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하느님의 온유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배웁시다”
Adriana Masotti / 번역 박수현
프란치스코 교황은 2월 19일 오전 바티칸 클레멘스 홀에서 ‘부아 앙상블(Voir Ensemble, 함께 바라보기) 협회’ 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사람을 만나신 예수님의 일화를 성찰하도록 초대했다(요한 9,1-41 참조).
예수님께서는 편견을 거부하십니다
요한복음에서 제자들과 함께 실로암 못에 도착한 예수님께서는 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사람을 보시고 그를 진정으로 “구원받아야 할 형제”로 바라보신다. 교황은 가장 먼저 “만남, 행동, 온유한 사랑, 형제애를 부르는” 예수님의 시선에 주목했다. 이러한 예수님의 편견 없는 시선과 달리, 당시 제자들의 시선은 눈먼 사람으로 태어난 것을 죄의 결과로 바라보고 소외시키기 일쑤였던 그 시대의 문화를 따르고 있었다. 이는 예수님께서 근본적으로 거부하신 편견이다.
“우리 시대의 문화는 사람들이 외모와 옷차림, 근사한 집, 고급 자동차, 사회적 지위, 재산에 따라 관심의 척도가 달라진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복음은 병자나 장애인이 자신의 연약함과 한계로 인해 만남의 중심에 설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곧, 삶과 신앙의 문을 여시는 예수님과의 만남, 교회와 사회에서 형제애와 연대 관계를 구축하실 수 있는 예수님과의 만남 말입니다.”
형제들의 고통에 무관심하지 마십시오
교황이 두 번째로 주목한 지점은 실로암 못에서 그 눈먼 사람에게 보여주신 예수님의 행동이다. 교황은 예수님께서 “고통에 무관심할 수 없으셨다”고 강조했다. 예수님께서는 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사람을 고쳐 주시며 우리도 그렇게 하라고 초대하신다. 곧, “우리 형제들의 상처를 위로하고 달래며 치유하라”는 초대다. 교황은 교회의 이미지를 “야전병원”으로 재차 비유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과 인류에 대한 우리의 시선을 새롭게 하십니다
교황은 이 복음의 일화에서 눈먼 사람의 역설을 소개했다. 곧, 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사람은 예수님을 만난 후에 볼 수 있게 됐고 예수님의 사랑의 증인이 됐지만, 예수님을 보지 않고 자기 자신을 보는 사람은 예수님을 만나더라도 여전히 눈먼 사람으로 남는다는 역설이다. 교황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의 구절을 인용했다. “무엇이든지 마음의 눈으로 볼 때 가장 잘 볼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어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마음의 눈으로 보는 것은 하느님의 시선으로 세상과 형제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과 사물을 보는 우리의 방식을 새롭게 하라고 초대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로 하여금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특히 가족과의 관계, 인간의 나약함과의 관계, 질병이나 죽음과의 관계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해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모든 것을 하느님의 시선으로 보도록 초대하십니다! 신앙은 일련의 이론적 신념, 전통, 관습으로 축소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예수님을 따르는 유대이자 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과 형제자매를 바라보는 우리의 방식을 항상 새롭게 하십니다.”
환대와 열린 마음으로 예수님을 증거하십시오
교황은 우리도 태어나면서부터 눈먼 사람의 모범을 따라 환대와 형제애의 방식으로 우리의 삶에서 예수님을 증거하도록 부름받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협회 회원들이 예수님의 인도를 받아 “마음으로 ‘함께 바라보는(voir ensemble)’ 길을 이어가도록” 격려했다. “오직 그분만이 사람의 마음을 진정으로 아십니다. 오직 그분만이 마음의 닫힘과 마음의 경직을 해방시켜 생명과 희망으로 열어 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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