 고통을 통해 모든 인간의 고통에 참여하신 그리스도의 사랑에 자기 자신을 열라고 초대했다(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교서 「구원에 이르는 고통」(Salvifici doloris), 20항 참조).
교회와 고통
교황은 “교회는 항상 고통받는 이들을 향해 아낌없이 자신을 내어 줬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개발도상국에 약국과 의료시설을 설치하고, 가장 가난한 병자들을 돌보는 선교사들의 노고와 수많은 성인·성녀들을 통해 보건 사업들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영성의 수도회들이 창립됐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와 그의 가족을 비롯해 의사, 간호사, 약사, 의료종사자, 병원 사목자, 수도자,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 모든 이들을 기억하며 기도하겠습니다. 환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환자들과 함께 인내하며, 몸과 마음과 관계를 통합적인 방식으로 돌볼 수 있는 역량의 은총을 주님께서 여러분들에게 내려주시기를 빕니다.”
세계 병자의 날 행사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루카 6,36)라는 주제의 제30차 세계 병자의 날을 기념해 2월 11일 오전 10시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 전임 장관 피터 턱슨(Peter Turkson) 추기경의 주례로 미사가 봉헌됐다. 병자들을 비롯해 사회보건종사자, 간병인, 자원봉사자 등이 미사에 참례했다. 앞서 2월 10일 오후 3시부터 5시30시까지 열린 웹 세미나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제정한 세계 병자의 날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그 결실을 나누면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메시지를 다시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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