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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주교단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함께 미사를 봉헌하는 주교단 

교황, 새 자의 교서… 성좌에 유보된 권한 중 일부를 주교들에게 이양 “건실한 분권화”

프란치스코 교황이 2월 11일 서명한 자의 교서에 따르면 이제부터 지역 교회 직권자들은 각 지역의 상황에 따라 신학교 운영, 사제 양성 지침서 발간, 교리서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황청의 승인 없이 약식 추인 절차만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Alessandro De Carolis / 번역 이재협 신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에 반포한 자의 교서의 새로움은 더 이상 “승인(approvazione)”이 아닌 “추인(conferma)”이라는 용어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교황은 이번 자의 교서를 통해 가톨릭 교회와 동방 가톨릭 교회 교회법이 명시하는 일부 권한을 각각의 개별 교회에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일부 권한 중에는 각 주교회의가 자체적으로 교리서를 출판할 권한도 포함돼 있다. 또한 각 교구장 주교가 관할 지역구에서 신학교를 설립할 경우 더 이상 교황청의 승인을 기다릴 필요 없이 약식 추인 절차로 신학교를 설립할 수 있다. 자의 교서의 도입부에 명시돼 있듯 이번 법령 개정의 목적은 교회 현장의 의사결정을 보다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는 “건실한 분권화”를 장려하기 위함이다.

사제 양성(주교들은 각 지역과 관구의 사목적 필요에 따라 적합한 사제 양성 지침서를 적용할 수 있다) 및 성직자의 입적 문제와 관련해서도 교구장 주교들은 이와 유사한 권한을 갖는다. 이제 주교들은 성직자의 입적과 관련한 사안에 있어 성좌에 의해 설립된 어떤 개별 교회나 수도회 및 “공립 성직자 단체”로의 입적에 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 같은 규정은 “무소속, 곧 떠돌이 성직자”를 용인하지 않기 위함이다. “분권화의 원칙과 친밀함의 원칙”에 따라 봉쇄 해제의 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난다. 이는 중대한 이유로 어떤 수도자가 자신이 속한 회 밖에서 살 수 있는 권한에 대한 문제다. 이번 자의 교서는 각각의 개별 주교회의에게 교리서를 출판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성좌에 유보돼 있던 미사 지향에 따라 거행해야 할 미사 대수 감축 결정의 권한을 지역 교회의 책임으로 이양한다. 

추기경평의회 사무총장 겸 교황청 교회법평의회 의원 마르코 멜리노(Marco Mellino) 주교는 교황의 이번 자의 교서에 영감을 준 기본원칙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하 멜리노 주교와의 일문일답:

멜리노 주교님, 전체적으로 볼 때 새로 반포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자의 교서는 특정 권한을 행사함에 있어 그 권한을 교황청으로부터 각 지역 교회로 분산하려는 의지를 드러내며 변화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런 결정에 영감을 준 것은 무엇인가요?

“두 개의 교회법, 곧 로마 가톨릭 교회의 교회법과 동방 가톨릭 교회의 교회법에 변화를 가져온 이번 자의 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재임 초기부터 계속 추진해 오시는 개혁 작업에 동참하기 위한 요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번 자의 교서는 교황님의 사도적 권고 「복음의 기쁨」(Evangelii gaudium) 32항이 말하는 ‘건실한 분권화’ 정신에 부응하는 것으로, 교회 내에서 교계적 친교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친밀함의 역동성을 장려하고 향상시키는 게 목표입니다.” 

“자의 교서의 도입부는 교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심오한 사목적 지향을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교황님은 오늘날 교회 문화와 두 가지 교회법이 지닌 법적 사고방식을 염두에 두시면서 현재까지 교황청에 유보돼 왔던 일부 권한, 곧 중앙에서 행사해 오던 일부 권한을 주교들(라틴 교회 교구 혹은 동방 가톨릭 교회 교구, 지역 주교회의, 동방 가톨릭 교회 교계)과 축성생활회와 사도생활단 장상들에게 이양해 ‘분권화’를 지향하고 있다고 설명하십니다. 주교들과 장상들에게 맡겨진 권한들은 합리성 및 효율성의 원칙 준수를 장려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 주교단의 일치 감각과 사목적 책임을 장려하려는 명확한 지향을 지니고 있습니다.” 

“실제로 직권자가 통치의 사목적 조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그 현안들에 더 가까이 있고 상황을 직접적으로 인식할 때, 그러한 친밀함 덕분에 더욱 효과적이고 빠르게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자의 교서가 담고 있는 개정된 규정들은 교회의 공유되는 다원적 보편성을 크게 반영합니다. 이는 승인을 필요로 하지 않고 차이를 이해하고 보장하는 것입니다. 로마의 주교(교황)의 사도적 직무로부터 그러한 일치가 나옵니다.”

자의 교서의 개정된 규정은 무엇보다 먼저 교구 연립 신학교 설립, 사제 양성 지침서 발간, 성직자의 입적에 관한 권한을 언급합니다. 이와 관련해 이번에 새롭게 바뀐 규정은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교구 연립 신학교 설립 및 각 주교회의가 제정한 규범에 따른 사제 양성 지침서는 성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성좌의 ‘추인’으로 충분합니다.”

“‘승인’은 최고 권위(이 경우 교황청)가 하위 권위의 행위에 대한 적법성과 적합성을 조사해 집행 여부를 허락하는 규정입니다. 반면 ‘추인’은 하위 권위가 제정한 규정에 더 큰 자율성을 부여하는 최고 권위의 약식 재가입니다. 이 개념에 따르면 추인에 비해 승인은 최고 권위의 더 큰 책임과 개입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승인’ 요청이 아닌 ‘추인’ 요청으로의 변화는 단순히 용어가 변한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분권화의 방향성을 명확히 드러내는 것입니다.” 

“이러한 개념은 성직자의 직무 수행과 개별 교회의 관계를 정의하며 어느 성직자든 개별 교회에 속해야 한다는 성직자의 입적 관련 조항에도 적용됩니다. 현행 교회법은 모든 성직자가 교구나 그에 준하는 조직(군종교구, 자치수도원구, 대목구, 지목구 등), 성직자치단, 축성생활회나 사도생활단에 입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자의 교서는 앞서 언급한 적법한 조직 외에도 사도좌에 의한 특별 권한을 갖는 ‘공립 성직자 단체’를 포함시켰습니다. 이 같은 추가 조항은 가톨릭 교회의 교회법전(CIC) 제265조와 동방 가톨릭 교회의 동방교회법전(CCEO) 제357조 1항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자의 교서는 강조합니다.”

종신 서원 선서자가 공동 생활이나 자신이 속한 수도회 혹은 단체를 떠나 일정 기간 봉쇄 해제의 윤허를 득할 수 있는 규정, 그리고 회에서 나가는 규정과 관련해서도 몇 가지 개정된 부분이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달라진 부분은 무엇인가요?

“봉쇄 해제는 수도자가 자신이 속한 회를 떠나 일정 기간 생활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합니다. 이는 회에서 나간다는 말이 아니라 정해진 기간 동안 소속 단체 밖에서 살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합니다.”

“현행 교회법은 총원장이 이 같은 해제를 최대 3년까지 윤허할 수 있다고 규정해 왔습니다. 봉쇄 해제의 기간 연장이나 3년 이상의 기간을 윤허하기 위해서는 성좌의 허가가 필요했죠. 하지만 이제부터는 총원장이 최대로 윤허할 수 있는 기간을 5년으로 확대했습니다. 총원장이 윤허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의 확대는 건실한 분권화의 원칙, 친밀함의 원칙에 대한 응답입니다. 해당 종신 서원 선서자와 그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총원장이 해당 수도회 전체를 비롯해 해당 수도자를 위해서도 더 적합하고 유익한 방법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기간을 확대한 것입니다.”

“중대한 이유로 회를 나가기를 청하는 유기 서원자와 관련해, 그 윤허에 대한 권한은 평의회의 동의를 얻은 총원장에게 유보됩니다. 이는 교회법에 따라 성좌 설립회 및 교구 설립회 혹은 자치 수도승원 모두에게 해당됩니다. 현행 교회법에서는 교구 설립회와 자치 수도승원의 경우 수도원이 있는 지역 교구장에 의해 추인되지 않으면 회를 떠날 윤허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이 같은 개정은 동방 가톨릭 교회법의 자치 수도승원이나 수도회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이러한 개정의 목표 역시 사목적 통치 직무를 용이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통치권자가 관련 인물이나 관련 상황에 대해 더욱 직접적이고 친밀한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논리는 중대한 이유로 어느 유기 서원 혹은 종신 서원 선서자의 회의 제명 교령 관련 규정의 개정에도 적용됩니다. 새 자의 교서에 따르면 제명 교령은 총원장이 평의회가 승인한 교령을 당사자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효력을 발휘합니다. 제명된 자가 통지를 받은 후 소명할 권리는 유지됩니다. 현행 교회법에서는 자치 수도승원 장상이 평의회가 승인한 조서를 교구장 주교에게 제출해야 하고, 교구장 주교에게 제명의 권한이 유보돼 있었습니다. 곧, 제명 교령은 성좌 설립 수도회의 경우 성좌의 추인을 받아야 했고, 교구 설립 수도회의 경우 해당 수도자가 속한 교구의 교구장 주교로부터 제명이 추인돼야 했습니다.”

주교회의의 교리서 출판과 미사의 책무 감축 및 신심 기금에 의한 책무와 관련한 조항도 개정이 있었는데요, 어떤 내용인가요?

“현행 교회법은 주교회의가 유익하다고 여기면 사도좌의 ‘승인’을 미리 받고 그 지역을 위한 교리서가 출판되도록 힘써야 할 소임이 있다고 규정합니다.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이 부분에 있어서도 건실한 분권화와 친밀함의 원칙이라는 이유에 따라 ‘승인’이라는 용어 대신 ‘추인’이라는 표현으로 개정했습니다.”

“미사의 책무와 신심 기금에 의한 책무와 관련된 규정은 일반적인 원칙, 곧 신자들의 원의에 따라 충실하게 미사가 거행돼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합니다. 그러나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거행되지 않은 미사에 대한 책임 면제, 혹은 책무의 비용과 미사를 거행하는 이에게 주어져야 할 수입 사이의 불균형으로 발생한 필수 예외 상황에 따라 면제될 수 없습니다. 다만 미사 예물이 너무 높거나, 수익이 감소하거나, 두 가지 모두의 상황이 발견되면 분명히 책무의 재정립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전제한 상태에서 미사의 책무 감축은 언제나 정당하고 필요한 이유에 따라 사도좌에 유보돼 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미사 책무의 감축 권한이 교구장 주교와 축성생활회나 사도생활단의 총원장에게 유보됩니다.”

“따라서 신심 목적을 위한 신자들의 지향 감축이나 조정의 권한은 정당하고 필요한 이유가 있을 때만, 이해 당사자들과 재무평의회의 의견을 듣고 가능한 나은 방식으로 설립자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직권자에게 유보됩니다. 그 밖의 경우에 사도좌로 소원해야 한다는 마지막 조항은 분별과 신중함의 원칙을 따른 것입니다.”

“마지막 두 가지의 경우를 포함해 이번 자의 교서에서 개정된 모든 변화는 분권화의 원칙과 친밀함의 원칙, 통치의 사목적 행동이라는 원칙을 따르고 있습니다. 이 모든 원칙은 보다 빠르고 효과적인 대응을 위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교회에서 최고의 법은 ‘영혼들의 구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신자들의 유익을 지키며,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이를 즉시 실행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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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2월 2022, 00: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